[메타버스 시대①]정치판도 기웃…메타? 버스?
여권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2일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의 네이버 플랫폼 '제페토'에 사이버 캠프를 마련하고 자신의 국가비전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공개하는 등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다소 미화된(?) 이 전 대표의 아바타를 만나 셀카를 촬영하는 등 소통이 가능하다. 누적 방문자 수도 2만명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민주당의 가장 젊은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지난달 21일 제페토를 이용해 대선캠프 출범식을 열고 국민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박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시대교체와 정치의 세대교체의 상징과 같은 첫 출범"이라며 “캠프에서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제 대선판에서도 가상공간이 주목받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적극적인 유세를 펼치지 못하는 현실이 본격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현상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 지지를 호소하려다보니 이 같은 색다른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타버스는 그만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뜨거운 화두이자 새로운 혁신동력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온라인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하는 용어다. 1992년 미국의 SF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사람들이 가상의 인물인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는 가상세계의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진보된 개념으로 정의되면서 좀 더 다양한 유형이 융·복합된 차원으로 쓰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2007년 '메타버스 로드맵'을 통해 메타버스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융합·교차점·결합의 개념으로 제시했다. 즉 현실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이나 일상적인 경험·정보 등을 저장해 공유하는 라이프로깅, 실제 세계의 정보가 반영된 디지털 세계인 거울세계, 현실세계를 디지털로 확장시킨 가상세계 등이 다양하게 융·복화된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페이스북이나 구글어스를 비롯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인 포켓몬고나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아바타 기반의 제페토 등을 모두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다는 게 ASF가 제시한 개념이다. 특히 2003년에 가상현실 서비스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등장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바 있다. 이후 모바일 문화가 확산되고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메타버스 생태계 확산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미국의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 우리나라의 제페토 등이 있다.
포트나이트는 2017년에 출시한 에픽게임즈의 슈팅게임이지만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콘서트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파티로열 모드를 통해 메타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캇이 파티로열 모드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열고 1230만명이 동시 접속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해 9월 BTS도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버전 뮤직비디오를 파티로얄 모드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제페토는 2018넌 네이버제트가 출시한 AR버추얼 플랫폼으로 AI·AR·3D 기술을 통해 3D 아바타를 생성해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블랙핑크가 연 가상 팬사인회에 전 세계 팬 4600만명이 몰리는 등 주로 가상공연, 팬사인회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들의 주 이용자 역시 젊은 세대다. 로블록스의 월간 이용자 1억9000만명 가운데 67%는 16세 이하다. 또 포트나이트는 전 세계 이용자 수가 3억5000만명, 제페토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2억명을 넘어선 가운데 약 80%가 10대로 분석된다. 이처럼 젊은 층에게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선 당시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아바타를 통해 선거 유세를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관련 기술시장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컨설팅업체 PWC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AR·VR·MR을 아우르는 전 세계 XR(eXtended Reality)시장 규모는 2019년 464억 달러에서 2030년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AR시장의 경우 2019년 135억 달러에서 2030년 1조924억 달러, VR시장은 2019년 330억 달러에서 2030년 4505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의 성장에 따라 기업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가상의 집에 설치해볼 수 있도록 한 이케아 플레이스나, 매장에서 판매하는 신발을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도록 구현한 구찌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온라인 강연에서 "우리 기업들은 비즈니스 형태와 관계없이 메타버스가 가져올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비할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며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쇼핑몰, 생산라인 강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현실 공간의 비즈니스 가치를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통해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혜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메타버스가 인터넷 다음 버전이 될 것이라는 IT 전문가들의 평가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산업기반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쉽게 조작하고 즐길 수 있는 편리한 인터페이스 제공을 통해 디지털 격차 없이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메타버스의 위험 요소에 대한 법·제도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