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심상정 "文정부 민생개혁 낙제…촛불정부 타이틀 떼야"
"모든 걸 몰아준 文정부 실패에 촛불 시민 내상 커"
심 의원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총체적 평가는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다. 특히 민생개혁의 측면에선 낙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최악을 막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라는 논리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에는 박정희 향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해원(解冤)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산업화·민주화 세력에게 이제는 수고비를 줄 만큼 줬다"면서 독자 완주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심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진보정당에서 최다선 정치인임과 동시에 네 번째 대권도전이다. 소회가 있다면 "아주 절박하다. 우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이 절박하고, 우리 정의당 상황도 절박하다. 대한민국 정치가 미래로 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출마를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청년도 없고, 자영업자도 없고, 노동자·농민도 없다. 시민의 삶이 없다'는 말을 한다. 오로지 화천대유와 고발사주가 뒤덮고 있기에 이번 대선에서 만큼은 불평등과 기후위기 문제가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나왔다." "당의 입장에서도 진보정치 1세대로서 해야 할 두 가지 책무가 있다. 하나는 당의 정치적 전망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포스트 노회찬·심상정 리더십을 세워야하는 것이다. 내 딴에는 거의 영혼을 끌어다가, 영끌해서 선거제도를 바꿨지만 기득권 정당이 배신했다. 또 최선을 다해서 2세대 리더십을 세웠는데 결국은 또 좌초됐지 않나. 그 과정에서 탈당도 많이 이어지고 당이 위축돼있는 상태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정치 교체의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하며, 또 당의 입장에서 전망을 어떻게든 열어야할 절체절명의 선거라는 마음으로 나왔다." -고(故) 노회찬 전 대표가 돌아가신 뒤 정의당의 인물 상징성은 심상정으로 대변되지만 피로감도 없지 않다. 당내 경쟁 후보들도 인물교체를 내세운다. "교체를 해야죠. 국민들로부터 대국민 리더십을 검증받아 심상정보다 더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피로감은 당연히 있으나 심상정이 가로막아서 안 되는 게 아니다. 지역구 돌파가 안 되니까 성장할 기회가 취약하다.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소수정당은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해도 다 탈취당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구조다. 이를 심상정 개인의 탓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구조를 우리 시민이 주권을 통해 교체해줘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좌절되고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태까지 겹치며 정의당 내부의 자괴감과 무력감이 높다. 당원들을 다시 뛰게 하고 활력을 줄 방안이 있는지. "결국 지금 시점에서 당의 가장 어려움은 당내의 한계를 넘어서 우리당을 지지했던 10%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가면서 그것을 종자돈으로 당의 전망을 열어갈 수 있는 리더십의 문제라 생각한다. 결국 이번 대선을 통해서 말하자면 전망을 다시 열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정치의 좌절과 패배는 정치를 통해 극복하는 것이지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어떻게 보면 선거를 마치고 내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우리 당의 차세대 리더십 구축에 실패한 것이다. 거기서 이제 당의 이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라 본다. 그래서 이번 대선 속에서 다시 정의당의 가능성을 열어냄으로서 당원들이 좀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겠나." -노회찬 전 대표의 '불판 교체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거대 양당과의 차별화 전략인데, 진보정당의 경우 선거 때만 독자노선을 외치고 결국 어느 한쪽으로 수렴된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건전보수니, 새 정치니 얘기한 사람들이 독립했다가 배고프고 등 시리니 다 이합집산을 해서 큰 당을 의지했지 우리 정의당만큼 20년 동안 모든 차별과 불공정한 조건 하에서 외길을 걸어온 당이 없다." "나도 돌이켜보면 가장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이제 그만 고생하고 큰 당가서 하라. 그러면 뭘 못하겠냐'는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큰 당 가서 하면 여러 정치적 전망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지만 지난 20년 동안 기성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이 쥐어주는 힘만 갖고 여기까지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과 전략 사이에서 작은 당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민과 고뇌를 놓고 정체성의 훼손이라고 까지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다른 정당의 내로남불 정치에 대한 기준을 놓고 볼 때 가혹한 것이다."
