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형·김선영 "둘이 함께 여전히 가장 즐겁고 좋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페르세포네 역으로 호평둘이 합쳐 연기경력 38년…"이제 내려놓고 겸손하자"내년 2월27일까지 LG아트센터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다. 재즈와 포크 기반의 세련된 음악과 회전 무대 등 영리한 연출로 삶의 순환을 노래한 메시지까지, 빼놓을 것이 없다. 물론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한다. 특히 극 중 부부인 '지옥의 신' 하데스와 그녀의 아름다운 아내 '페르세포네'를 각각 연기하는 실제 부부 김우형(40)(우)·김선영(47)(선)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애잔하고 뜨겁다. 두 배우는 뮤지컬계 톱배우들이기도 하다. 김선영은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 '에비타' '위키드' '엘리자벳' '잃어버린 얼굴 1895'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에 출연한 '뮤지컬 여제'로 통한다.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김우형은 '아이다' '번지점프를 하다' '고스트' 등을 통해 '로맨틱 가이'로 자리매김했다. 1년의 절반가량을 떨어져 보내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권태기의 중년 부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 되는 이 톱 뮤지컬배우 커플은 여전히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 항상 서로를 우선하는 이 커플은 팬들 사이에서 각 이름을 딴 '우선 커플'로도 불린다.
두 배우가 같은 뮤지컬에 출연한 건 2011년 '지킬앤하이드' 이후 10년 만이다. 2012년 결혼 이후로는 처음이다. 다음은 김우형, 김선영과 나눈 사랑과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영 씨와 한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는 것이 기대 이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어요. 연습실은 물론 공연장에서도 아내 같지 않아요. 동료 같고, 선배 같죠. 이제 한 작품 안에서 연기를 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에는 일은 각자 일터에서 하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우=실제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못했을 겁니다.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어요. 오히려 서로의 호흡을 방해할 거 같았거든요. 너무 오래 만나왔기 때문에(두 배우는 2006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처음 만났다) 따로 말이 필요 없기도 합니다. 서로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서 어떠한 약속이나 계산 없이도 어색함이 없어요. 그래서 자연스런 시너지가 나오는 거 같아요. 특히 2막에 마지막에 하데스의 감정선이 무너질 때 실제로 선영 씨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거예요. (그 때 서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애잔한 눈빛은 실제 부부라 가능하다는 관객의 평이 지배적이라고 하자) 친한 실제 부부가 주는 시너지인 거 같아요. 선=다른 세상에 남편이 있고, 중간 세계에 껴 있는 페르세포네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요. 그녀가 술에 취해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우=하데스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공존해요. 신적인 것을 위해서는 테크닉이 필요했어요. 무엇보다 그 압도적인 분위기를 피지컬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철심이 꽂혀 있는 것처럼 몸을 꼿꼿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2막 마지막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태도가 흐트러지는 거죠. 인간적인 거나, 감성적인 부분은 계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하데스의 넘버는 '극강의 저음'이에요. 고음과 가성을 쓰는 오르페우스와 대조적이죠. 저는 악보대로 부르는데 (브로드웨이 '하데스타운'의 오리지널 하데스 캐스트인) 패트릭 페이지는 한 옥타브를 더 낮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테너 음역대 배우인데, 사실 성부는 고음과 저음이 아닌 음색의 빛깔이 중요하거든요. 테너 음이 편하기 때문에 베이스 음역을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갖은 방법을 써봤지만, 정공법이 정답이었습니다. 목을 더 많이 푸는 것이 정답이었죠. 하데스를 맡는 배우들마다 음색이 상당히 다른데, 저는 굉장히 샤프하고 파워풀한 음색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선='하데스타운'은 삶의 순환과 인생의 원숙함을 다루죠. 어느덧 저희 둘 연기 경력이 합쳐서 40년 가까이(38년)이 됐어요. 지혜롭게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최대한 주변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핏 소극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죠. 특히 나이가 들어갈지언정 정서와 영혼을 건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순재·윤여정 선생님처럼요. 앞으로 선생님들처럼 욕심을 버리고 담백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우=선영 씨랑 항상 얘기해요. 많은 걸 부여잡으려고 하지 말고, 겸손하게 내려놓자고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조자 선배다운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하데스타운'이 또 얘기하는 것이 용기예요. 희망을 갖고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와 위로죠. 코로나19가 침범한 지난 2년 동안 모두가 버틸 수 있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용기였죠. 점점 (위기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거 같아요. 관객분들을 포함해서 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낸 모든 분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워요. 내년 초 '하데스타운'이 끝나갈 무렵, 모두 마스크를 벗고 공연을 봤으면 좋겠어요. 우·선='하데스타운' 이전에 둘이 함께 출연한 작품은 '지킬앤하이드'와 '미스사이공'이었어요. '하데스타운'은 우리 부부에게 선물이고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죠. 앞으로 결이 맞는다면 함께 작품에 더 출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인극 같은 작품도 좋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