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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원자재 대란②]"총수가 뛴다"…제2요소수 사태 막으려 동분서주

등록 2021-11-21 10:00:00   최종수정 2021-11-29 10: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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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경영인으로서 사태 수습 위해 총력전

공급 질서 급변에…해외로 나가 해결사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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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뉴시스] 권창회 기자 = 15일 오전 요소수 주요 거점지역 주유소 중 한 곳인 경기 군포시 한 주유소에서 화물차에 요소수가 주입되고 있다. 환경부는 차량용 요소수 약 180만L를 화물차들의 접근이 용이하고 이용 빈도가 높은 전국 100개 주유소에 13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2021.11.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원자재 공급망 위기가 확산되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그룹 총수들의 움직임도 한층 더 바빠졌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원자재 공급 경색 문제를 푸는가 하면 직접 출장길에 오르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국 우선주의 확산으로 다극화 되는 공급 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소수 대란에 글로벌 자원 '총동원령'

최근 요소수 사태가 대표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을 통해 요소수 부족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신 회장의 특명 아래 베트남 8000t, 사우디아라비아 2000t, 일본 1000t, 러시아 500t, 인도네시아 200t 등 전 세계에서 요소 1만2000t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수출 중단 조치가 해제된 중국산 6500t과 정부를 통해 확보한 700t까지 합치면 총 1만9000t에 달한다.

롯데정밀화학이 요소수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동안 일본 현지에 확보해온 네트워크가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신 회장도 미쓰이화학에 직접 전화를 걸어 고순도의 요소 1000t을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종합상사도 그간 쌓아 올린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휘해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탰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상사 계열사 LX인터내셔널에 지시해 요소수 조달에 나섰고, 그 결과 중국과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전 세계 80여 개 해외망을 통해 구매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멕시코 등에서 총 18만 리터의 요소수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해외 출장 잇따라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으로 요소수 파동은 한고비 넘긴 상황이지만, 재계는 여전히 제2의 요소수 사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비롯된 것인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고, 수입처 다변화 방안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자 총수들이 직접 발로 뛰며 사태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의 경영 화두는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소원했던 고객사들과 직접 만나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북미 지역으로 출장에 나서 파트너사들과 만났다. 이 부회장의 방미는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행은 코로나19 백신 수급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모더나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 의장과 만나 백신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일본 불화수소 수출 규제나 화이자 백신 도입 지연 등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 해결을 실마리를 찾는 데 기여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도 미중간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미국 파운드리 제2 공장 신규 투자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중책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 밖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연달아 미국을 방문, 오너 경영인으로서 글로벌 인적 자본을 활용해 공급 질서의 변화상을 체감하고, 미래 구상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공급망 다각화는 숙명...재계 총수도 비상 경영 체제

총수들의 글로벌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영 화두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 세계 부품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가치 사슬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니어쇼어링(기업의 해외 생산공정을 본국과 가까운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도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연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비시장경제 체제 때리기에 나서며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에게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까지 봉쇄하며 중국과 가까운 기업들에 대해서는 보복성 무역 조치에 나서고 있다. 외신 등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최신형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장비 도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SK 뿐 아니라 시안에 삼성전자도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OLED 공장,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중국 공장 등도 미국의 무역 조치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미·중 관계가 앞으로 더 악화한다면 예외 적용받기 위해 미국 정관계 인사들과의 접촉 횟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주변 국가를 압박하기 위해 제2, 제3의 요소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중국 수입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에 달한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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