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끝난 2주간의 한일 정상회담 줄당기기
日 '언론 플레이'로 촉발된 한일 정상회담 격랑日언론, 올림픽 불참 발표 당일도 방일한다 보도청와대·외교부까지 나서서 일본 언론에 항의해방위백서 '독도 주장'에 日공사 '성적 망언'까지
한일은 지난 2주 동안 문 대통령 방일을 두고 팽팽한 줄당기기를 했다. 단초는 일본 언론들의 '문 대통령 방일 띄우기' 작업에서 비롯됐다. 일본 언론들은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문 대통령 방일을 기정사실인 양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여론전을 편 것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과 그 계열사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지난 6일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 검토에 들어갔다며, "한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일본은 짧은 시간의 회담으로 한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민영 방송 네트워크인 JNN도 같은 날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일 양국이 "오는 2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1일 한일 정부가 도쿄올림픽 개막식 때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며, 일본 측이 한국 측의 정상회담 개최 요청에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잇따른 일본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와 관련해, 도쿄도선거 참패, 무관중 올림픽, 코로나19 긴급사태 등으로 국내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이른바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초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성과가 예견된다면 방일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며, 일본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가 정치적 의도를 담은 보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도 이에 맞춰 같은 날 기자들에게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 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계속해서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고, 급기야 방일 '무산'이 결정된 이날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 정부가 도쿄 올림픽에 맞춰 오는 23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에 적당한 명분만 챙겨 정상회담에 응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도 정상회담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도쿄 올림픽을 열흘 앞둔 지난 13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독도를 "우리나라(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명시한 2021년판 방위백서를 보고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질없는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땅으로 표기하면서 한 차례 논란을 겪은 데 이어, 방위백서에 또다시 독도를 자국 영토라 주장하면서 대통령 방일에 대한 국내 여론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는 관련 보도 이후 유감을 표명하며 소마 공사에게 엄중한 주의를 줬다고 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고, 우리 외교부는 아이보시 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여 강력 항의했다. 청와대는 이날 협상 마지막 날까지 "막판에 대두된 회담의 장애에 대해 아직 일본 측으로부터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어서 방일과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일본 측을 압박했지만 결국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소마 공사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인사에 대해서는 외무상이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우리 측이 제안한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 결정 시한인 이날 막판까지 일본 측 태도 변화를 촉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그동안 요구했던 성과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