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오류' 9번째→평가원장은 사퇴…수능 잔혹사 반복
과학탐구만 5번째…생Ⅱ만 2번째 불운모두 정답 처리 2014, 2017 이어 3번째강태중 원장 사퇴…중도 낙마 원장 7명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결국 사퇴 뜻을 밝히며 출제 오류 사태가 빚어질 때마다 출제기관 수장이 낙마하는 '잔혹사'도 반복됐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험생 A군 등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수능시험 정답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평가원은 문제에 객관적 하자가 있지만 풀이에 문제가 없다 주장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 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수능이 처음 시행된 1994학년도 이래 첫 출제 오류는 지난 2004학년도 언어(현 국어)영역 17번이다.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타우르스의 미궁' 두 지문을 읽고 답을 고르는 문제였는데, 평가원은 당초 '미궁의 문'(5번)만을 답으로 인정했으나 논란이 있자 3번까지 정답으로 추가 인정했다. 이로 인해 해당 수능이 치러진 2003년 12월1일 이종승 당시 평가원장이 물러났으며, 같은 달 17일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했다. 출제 오류에 이어진 감사원 특정감사 결과 학원 강사 출신 초빙교수가 출제위원에 참여했던 사실이 드러나는 등 공정성에 오점을 남겼다. 수능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가 생긴 것도 이 때부터다. 4년 뒤인 2008학년도 과학탐구 물리Ⅱ에서는 11번 문항에 출제 오류가 확인돼 복수 정답이 나왔다. 역시 당시 정강정 평가원장이 두 번째 임기 도중 낙마했다. 2010학년도 과학탐구 지구과학Ⅰ 19번에서도 복수 정답이 나왔다. 당시 김성열 원장은 즉시 물러나지는 않았지만, 해당 수능 시행 1년여 뒤인 2011년 2월 사퇴하면서 3년 임기를 다 채우지는 못했다. 2014학년도 사회탐구 영역 세계지리는 1심에서 평가원이 이겼으나, 2심에서 평가원이 패소하며 1년 만에 대입 결과가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평가원은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내용을 정답으로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NAFTA의 규모가 더 컸다.
당시 성태제 원장이 임기를 마친 후라 후임자인 김성훈 원장에게 불똥이 튀게 됐다. 여기에 2015학년도 수능에서 외국어(현 영어), 생명과학Ⅱ에서 출제 오류 문항이 2개나 발생하자, 책임을 지고 취임 7개월만인 2014년 11월 물러났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외국어 영역 25번, 생명과학Ⅱ 8번이 모두 복수 정답 처리됐다. 이의신청 기간 동안 문제가 제기돼 바로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한국사 14번, 물리Ⅱ 9번에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 한국사는 복수 정답, 물리Ⅱ는 모두 정답 처리했다. 당시 김영수 원장은 이듬해인 2017년 6월말 임기 3년을 못 채우고 물러났다. 이날 사퇴를 밝힌 11대 강태중 원장은 지난 2월22일 취임한 지 10개월 만에 낙마하게 됐다. 임기 3년을 다 채운 원장은 1대, 4대, 7대, 그리고 10대 4번이다. 법원 결정으로 생명과학Ⅱ 20번은 정답 없음(전원 정답) 처리됐다. 이런 사례로는 역대 세 번째가 됐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현재까지 과학탐구 영역에서만 5번의 출제 오류가 있었다. 나머지 4개는 국어, 영어, 한국사, 사회탐구 영역(세계지리)에서 나왔다. 생명과학Ⅱ는 2015학년도 수능(8번, 복수정답 처리)에 이어 두 번째 출제 오류 발생 과목이 됐다. 평가원 측은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항소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정답 결정 처분에 대한 소송이었기에 법원 판단이 최종적 처분이며, 적절한 정답은 없음 처분해 성적을 재 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