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北 다음 신무기는…'사거리 긴' 고체연료 ICBM 주목
김정은 지난해 고체연료 엔진 과제로 제시이란 고체연료 미사일 기술 입수 가능성고체연료 기술 아직 확보했다는 관측도북한의 다음 ICBM 시험 발사에 세계 촉각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다음에 내놓을 신무기가 무엇일지를 놓고 궁금증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극초음속 활공체(HGV), 수중 및 지상발사 고체연료 엔진 활용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이라는 5대 과업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전술핵무기, 극초음속 활공체, 고체연료 엔진, 수중발사 전략무기 개발 등이 진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탄도미사일에 주목하고 있다.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활용하는 ICBM이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체연료 ICBM 등장 여부를 살펴보기에 앞서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 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해 연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간 '한국군사'에 특별기고한 '북한 신형 전술 미사일(개량형 KN-23)의 기술평가 및 함의'라는 글에서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 진화 과정을 소개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은하 9호 위성발사체의 엔진을 역설계해 액체연료를 쓰는 백두산엔진(러시아 RD-250 쌍둥이 엔진 기반)을 개발했다. 북한은 수차례 지상연소시험과 3번에 걸친 시험 발사 실패 끝에 2017년 5월 중장거리 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은 같은 해 7월에 화성-14형, 11월에 화성-15형이라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고체추진제 기반 탄도미사일은 기존 액체추진제 기반 탄도미사일에 비해 군 작전 운용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효율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 고체추진제 로켓은 효율성이 높아 같은 크기의 액체추진제 로켓에 비해 더 먼 사거리를 제공한다. 이동식 고체추진제 로켓을 탑재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성능을 얻을 경우 이는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고체추진제 로켓이 달린 ICBM이 개발 완료되면 북한은 미국의 감시 정찰망을 피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활용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고체추진제 기반 미사일을 개발해왔을까. 북한은 고체추진제 기반 KN-02 단거리 미사일을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뒤 이를 역설계해 고체추진제 로켓 모터 기술을 개발했다. 2016년 3월에는 고체추진제 로켓 모터에 대한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했다. 이어 2016년 8월 2단 고체추진제 북극성-1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2017년 2월12일에는 북극성-1형과 거의 유사한 길이에 직경만 30㎝ 확장된 북극성-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들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은 액체추진제 로켓을 쓰는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과 달리 고체추진제를 사용해 신속성과 발사 운용 능력을 강화했다. 2019년 8월에는 북극성-1형보다 큰 형상의 고체추진제 기반 북극성-3형 SLBM이 발사됐다. 이후 2020년과 2021년 열병식에서 크기가 커진 북극성-4형과 북극성-5형 SLBM이 공개됐다. 이는 북한 고체추진제 로켓 모터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1년 3월에는 2.5t짜리 고위력 탄두가 탑재되는 개량형 KN-23이 시험 발사됐다. 이 미사일에는 지금까지 북한이 공개한 고체추진 미사일 중에 가장 큰 고체 로켓 모터가 장착됐다. 북한이 이처럼 급속도로 고체추진체 로켓 기술을 향상시킨 배경은 무엇일까.
장 교수는 "북한이 스커드나 노동미사일 같은 액체추진제 기반 미사일 기술을 이란에 제공하고 반대로 고체추진제 미사일 기술은 이란이 북한에 제공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라면서도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증거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이 그간의 기술 향상을 바탕으로 조만간 대형 고체추진제 로켓 모터를 탑재하는 중장거리 고체추진제 탄도미사일을 등장시킬 것이라고 봤다. 장 교수는 "고체추진체 ICBM을 개발하려면 길이 12~15m, 지름 2m 이상인 대형 고체 로켓 모터가 개발돼야 한다"며 "북한은 단거리 고체연료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고체추진체 ICBM 개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이 고체추진제 기반 ICBM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신 위원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화성-8형 및 신형 반항공미사일 시험 발사 평가와 함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9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고체연료 엔진 탄도미사일을 개발·공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그다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앰플화 연료주입·저장체계를 개발한 것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노후화된 스커드·노동 계열 액체연료엔진 탄도미사일을 도태·폐기하고 신형 고체연료엔진 탄도미사일을 양산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기화된 대북 제재 등으로 악화된 북한의 경제여건으로는 이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의 고체추진제 관련 기술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급 이상 고체추진제 로켓 관련 기술(고도의 유도조종 관련 기술 포함)이 아직은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신 위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과도기적인 차원에서 액체연료엔진의 장점(추력 제어를 통한 유도조종 용이)과 고체연료엔진의 장점(추진제 先 탑재·장기저장에 따른 운용성 높음)을 모두 갖는 앰풀화된 연료주입·저장체계를 개발했다는 게 신 위원의 분석이다.
신 위원은 그러면서 "북한의 전형적인 진화적 개발방식을 고려하면 IRBM급의 전 단계인 북극성 계열의 고체연료엔진 SLBM(사거리 대략 2000~3000㎞ 추정)의 추가 시험 발사를 통해 관련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고 이를 성능 개량해 다음 단계인 고체연료엔진 IRBM급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북한의 고체추진제 로켓 장착 ICBM 개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세계 각국은 북한의 다음 ICBM 시험 발사를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 ICBM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5일 '국제질서 재건을 둘러싼 경쟁' 보고서에서 "북한은 미국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지상 고체연료 ICBM을 노출시키거나 북극성 개량형 SLBM의 실험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신형 ICBM의 발사시험은 2022년도에도 자제하고 대신 SLBM 테스트에 주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지난 4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이 올해 ICBM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ICBM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미국인이나 정책 입안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에 복귀하면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확실한 수단으로 ICBM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은 12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이 탁자를 두드리면서 관심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미사일을 시험하고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며 "그들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과 핵 역량 시험을 재개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미국과 북한은 현재 위험한 상황에 있고 북한과의 현상유지는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