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군대 안 오면 탈영도 안 해' D.P. 화두 …현실적 대안은?
군대문화·모병제 전환 등 변화까지 하세월병역기피하면 처벌…막대한 경제적 손해병역법상 병역 면제·감면 사유 해당 확인일정자격 취득하면 다양한 복무형태 가능양심적 병역 거부 시 대체역 복무 신청
D.P.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직후 국내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1위에 올랐다. 배경이 된 2014년은 후임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육군 28사단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집단 따돌림을 받던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한 22사단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 등이 벌어진 해다. 드라마는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와 이로 인한 병사들의 탈영을 그린다. 드라마의 인기에 국방부는 '지금은 달라졌다'고 항변하면서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방부는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돼 지금은 예전처럼 가혹행위를 은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군 부사관들이 성추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은 국방부의 설명이 사실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상황은 입영을 앞둔 20대 남성들에게 고민을 안긴다. 아직 군에 남아있는 가혹행위를 없애기 위해 군사법원법 개정 등 제도 개혁이 이뤄지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윤일병 사건 때부터 추진된 군사법원법 개정은 7년이 지난 올해에야 실현됐다. 제도보다 구성원들의 의식이 더 문제다.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이 모두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현행 징병제를 아예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국민적 합의를 위해 격렬한 찬반 논쟁이 불가피하다. 개혁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20대 남성들은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만 한다. 드라마 D.P.에는 20대 남성들의 이런 고민을 함축한 대사가 있다. D.P. 보직을 맡아 탈영병들을 쫓는 주인공 안준호는 극 중에서 "군대에 오지 않았다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한다. 이는 남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법체계를 비롯해 병무행정 전반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 제기다. 그러나 이 대사처럼 군대에 갔다가 가혹행위를 당할까 두려워 무작정 입영을 거부하면 큰일이 난다. 병역판정검사나 입영을 거부하면 현행 병역법에 따라 입영기피자가 된다. 병역기피자 신분이 되면 38세까지는 공무원이나 기업 임직원이 될 수 없다. 재직 중인 경우 의무적으로 해직된다. 각종 특허나 면허가 취소되며 인적사항이 병역기피자 명단에 오른다.
한국 땅에서 남성으로 태어난 이상 병역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합법적으로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 받으려면 우선 자신에게 병역법상 병역감면 사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병역법은 집안 사정 등으로 인한 병역 감면을 허용하고 있다.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 가족의 부양비율, 재산액, 월수입액이 법령에서 규정된 기준에 모두 해당되면 전시근로역에 편입돼 민방위 훈련만 받으면 된다. 1년6개월 이상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전시근로역이 된다. 6개월 이상 1년6개월 미만 징역 또는 금고 실형선고자, 또는 1년 이상 징역형이나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보충역에 편입돼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다.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를 알 수 없는 사람, 13세 이전에 부모가 사망하고 부양할 가족이 없는 사람, 18세 미만 아동으로 아동양육시설, 아동보호치료시설·공동생활가정에 5년 이상 보호된 사실이 있는 사람은 전시근로역에 편입된다.
이 밖에 귀화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 성별을 전환해 가족관계등록부상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이 정정된 사람도 전시근로역에 편입된다.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 즉 북한이탈주민은 병역이 아예 면제된다. 병역 감면 사유 중 본인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면 복무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게 차선책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육·해·공군이나 해병대에 징집병 형태로 가지 않고 스스로 복무할 곳을 정할 수 있다. 전문연구요원이 되면 학업과 병역의무 이행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석사 이상 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병역지정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자연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한 사람,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군전공의 수련기관에서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고 자연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한 사람은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산업기능요원이라는 제도도 있다. 지원 대상은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공업, 광업, 에너지산업, 건설업, 수산업 또는 해운업 분야의 기간산업체 또는 방위산업체에 근무 중인 사람, 국제적 수준의 기능을 가진 사람(국제기능올림픽 대회 3위 이상 입상자), 그리고 후계농·어업인, 농업회사법인의 농업기계운전요원 및 농업기계 사후관리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시장·군수·구청장 포함)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다.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선박직원법에 따른 항해사·기관사의 면허를 가진 아래 사람중에서 해운업분야 500t 이상, 수산업분야 100t 이상의 선박에 승선해 근무하는 사람 또는 승선하기로 결정된 사람, 그리고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에 설치된 학생군사교육단 사관후보생 또는 부사관 과정(해군에 한함)을 마치고 현역의 장교 또는 부사관의 병적에 편입되지 아니한 사람이 지원 가능하다. 복무기간은 3년이다. 여기에도 해당사항이 없다면 새로 생긴 대체역이라는 제도를 활용해볼 여지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군부대 입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병역을 이행하려는 사람은 대체역 편입신청을 하면 된다. 대체역에 편입되면 법무부 교정시설에서 36개월 합숙복무하면서 취사, 간병, 환경미화, 시설보수 등 업무를 담당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체역 복무를 신청한 2000여명 중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모태신앙 혹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영향으로 종교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집총 거부뿐 아니라 사람을 해칠 목적으로 하는 모든 군사적 훈련과 전쟁 참여를 거부한다. 이런 신념에 기초한 신청인들은 대부분 정기적이고 일관된 종교 활동(집회참석, 전도활동, 종교 내 일정 직분에 따른 봉사활동 등)을 해왔으며 수혈거부, 우상숭배에 해당한다고 여기는 행위들(국민의례, 생일기념 등)에 대한 거부, 폭력적 행위로 간주되는 행위(흡연과 음주, 사기와 속임수 등)에 대한 동참을 요구하는 또래 집단과 직장에서의 압박을 거부한다.
평화주의 신념에 근거한 대체역 신청인이 편입 승인을 받았다. 이 신청인은 고등학교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토론을 계기로 군대나 국가폭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주변인에게 평화 운동과 병역거부에 대한 신념을 토로하고 관련 평화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병역거부 과정에서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군형법의 소수자 차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체역 심사위원회 위원 일부는 이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신청인의 관련자 진술서에는 신청인의 병역거부가 성적 지향으로 인한 병역거부라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한 내용이 있다"며 "성적 지향으로 인한 병역거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수 의견은 "성적지향이 군 복무 거부의 신념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를 반대하며 군 복무를 거부했던 병역거부자들 중 성적 지향을 자신의 신념으로 제시한 경우가 있었다. 성적 지향 뿐만 아니라 다른 정체성 역시 마찬가지로 병역거부의 신념으로 제시된 사례가 있다"고 봤다. 동물해방 신념에 기초한 신청인도 대체역이 됐다.
이 때도 반대 의견이 있었다. 일부 위원은 "채식주의, 동물권보호론, 생명존중 등을 자신의 신념의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본인의 섭식 생활 등과 관련한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의 일환일 뿐 현역 복무 대신 대체역을 허용할 만한 강력하고 진지하며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개인적 양심 내지 신념이 형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수 의견은 "신청인은 채식을 실천하는 것과 군 복무를 거부하는 것의 공통점은 동물이든 인간이든 살상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맹세라고 진술하고 있다"며 "신청인의 개인적인 양심은 한 번에 생긴 것이 아니라 동물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도 생겨 점차 평화주의로 발전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체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역시 있다. 종교적 신념 사유로 편입을 원한 신청인은 종교에 기반한 평화주의 신념으로 대체역을 신청했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형사재판 중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위원회는 "최근 전쟁에서 성폭력이 군사적 전략으로 널리 활용돼왔다는 점에서 여성과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 행위를 전쟁행위와 유사한 폭력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따라서 신청인의 행위는 '이웃을 사랑하고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신청인의 군 복무거부 신념과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