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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1만명 전국 최대 규모 '기지촌' 경기도 [③기지촌여성, 그들은 지금…]

등록 2022-02-07 14:00:00   최종수정 2022-02-14 09: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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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80년대 도내 '미군 위안부' 한 해 평균 약 1만 명

사회적 낙인과 생활고 등 이중고에 시달려

경기도의회, 전국 최초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 제정 2년째 답보

공신력 있는 기관의 피해 조사VS단체 확인만으로 가능...지원 대상자 선정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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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당시 경기 의정부 캠프 스탠리 인근 기지촌 일명 '빼뻘마을'. (사진=두레방 제공)

[수원=뉴시스]박상욱 이병희 기자 = ①'양공주, 양색시'...고독 택한 70대 노인의 쓸쓸한 죽음
②'나는 위안부입니다...'같이 도망갈래? 따라 들어선 기지촌
③전국 최대 규모 기지촌 경기도…사회적 낙인, 생활고 등 이중고
④원고 엄숙자 외 122명, 피고 대한민국
⑤현대사의 비극이자 희생양…국가와 경기도 공식 사과 필요


 ◇경기도내 기지촌의 실태

경기도 북부 및 평택 안정리 등 곳곳에 미군기지가 배치되면서 과거 파주, 연천, 포천, 동두천, 평택 등에 형성된 기지촌 규모도 전국 최대였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경기도 기지촌여성 생활 실태 및 지원정책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경기통계연보'에 나타난 경기도 기지촌 '미군 위안부'는 한 해 평균 약 1만 명이다.

대표적 접경지역인 파주에는 1960년대까지 가장 많은 미군기지가 있었다. 1970년대 들어 미군 감축과 재배치로 이 지역은 쇠퇴했고, 반면 경기북부 동두천과 경기남부 평택은 파주 및 인근지역의 병력이 이동하면서 1970년대 이후 오히려 활황을 맞았다.

1961년 경기도는 ▲위안부 집단교도 ▲성병예방을 통한 달러 획득 ▲유엔군 사기진작 등을 위해 보건사회부에 기지촌 성매매업소 허가권한 이관을 요구, 보건사회부는 이를 승인했다.

이에 업소와 위안부 허가는 경기도지사 명의로 이뤄졌으며, 성병관리소는 경기도 산하 지방정부 조례에 의해 설립됐다.

결국 경기도는 직접 유엔군의 성적 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 공급했던 '미군 위안부' 통제의 주요 행위자였던 셈이다.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대표는 "경기도에 가장 많은 기지촌 여성이 있었고, 당시 경기도는 가장 적극적으로 '손발'이 돼 움직였던 조직이다. 중앙정부가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한술 더 떠서 지방공무원을 독려해 성병관리소를 운영하고, 여성들에게 페니실린을 주사했던 게 경기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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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5월 미군 통신대(Signal Corps)가 부산 태평양지구사령부(PAC, 276Pacific Area Command) 구역에서 유엔군 '위안소'로 추정되는 성매매 업소(houses of ill repute)를 촬영한 사진. 철거 예정 성매매 업소의 대기실. 박정미. 2019. 「건강한 병사(와 ‘위안부’) 만들기: 주한미군 성병 통제의 역사, 1950-1977년」. 『사회와 역사』124. 278쪽에서 재인용.

 ◇경기도, 전국 최초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 제정…2년째 답보

기지촌 여성들은 사회적 낙인과 생활고로 지금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실태조사 대상 기지촌 여성 137명 가운데 63.5%가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신체적 건강문제 29.2%, 정서적 문제는 5.1%였다.

이들에게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어떤 이유로 받지 못했는지' 질문한 결과 51.7%는 '치료비가 없어서', 13.4%는 '진단받거나 치료 과정이 두려워서', 13.4%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동행할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앞서 경기도는 2020년 5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김종찬(더불어민주당·안양2)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안은 기지촌 여성의 복지 향상과 생활안정을 위한 도지사의 책무와 대상자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한다. ▲주거지원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의료급여 ▲간병인 지원 ▲장례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기지촌 여성 지원 단체와 피해 여성들을 직접 만나 경기도 차원의 실태 조사와 지원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지촌 여성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은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기지촌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타당성·기존 제도와의 관계 등을 협의해야하는데, 도는 조례 제정 이후 1년3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12일에서야 협의를 시작했다. 실태조사, 기지촌여성지원위원회 구성 등 절차가 1년 넘게 걸렸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24일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협의를 마쳤지만, 사실상 올해도 기지촌 여성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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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발족식. (사진=햇살사회복지회 제공)

여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지원 대상자 선정 문제다.

경기도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나 전문 조사단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정확한 피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단체가 조사한 내용만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과거사다 보니 대상을 특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민간단체에서 조사한 내용이 있지만 지자체에서 이 내용을 토대로 지원할 수는 없다"며 "경기도가 첫 사례를 만드는 일인 만큼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체적으로 조사단을 꾸리거나 진실화해위(이하 진화위)를 통하는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지촌 여성 지원 단체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피해 생존자의 피해자성 입증을 진화위에 떠넘길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단체에서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각 단체는 피해자들의 과거 진술 등을 토대로 확인 절차를 거쳐 관리하고,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역별 기지촌 간 이동이 빈번했던데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자료를 축적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조사 작업을 통해 피해자를 찾는 것또한 사실상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1986년부터 기지촌 여성을 지원해온 의정부 '두레방' 김은진 대표는 "대부분 기지촌 여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외롭고 힘들게 살고 있다"며 "경기도에서 지원조례가 생겼지만, 지원은 아무것도 없다. 다들 연세가 많아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하루 빨리 지원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책임감을 갖고 기지촌 여성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지촌 여성들의 갖가지 사연이 많지만 어떻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들이 나타난 만큼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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