-보수정부보다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며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 그래왔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나 정책을 보면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가 아니고 민주당이 정의당의 2중대다. 그동안 진보정당이 개발해온 정책이나 공약을 뒷짐 지고 있다가 우리가 어느 정도 노력해서 공감을 얻으면 힘으로 가져갔는데 그 결국 문재인 정부가 용두사미가 됐지 않는가. 결국 정책적으로 우리가 10년을 고생해서 대중화한 공약을 다 가져가서 '차별성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민주당을 견인한 것이라 본다." -이번 대선의 경우 극심한 보혁 대결로 가면서 1~2%p차 싸움이 될 정도로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연히 정의당 후보로서 독자 완주를 하면 그만큼 압박도 클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최악을 막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라는 논리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전에는 박정희 향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해원(解冤)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산업화·민주화 세력에게 이제는 수고비를 줄 만큼 줬다. 이제는 오로지 시민의 삶을 지킬 최선의 선택의 비중을 높여가는 게 대한민국 정치에게도, 시민의 삶에도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라 본다."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국민의힘이 되면 큰 일 난다고 하는데 큰 일 안 난다. 이미 민주당은 180석이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돼도 일방적으로 나갈 수 없다. 과거처럼 다시 독재로 회귀할 일은 없다. 사실 민주당도 촛불정부로서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국민이 평가해야 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문재인 정부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았다. 100점 척도로 점수를 준다면 몇 점정도 줄 수 있을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1차로 나왔다고 본다. 총체적 평가는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다. 개혁 실종, 개혁 후퇴, 좋게 봐줘서 개혁 미흡이다. 특히 민생개혁의 측면에선 낙제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역대 정권 중 가장 최대로 폭등했고, 다주택자를 많이 양산한 정부이며, 이로 인해 청년의 미래가 팍팍해졌다. 근본적으로 촛불정부로서의 사명을 이루지 못했다. "경제적 지표로는 세계 10위권인 선진국이 시민의 삶은 왜 후진국인가. 여기에 응답하는 것이 이번 대선이 돼야 한다. 그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얄팍한 지표 몇 개를 갖다가 커버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든 정권이고, 정권만 준 게 아니라 과감한 개혁을 위해 지방정부를 다 몰아주고 의회의 180석까지 다 몰아줬지 않나. 우리 국민은 정말 모든 것을 다 쏟아줬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굉장히 시민의 마음속에 내상이 크다." -실패한 정부라고 보는가. "결론적으로 촛불정부의 타이틀은 떼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시민의 요구를 기준으로 평가를 받아야지 정부와 민주당이 얘기하는 모든 기준은 국민의힘이다. 서로보다 좀 지나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 그것이 내로남불 정치의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정부 타이틀은 떼야 한다." "부채 탕감을 포함한 자영업자 대책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상태로 자영업자들이 방치되면 매우 위태롭다. 자영업자들의 부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 정부의 손실보상 시행령 (보상 범위도) 얇고 좁은데다가 무슨 신용회복 플랜 같은 조삼모사식 대응만 내놓고 있다. 자영업자가 붕괴되면 신용 리스크가 올 수 있고 우리 경제에 굉장한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성남 대장동 의혹을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민의힘의 공방이 거센데 어떻게 보는가. "대장동 개발 사업은 공공개발의 외피를 쓴 민간 특혜사업이었다는 것이 팩트라고 본다. 어쨌든 민관합동 개발 사업이고, 성남시가 주도한 이 사업에서 민간에게 엄청난 특혜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당시 이것의 기획자이고 시장이었던 이재명 지사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1987년 이후에 34년간 양당이 번갈아 (정권을) 맡으면서 부동산 투기 공화국의 공동정범이 됐다고 본다. 이 양당체제가 결국 부동산 투기의 공동정범이다. 부동산 투기를 끊임없이 부추겨온 기득권 정치에 국민이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국정감사 때 이재명 지사와 만나면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지. "1000배 이상 (민간개발사에) 수익이 간 것을 누가 인정하겠냐는 것이다. 결과로서 책임져야 한다. 의도했든 안했든 상관없이 공공이란 외피를 썼지만 천문학적인 민간특혜가 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또 예컨대 전관들을 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사실 이해충돌이 당연히 되는 사안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재판한지 몇 개월 안 돼서 간 것인데 그게 다 이해충돌방지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화천대유가 천문학적 이익을 올린 것을 삼성과 애플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 후보들이 부동산(토지) 공개념과 100% 불로소득 환수를 말해온 것이 거짓말이 아닌가. 