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손승연, 날아올라…"데뷔 10년차, 2막 시작됐죠"
스웨덴 듀오 '쥬벨'과 협업곡 '덤(Dumb)' 발매새 정규앨범 준비
이 노랫말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린다면, 당신은 분명 뮤지컬 '위키드' 팬이다. 자신이 근원적 기질을 파악하게 된 초록마녀 '엘파바'가 운명에 맞서기로 결심한 뒤 부르는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삶과 편견에 짓눌린 수많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곡이다. 손승연(28)은 이 넘버를 부를 때마다 펑펑 울었다. 그녀는 '위키드'의 '엘파바' 역으로 재발굴됐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 간 엘파바의 격렬한 분노·쓸쓸한 슬픔과 동화됐다. 이미 인정 받았던 탁월한 가창력에 연기력까지 더해진 차세대 뮤지컬배우가 됐다. 데뷔작 '보디가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이었다. 손승연은 2012년 엠넷 '보이스 코리아'에서 우승한 뒤 그해 10월 첫 앨범 '미운 오리의 날갯짓'을 발표했다. 올해 데뷔 10년차,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새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 중에 만난 엘파바로 인생의 제 2막을 열었다는 그녀를 최근 충무로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6월 '위키드'를 성료하고 이달 초 스웨덴 듀오 '쥬벨(Jubel)'과 협업한 곡 '덤(Dumb)'을 발매했습니다. 기존에 들려주신 보컬 색과 다르더라고요. "쥬벨은 제가 원래 좋아하는 팀이었어요. 특히 '위켄드 바이브(Weekend Vibe)'라는 곡을 좋아했죠. (록 밴드 '킹 하베스트'의 동명곡(1972)을 재해석한) '댄싱 인 더 문라이트'로 국내에 알려진 팀인데, 워너뮤직을 통해 협업 이야기가 나왔을 때 너무 반가웠습니다." -K팝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뮤지션과 해외 뮤지션의 협업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위키드' 오디션에 떨어졌다, 이번에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위키드' 첫 오디션은 제게 생애 첫 뮤지컬 오디션이었어요. 20대 초반이었으니 나이도 어렸고, 연기가 뭔지도 몰랐었죠. 뮤지컬 '보디가드' 초연·재연을 한 뒤, 두 번째 오디션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 지 알았던 거 같아요. 첫 오디션에 떨어졌던 건 정말 감사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올랐으면 감당이 안 됐을 거예요." -지난 2월 간담회 때도 말씀 주셨지만 엘파바는 손승연 씨와 많이 닮은 캐릭터라고요. 해석에 방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저는 여러 번 엘파바를 연기하지만, 관객분들은 매번 새롭게 보시는 거니, 이미 성장한 상태로 등장하고 싶지 않았어요. 2막에서 엘파바가 계속 성장하는데 1막 초반부터 성장한 상황이면 모순이지 않을까 했죠. 초반에 부족한 모습으로 인해 나중에 더 감동을 받으셨으면 했습니다." -엘파바가 초록 피부로 놀림과 무시를 받는데, 승연 씨도 꿈을 위해 준비할 때 외모로 인해 많은 벽에 부딪혔다고 털어놓기도 하셨죠. 본인이 캐릭터에 많이 투영됐나요?
-관객분들의 응원도 크게 힘이 됐다고요. 팬 연령대가 낮아졌다면서요? "제가 어린 나이에 데뷔한 영향도 있지만 주로 "승연 씨"라고 부르는 팬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위키드'를 하면서 "언니'라고 부르시는 팬분들이 많아졌어요. 그 분들이 '위키드' 공연 과정에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꿈과 현실이 부딪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위키드'를 본 관객들로부터 "언니 저 해보려고요"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고 감동했죠." -승연 씨는 여성들 연대와도 잘 어울려요. '위키드'는 엘파바와 하얀 마녀 '글린다'의 연대 이야기이기도 하죠. '보디가드' 역시 주인공 '레이첼'과 그의 언니 '니키' 관계가 주요 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요즘 어린 여성 친구들 중에 본인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있어요. 긍정적 에너지뿐만 아니라 '그렇게 사랑하면 돼'라는 자신감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새 정규앨범에서도 중요하게 다룰 부분이에요. 지금 저희 회사에도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요. K팝 뮤지컬 관련 작품을 준비 중인데 상의한 정도죠. 하지만 연락을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크게 감사한 일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고민이 많을 거 같아요. "라이브형 가수이다보니 콘서트에 목 말라 있어요. 뮤지컬도 공연은 했지만 자리 띄어앉기를 해야 하니, 공연의 소중함이 더 느껴지더라고요. 공연 예술은 쌍방의 소통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그간 너무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왔는데 그 소중함을 다시 새기고 있죠."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는 피에로와 함께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떠납니다. 그녀는 잘 살았을까요? 극 중 엘파바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잘 살았을 거예요. 피에로와 팔짱을 낀 채 무대 뒤로 사라지는 모습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라질 때 발걸음 하나하나가 벅차요. 글린다도 잘 살았을 거예요. 각자 위치에서 각자 몫을 했겠죠. 해주고 싶은 말은 엘파바 모습 그대로 계속 쭉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현실과 부딪히며 타협하지 않는데, 세상에 자기 소리를 쭉 내는 사람이 한명쯤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위키드를 만나 개인적으로는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됐어요. 옥주현·정선아 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뉴캐스트들인 나하나 언니, 서경수·진태화 오빠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