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한달]①붕괴·추락부터 급성 중독까지...수사도 줄줄이
법 시행 후 삼표산업 필두로 중대산재만 9건판교 승강기·인천 항만 등 적용 애매한 사례도고용부, 사고 유형별로 자료 확보·수사 집중수사 방대해 과부하 우려도…인력 충원 필요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동안 붕괴, 추락 등에 이어 급성중독까지 산업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법 시행 초부터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잇따르며 고용 당국은 대응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일부 사고의 경우 법 적용이 애매한 측면이 있어 수사의 어려움과 논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고용노동부가 현장에 기존 대비 2배 이상의 인력을 투입하면서 과부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적용될 것을 감안하면 관련 인력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법 적용 중대산재만 9건…고용부, 수사 '속도' 26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법이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는 총 9건으로 확인됐다. 법 시행 직후인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로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삼표산업이 가장 먼저 1호 처벌 기업의 오명을 쓴 데 이어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2월8일), 여천NCC 공장 폭발(2월1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 추락 사고(2월16일)가 발생했다. 인천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도 근로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2월16일)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경남 고성군 조선소 내 삼강에스앤씨(2월19일)와 쌍용C&C 동해공장(2월21일)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고, 제주대 생활관 공사현장(2월23일)에서도 굴뚝이 무너지면서 굴착기 기사가 숨졌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첫 직업성 질병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16일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속자재 제조업체 두성산업에서는 근로자 16명이 급성중독으로 직업성질병 진단을 받았다. 중대재해법은 유기화합물에 노출돼 발생한 경련, 급성 기질성 뇌증후군 등을 급성중독으로 규정하고 법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고용부는 9건의 사고와 관련해 법 적용 대상임을 확인하고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법을 두고 시행 전부터 산업계와 법조계 모두에서 논란이 컸고 법 적용에 따른 여파에 눈길이 쏠린 만큼 고용부는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표산업 대표이사 입건을 시작으로 여천 NCC 본사와 두성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판교 승강기 추락 사고 관련 사망자가 속한 업체와 공동 작업을 진행했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여부를 현재 검토 중이다.
◆일부 사고는 법 적용 어려워 논란…수사 '과부하' 우려도 그러나 일부 사고와 관련해서는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판교 승강기 사고의 경우 건설사인 요진건설산업이 원청이어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만, 사망한 근로자가 소속된 설치업체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 제조사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승강기 설치 공사는 제조사와 설치업체가 공동수급으로 진행하고 있어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안전 책임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해당 공사 금액이 5억원 미만이라는 이유에서 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사업장에 대해선 2년간 유예를 두고 있다. 지난 12일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발생한 차량 충돌 사고 역시 중대재해법 적용은 어렵다는 게 고용부 입장이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화물고정 작업 도중 컨테이너트레일러에 치여 숨졌는데, 화물고정 작업의 경우 항만 내 안전관리 책임을 진 하역사업자가 아닌 선주와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다. 중대재해법이 원청의 의무를 부과하게 되는 계약 형태는 도급·용역 등으로 해석되는데, 이 업체가 선주와 맺은 계약은 이 같은 형식에 부합하지 않고, 해당 계약관계에서 선주를 원청으로 볼 정도의 지배 개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같은 이유로 지난 11일 한솔페이퍼텍에서 발생한 차량 전복 사고에 대해서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법 시행 초기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용부는 현장에 기존 대비 인력을 늘려 투입하는 등 자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산안법과 달리 중대재해법의 경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방대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법이 적용되고 이들 사업장의 규모가 50인 이상 사업장 대비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근로감독관은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지는 의무자이고 이에 대한 수사가 산안법 대비 몇 배나 방대한 만큼 사건이 한번 터지면 기존 대비 2배 이상의 인력이 현장에 나가 조사하는 상황"이라며 "디지털포렌식 장비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수사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정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 시행에 대비해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시키고 지방노동관서에 7개 광역중대재해관리과를 신설했다. 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중대재해 전담 인력은 110명이 증원된 815명이다. 다음 달 14일을 기점으로 경력직 채용 등이 완료되면 충원율은 99.8%가 될 것으로 고용부는 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사의 표준화와 경험을 쌓기 위해 사고 발생 시 최대한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력 수요가 어느 정도 될지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내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확대 적용 등을 감안해 추가로 필요한 인원을 산정하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