일반 사기업(이익)과 우리 국민이 누려야 할 땅을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같은 소득이라 본다면 민주당이야말로 부동산투기 카르텔의 일원이 아니고선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본선에 나설 경우 여야의 경쟁 후보들에 대해 인물평을 하자면. "이재명 지사가 진보층에서도 지지를 받게 됐던 것은 '이재명은 민주당과는 좀 다르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다'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경선 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은 사이다 이재명이 아니고 '김빠진 이재명'이었다. 이재용 가석방도 거들어주고, 종합부동산세 인하도 눈 감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이분이 대통령이 되면 과연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가, 더 민주적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를 본선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국민의힘 유력주자는 윤석열, 홍준표 후보 두 분인데 윤석열씨는 검찰을 그만둔 지 이제 6개월이 됐지 않나. 아무리 특급 속성 과외를 한다고 해도 국정운영의 리더십을 준비할 수는 없다. 하는 말마다 실언인데, 이는 실언이 아니고 국가적 리더십으로서 철학과 비전의 부재로 볼 수 있다. 나를 보고 여러 번 출마했다고 지적하는데 국민들이 지금 걱정하는 것은 재수, 삼수가 아니라 초년생들, 정치신인들이다." "홍준표 후보는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게 보고 있다. 홍 후보도 말로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고 인정했는데 말로는 내가 잡을 테니까 시민들이 표로 잡아 달라." -이번 대선에서 성소수자 문제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거대정당, 특히 민주당의 침묵과 회피가 예상된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고 본다. '표(票)'퓰리즘에 매달려 있는 대한민국 국회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일부 표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이제는 민주화세력으로서 책임 있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차별금지법을 피해가는 것보다 차별금지법에 앞장서는 것이 득표 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 홍준표 후보가 흉악범에 대해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놈은 사형시키겠다'고 말해 지지를 받기도 했다. "정의당은 사형제 폐지가 당론이다. 공식적으로는 2018년 원내정당 중 처음으로 개헌시안에 생명권, 헌법 기본권을 포함시켜 완전한 사형제 폐지국가로 변모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사형제 뿐 아니라 '주52시간제를 중단해야 한다, 민주노총에게 긴급재정명령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극우 포퓰리즘에 편승한 주장이라서 공약이라기보다 막말이라 생각한다. 극우 표심을 선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잘못하면 파시즘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심상정이 잡겠다, 홍준표. '심잡홍'을 이야기한 것이다." -최근 택배노조와 점주의 갈등을 비롯해 노동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다. '귀족노조' 프레임도 문제가 있지만 일반 대중도 점점 인식이 좋아지지 않는 듯하다. "우선 택배노조와 점주 간의 갈등은 좀 더 (내용을) 봐야하겠지만, 노동조합도 그렇고 진보정당도 그렇고 여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다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은 그것대로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왜 경제지표는 선진국인데 시민의 삶은 후진국인가를 봐야 한다. 그 핵심은 약한 시민권에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권이 기업과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몇몇 대기업 노조가 힘이 있다고 해서 그들이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또 하나의 불씨는 내가 노동운동을 할 때만 해도 계급관계 하나로 설명이 다 됐으나 신자유주의를 맞이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문제가 됐다. 지금은 이를 훨씬 넘어서 다중구조다. 민주노총 내에도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 이상에 소속돼있는 노동자도 많고, 최하 극빈층에 소속된 노동자도 많은 것이다. 그만큼 노동 내부도 다중화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가 모든 일하는 시민을 동등하게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에 '신노동법'을 낸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노동 내부의 연대, 기업의 하청 계열화 구조의 혁신, 이런 것들을 포괄하는 다중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모해야 한다.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심상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