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의 반려학개론]도그 쇼, 다시 보고 싶다
흔히 외모만 평가하는 것으로 알지만, 걸음걸이, 체형, 모질 등은 물론 성격까지 심사한다. 도그 쇼에서 최고상인 'BIS'(Best In Show)를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낸 쇼 도그는 몸값이 치솟는다. 그 개의 후손들도 덩달아 몸값이 뛴다. '프로'라고 일컬어지는 좋은 쇼 도그를 골라 정성껏 키우고, 열심히 교육해 도그 쇼에 출전하는 이유다. 도그 쇼는 관람하는 사람에게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도그 쇼를 자주 보다 보면 눈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어떤 개가 표준에 부합하는 개인지 자연스럽게 깨닫는다는 얘기다. 그런 도그 쇼가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과 미국 등 반려견 문화 선진국에서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열리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도그 쇼에서 직접 핸들링하기도 하고, '핸들러'에게 의뢰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퀀텀 점프'(Quantum Jump) 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것이 코로나19로 막혀버린 것이다. 비로소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처럼 도그쇼가 대중화하려는 상황에서 벽에 막힌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평소 도그쇼를 부정적으로 여기던 사람이라면 "그까짓 것 안 열리면 어때?" "동물 학대 아니냐? 꼴좋다" 등 반응을 보이겠지만, 필자 생각은 다르다. 생활체육이 아무리 활성화해도 올림픽, 월드컵, EPL, MLB, NBA 등 엘리트 스포츠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엘리트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일반인은 대리만족도 하고, 자신의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도 한다. 그렇기에 엘리트 선수들이 일반인이 평생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만질 수 없는 돈을 '주급'으로 챙기고, 메달리스트 연금을 따박따박 받아도 질시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쇼도그가 바로 개의 엘리트 선수인 셈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직업은 수의사, 미용사, 브리더, 판매자, 곧 추가될 동물보건사 등도 있지만, 핸들러도 빼놓을 수 없다. 쇼 도그 관리와 출전 관련 직업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개를 좋아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던 상황이었다. 판이 펼쳐지지 않으니 그들도 설 자리를 잃게 됐다. 17일 개최 예정이던 '2021 KKC 클래식 도그 쇼'(주최 한국애견협회)가 연기되는 등 올가을 국내 도그 쇼가 열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아마 간신히 열린다고 해도 아주 소수만 참여하고, 일반인 관람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디 코로나19 사태가 어서 진정돼 쇼 클립으로 한껏 치장한 새하얀 토이 푸들이 핸들러와 어우러져 수많은 관객 앞에서 앙증맞은 듯하면서도 절도 있는 워킹을 펼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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