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취소"…수험생이 옳았다(종합)
정답결정처분 본안소송 수험생 측 승소"오류로 수험생 능력 평가 역할 못 해""정답 유지하면 수험생 불필요한 고민"법원, 당초 17일→15일로 선고 앞당겨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험생 A군 등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수능시험 정답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문제의 객관적 하자가 있지만 정답을 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평가원 측 주장에 재판부는 "거듭 계산을 정확하게 한다면 조건이 잘못된 것을 직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총 20문제를 푸는 수능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잘못 제시된 하자는 평균적 수험생 입장에서 답을 정하는데 실질적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일부 수험생들이 이 문제를 푼 방식은 출제자 의도와 일치하지 않았지만 논리성·합리성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한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 사이 유의미한 수학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답을 유지하기보다 취소하는 게 더 가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재판부는 "정답을 유지하면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보다가 오류를 발견하면 불필요한 고민을 할 것"이라며 "또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두지 않고 출제자가 의도한 방법을 찾는 데만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들을 토대로 재판부는 "이 사건 문제는 수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평가 지표로서의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시행됐다. 수능 이후 76개 문항, 1014건의 이의가 제기됐지만 평가원은 출제에 오류가 없다며 같은달 29일 최종 정답을 변동없이 확정했다. 이후 일부 수험생 및 학원가를 중심으로 "생명과학Ⅱ 20번 제시 문항에 모순이 있어 문제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 멘델집단을 가려내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제다. 출제오류를 지적하는 이들은 계산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기 때문에 보기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항에는 156건의 이의가 제기됐으나 평가원은 "문항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학업 성취 기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했다"며 정답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수험생들은 "평가원은 문항이 정답 선택에 있어서 방해가 안 된다고 했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정답 선택이 아니라 아예 답을 못 고른다"며 정답결정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신청인들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금전 등으로 보상할 수 없는 대입 합격 여부 결정이라는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생명과학Ⅱ 영역 점수 부분은 공란인 성적표가 10일 발행됐다. 당초 재판부는 오는 17일 본안 소송 선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학사일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로 선고기일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