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설익은 남녀軍복무 대선 공약에 젠더갈등 우려
박용진 "최대 100일 남녀 기초군사훈련 의무화…모병제 전환"하태경 "남녀 의무 복무기간 1년으로 단축…징병·모병제 혼합"전문가들 "남녀평등 아닌 국방정책 제시해야" "젠더갈등 부추겨"
인구 절벽이 가속화되면서 징집제로만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후보들이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모병제' 공약을 꺼내들지만,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최근에는 '성별에 따른 역차별'이 사회 화두로 떠오르자 일부 대선 주자들은 모병제와 함께 남녀평등복무제를 징집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30 남성 표심을 얻기 위한 '설익은 공약 던지기식' 정책 제안은 정치권이 현 병역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장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젠더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최근 공군 이 중사 성폭력 사건 등 군대 내 성평등 문화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녀 군 복무 의무화'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용진·하태경, 남녀군복무 제안…"100일 기초군사훈련" vs "1년 복무 의무화"
박 의원은 지난 4월 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펴낸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남녀 모두 40~100일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인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당시 4·7 재보궐 선거 직후 여당의 참패 원인으로 '이남자'(20대 남성) 표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내부 분위기가 팽배했을 때였고, 이 역시 2030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이대남 위해주는 척하면서 그들을 조삼모사 고사의 원숭이 취급한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여성 군사 훈련 의무화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모병제를 제안해, 모병제가 마치 젠더 갈등의 한쪽 편 대응책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강민진 청년 정의당 대표) 등 비판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위해 연간 5000억원 미만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여군 규모·부대·종류·배치·역할·예산 소요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녀평등복무제도 도입 준비위원회'을 대통령 임기 1년 차에 설치하고, 5년 내 모병제와 남녀평등군사훈련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대선 공약으로 '남녀공동복무제'와 '징병·모병제 혼합제' 도입을 제시했다. ▲의무복무기간 1년으로 단축 ▲3년 이상 군 복무시 초임 월 250만원 이상 임금 지급 ▲군 복무자 공직·공공부문 취업 가산점, 주택 청약 가점 부여 등도 내놨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남녀공동복무제로 불평등을 없애고 병영문화를 혁신하겠다. 남성은 밖에 나가 돈을 벌거나 군대에 가고 여성은 집안일을 하거나 육아를 담당하는 가부장 사회에선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며 "우리나라도 병역자원 부족 해소와 함께 진정한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남녀공동복무제를 채택할 시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녀를 포함한 1년 의무복무 징병 10만명, 3년 복무 고숙력 분야의 모집병 20만명, 직업 군인 등 군 간부 20만명을 포함해 현재 군 상비병력인 50만명을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들 "국방 정책으로 접근해야" "젠더 갈등 부추기는 방식 문제" 우려
최근 성추행 피해 공군 여군 중사 사망 사건 등 군대 내 성추문과 인권 침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군대 문화 개선에 대한 근본 대책 없이 여성군복무 의무화를 꺼내는 것이 시기상 옳은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5일 '2030년 모병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모병제의 핵심은 모두 같이 '강제 복무'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이 병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과거 윤일병 사건, 최근의 변희수 하사의 죽음, 공군 이중사 사망 사건과 같은 군의 낙후된 병영문화와 지체된 인권의식, 그리고 성폭력 카르텔은 반드시 우선적으로 발본색원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모병제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평등복무제"라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공약이 아니라면 주어의 시작이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 국방 정책과 군 인력 수요 측면에서 원점부터 달라진 정책적 기조가 있어야 한다"며 "남녀평등이라는 이름 하에서 나오는 지금의 공약들은 아무리 (본인들이) 아니라고 해도 현재 기승을 부리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도 "저출생 문제로 병력 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모병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접근방식이 문제가 있다"며 "젠더 갈등을 부추겨 남녀를 이간질하고, 그로 인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사실 내재돼 있다고 본다. 정치권이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