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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명애 작가 "BIB 황금사과상 받았지만 그림책은 여전히 비주류"

등록 2021-11-06 06:01:00   최종수정 2021-11-15 09: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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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묻혔던 '내일은 맑겠습니다'로 수상 기쁨

"1000명의 사람들 그림책에…작업 5년 이상 소요"

"미술학원과 다른 삽화 작업하며 그림책 작가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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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로 국제 그림책상인 BIB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명애 작가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사진 찍히는 것도 너무 어색하네요. 하하. 그림책은 소설 등 주류와는 다른 비주류라서 국제상을 받아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로 '2021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한 이명애 작가를 지난 4일 작업실에서 만났다. 미술학원을 겸하고 있는 작업실 문을 열자 마지막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 2명을 보내는 이 작가와 마주쳤다.

"일주일 중 3일, 하루에 3시간 정도 아이들을 가르쳐요. 4일은 작업을 하죠. 그 이상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모님들도 있는데 그 이상 하면 작업을 할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창작에 몰두하고 싶긴 한데, 아직 그림책 작가만으론 생업이 어렵긴 해요."

그림책 작가로 일하게 된 건 두 아이를 낳은 후인 2007년부터다. 주로 외국 그림책이 많던 시절 책 삽화 작업을 하며 그림책 작가를 시작하게 됐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하긴 했지만 당시엔 정말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어요. 일단 삽화 일을 의뢰받아서 하다가, 하다보니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2013년에 '플라스틱섬'을 냈어요."

'플라스틱섬'은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첫 책이다. 출간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5년 BIB 황금패상을 받으며 뒤늦게 빛을 보게 됐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이 BIB에 진출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상을 받은 작가들은 한 6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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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로 국제 그림책상인 BIB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명애 작가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06. [email protected]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나미 콩쿠르 은상 등 여러 차례 국제상을 수상했지만 그림책은 여전히 출판업계 '비주류'라는 설명이다.

"사실 그림책 작가 중에는 이걸로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손꼽혀요. 대부분 여러 다른 일을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죠. 저도 처음 '플라스틱 섬'을 내고 1년간 거의 안팔렸는데 나중에 상을 받고 나서 2년 뒤에 다시 팔리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한 '내일은 맑겠습니다'는 지난해 1월 출간한 책이다. 작업 시간만 5년 이상이 걸리는 등 많은 노력이 들어간 책이었지만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묻혔던 책이다.

"출판사에서도 새해 처음 나온 책인 만큼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었는데 다 취소됐었어요. 희망차게 하자고, 굿즈도 만들고 했었는데 다 안됐었죠. 상은 올해 2월 별 기대 없이 보내고 잊고 있다가 9월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놀랐어요."

노랗고 둥근 무언가에서부터 출발하는 이 역동적인 이야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중심에서 변방으로, 그리고 완전히 예측을 벗어나 움직이는 선을 따라 전개된다. 사람들은 노란 선 위를 걷고, 달리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매달리고 쉬고 또 걷는다. 64페이지에 이르는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천 가지 몸의 궤적이다.

"1000명의 사람들이 모였어요. 사람 한 명 한 명 그린 날짜가 다 다르죠.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같은 색연필로 그려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드로잉이 되거든요. 그런 것들이 신기해서 쌓아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쌓여진 시간이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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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로 국제 그림책상인 BIB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명애 작가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06. [email protected]
그림책은 대부분 아이들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이 작가의 그림책은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회화의 성격을 띄는 그림처럼 보이나봐요. 전시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세미나도 많이 열려요. 그림책에 관심 있는 어른들의 모임에서 자주 찾아주시죠. 데뷔작인 '플라스틱 섬'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이 생각했던 의도를 그림만 보고 알아주는 독자를 만나면 신기하고 기쁘다.

"표지에 노란 동그라미가 있는데 그게 노란 지구냐고, 거기에서 실을 죽 잡아당겼더니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있다고 얘기해준 독자가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지구에 대한 생각을 그림만 보고 이렇게 말해주는 게 굉장히 기분이 좋았죠."

종종 작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생각을 들을 때도 있다. 그는 "예전에 '10초'라는 책을 냈는데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다. 지구에서 사라지는 멸종동물에 관한 이야기"라며 "한 초등학생이 그 책을 보고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림책에 글이 없다보니 오히려 더 많은 엉뚱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매년 그림책 작가 프로젝트 '바캉스'를 통해 독립출판으로 500~1000부를 제작하는 데 작가로서 원동력이 된다고 웃었다.

 "전시회를 통해 연락이 오기도 하고, SNS에 직접 문의주시는 사람들도 있어요. 독립서점 같은 곳에서도 연락이 오죠. 그러나 상업출판과 연계되기도 하구요. 독립출판은 정말 제가 하나하나 다 제작한 날것이라 애착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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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로 국제 그림책상인 BIB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명애 작가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06. [email protected]


이달 말께 새 그림책이 나온다. 이 작가는 "'바캉스'에서 옛 이야기를 재해석해 내놓고 있다. 11명의 작가들이 전시를 하는데 그중 하나를 문학동네에서 출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 주제는 '꽃'이다. "과거 할미꽃 이야기에서 느꼈던 감정을 현대로 갖고 와서 꽃가마를 타고 간 사람이 꽃상여를 타고 나가는, 인생을 꽃이 가는 길로 연결시켜서 그렸다"며 "꽃가마를 타고 와서 감정을 모아 꽃상여를 타고 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림책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독자층도 너무 넓고 형식도 다르죠. 그림책 판형도 제각각이고 재료, 종이질에 따라 느낌이 또 달라지죠. 그림만으로도 많은 걸 전달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그림책에 대한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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