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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이하고 음울한 '나쁜 아빠' 이야기…영화 '아네트'

등록 2021-10-20 06:06:00   최종수정 2021-11-01 10: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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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아네트' 스틸. (사진=왓챠/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021.10.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어두침침한 극장에 '노래하고 웃고 박수치고 우는 일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쇼가 벌어지는 동안 숨도 쉬지 말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곧이어 화면이 밝아지고 녹음실 스튜디오에서 연주가 흘러나오자, 주요 인물이 등장해 '그럼, 시작할까요?'(So, may we start?)라는 노래를 부른다.

영화 '아네트'는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 같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 집중해달라는 안내 멘트를 전달하듯 관객들에게 쇼라는 점을 주지하며 극을 시작한다. 141분의 러닝타임 동안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연출, 15곡의 몽환적인 노래가 버무려지는 기이하고 독특한 뮤지컬 영화로 하나의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오페라가수 안(마리옹 코티야르 분)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애덤 드라이버)가 미국 LA에서 만나 결혼한 후 아네트라는 딸이 태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언뜻 사랑스럽고 따뜻한 줄거리가 떠올릴법하지만 이 부부는 파국을 맞는다. 영화 속 헨리는 아내와 성공의 격차가 벌어지자 폭력적이면서도 우울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폭력적 충동 때문에 자신은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까지 파멸로 이끌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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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아네트' 스틸. (사진=왓챠/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021.10.19 [email protected]


영화 속 이미지를 비롯해 연기, 연출 등이 실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헨리의 어두운 심연을 꿈꾸는 듯 초현실적으로 이미지화하고, 연기적으로는 연극적인 요소를 녹여냈다.눈에 띄는 화려한 색채와 음울한 분위기가 더해져 아방가르드한 오페라 한 편을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에서 감정을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은 헨리와 딸 아네트의 관계다.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0∼5세 나이로 설정된 꼬마 아네트는 아역 배우가 아닌 목각 인형의 형상으로 등장하는데 작품 특유의 기괴한 매력은 배가 된다. 엄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물려받은 아네트는 헨리의 강압에 의해 세계 무대에 오르고, 노래할 때는 꼭두각시처럼 줄에 묶인 채 입을 벙긋거린다. 초반엔 이질감을 주던 이 인형은 어느새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로 인식되며 동정과 연민을 자극한다.

미국 록밴드 스파크스의 제안으로 성사된 영화로 배우들은 거의 모든 대사를 노래로 소화했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실험적인 스파크스의 곡으로 가득 채웠다.

독창적인 영화 화법으로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프랑스 거장 감독 레오스 카락스가 9년 만에 내놓은 첫 뮤지컬 영화로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작이다.

딸 이름을 손등에 새길 정도로 '딸 바보'로 알려진 감독은 '내가 나쁜 아빠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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