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화길 "친구와 대불호텔 놀러갔다가 영감 떠올라 소설로"
고딕 호러 '대불호텔의 유령' 출간
대한민국 최초의 서구식 호텔로 인천에서 외국인들을 맞았던 대불호텔을 배경으로 한 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이 출간됐다. 2020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출신 강화길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강 작가는 최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첫 장편소설을 냈을 때는 무모하기도 했고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두번째를 내고 나니 두려움, 설레임과 같은 복잡한 마음이 든다"며 소감을 밝혔다. '대불호텔의 유령'은 1950년대 귀신 들린 건물 '대불호텔'에 이끌리듯 모여든 네 사람이 겪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다룬다. 각각의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품어야만 했던 어둑한 마음을 심령현상과 겹쳐낸 강화길식 고딕 호러 소설이다. 그는 "딱히 고딕 호러를 고집하는건 아닌데 그냥 어릴 때부터 이런 류의 으스스한 이야기를 좋아했다"며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 '프랑켄슈타인', 우리나라 고전으로는 '장화홍련', '전설의 고향'과 같은 걸 좋아한다. 이번에 그런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 같다"고 웃었다. 작품은 소설가 '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유년 시절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저주에 시달리는 소설가. '너는 실패할 거야', '결국은 쓰지 못할 것'이라는 악의에 찬 목소리가 들려와 괴로워한다. 엄마 친구 아들 '진'이 들려준 대불호텔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그 내용을 소설로 써보고자 한다.
"저를 일종의 재료로 쓴거죠. 책 속에 나오는 '니꼴라 유치원'도 그렇고. 제가 이사를 다니긴 했지만 작품 속 '나'처럼 그런 지방에 살았던 건 아니예요. 초반엔 저 같지만 점점 색깔이 희미해지죠.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의도했습니다." 친구와 대불호텔에 놀러갔다가 떠오른 영감이 소설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개인적으로 근대 건물에 관심이 많고 또 유령, 지박령 이야기도 좋아한다"며 "지금 대불호텔은 허물어진 뒤 유구만 남아있고 복원을 해서 전시관이 되었다. 옛날 토대 위에 현대 기술로 위에 세운 거라 기분이 특이했다"고 기억했다. 셜리 잭슨의 장편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강 작가는 "형체가 없는 초자연적인 점을 다루면서 동시에 심리적인 부분이 뛰어난 셜리 잭슨의 소설을 좋아한다"며 "외로움, 고독, 공포 등의 감정을 농밀하게 다룬다"고 전했다. "한국에 번역이 많이 안 되어 있을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예요. 저와 잘 맞는 거 같아요. 소설을 공부하면서 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셜리 잭슨이 대불호텔에 와서 심리적인 부분을 포착했다면 어떨까 상상해봤죠." 주요 인물인 지영현과 고영주는 처음부터 정해놓고 소설을 시작했다. 특히 신원사칭 소재에 대해서는 "1950년대에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한번 다뤄보고 싶었다"며 "실제로 누구인지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인물들에게 여백을 남기는 걸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올해로 10년차 작가다.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황을 하다가 대학원 때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단 한 번도 놓지 않은 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끈기있게 한 일"이라고 했다. 당분간 '대불호텔의 유령' 관련 활동에 집중하다가 내년쯤 장편을 또 집필할 생각이다. "독자들이 '강화길 소설은 재밌다'고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는 작가는 "문예지 '악스트'에 연재한 '치유의 빛'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