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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체크 "'새롭기만 해야한다'는 생각은 집착"

등록 2022-03-06 09:24:14   최종수정 2022-03-21 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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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정규 앨범 '블리치' 호평

성서 속 7대 죄악 테마로 삼은 NFT도 발행

"누구의 음악적 취향이 더 좋은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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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글렌체크. 2022.02.03.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렉트로닉 듀오 '글렌체크'(Glen Check)'는 유행을 연주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생활하다 부산국제고 밴드부에서 만난 두 멤버 김준원(31)·강혁준(31)이 결성한 이 팀은 2011년 첫 EP '디스코 엘리베이터(Disco Elevator)'로 데뷔했다.

2012년 2013년 각각 낸 1집 '오트 쿠튀르'와 2집 '유스!'로 반향을 일으켰다. 일렉트로닉과 록이 절묘하게 배합된 음악은 세련됨으로 트렌드를 이끌었다. 각종 광고에 삽입되며 대중적으로 흥행했고, 음악적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대중음악상'(KMA)에서 2년 연속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으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영상, 패션 등 각종 여러 분야에서 이들과 협업을 요청했다.

9년 만의 정규앨범인 3집 '블리치(Bleach)'를 최근 발매했는데 긴 공백기가 느껴지기는커녕, 시대의 흐름과 조우하며 여전히 새로운 것을 장전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신호음을 시작으로 점점 미스터리한 사운드로 심장 박동을 고조시키는 첫 트랙 '애시드 테스트(Acid Test)'를 듣는 순간부터 "드디어 글렌체크가 돌아왔다"며 감탄하게 된다.

앨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근사한 일렉트로닉의 비트에 감성적인 멜로디 선율이 얹어졌고, 사운드 사용의 스펙트럼이 한층 더 넓어졌다. 그건 결국 음악으로부터 자유였다.

올해 초엔 분노·질투·탐욕·나태·욕정·폭식·오만, 즉 성서 속 7대 죄악을 테마로 삼은 NFT(대체불가토큰) 7777개를 발행했다. 대형 K팝 아이돌 기획사부터 대중음악계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NFT계로 진출하고 있는데, 글렌체크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글렌체크는 무엇보다 대중의 가진 취향을 발굴해내는 묘수가 있다.

최근 두 멤버는 서면 인터뷰에서 "'새롭기만 해야한다'는 생각은 집착이라는 것을 깨닫고, 필요 이상의 생각을 내려놓은 뒤 자유롭게 창작해서 나온 앨범이 '블리치'"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햇수로 9년만의 정규앨범입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앨범을 구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매 앨범마다 새로운 콘셉트로 돌아오는 것을 고수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소비했습니다."

-이번 앨범 제목 '블리치'는 '표백하다'는 뜻입니다.

"머릿속을 표백 혹은 탈색해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는 의미에서 지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 고민을 지나치게 하다보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많이 느꼈습니다. 세상 사람들 역시 걱정해도 변하지 않을 것들을 구분해서, 자신을 지나치게 고통스럽게 하기보다 당장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다보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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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글렌체크 '블리치' 커버. 2022.03.06.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 발매를 앞두고 무려 4장의 싱글을 공개했습니다. 많아야 2장의 싱글을 공개하는 흐름인데 4장을 먼저 공개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스타일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정규에 공개할 곡 수가 많아 아낌없이 선공개를 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빨리 들려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말씀하신 대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곡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먼저 공개하면 전체 앨범이 나왔을 때 더 재밌을 거 같다는 의도 또한 있었습니다."

-지난해가 데뷔 10주년이었습니다. 소감은요? 지난 번에 싱글을 내시면서 준원 씨는 '10년 가까이 음악 신에 몸 담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두려운 감정도 들었다. 이번 앨범은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기 위한 곡의 모음집'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즐겁기도 두렵기도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을 낼 때마다 그런 감정이 교차하게 되는데요, 이번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역시 두려운 마음이 컸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두려움이나 막연한 걱정은 실체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지금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면 '언젠간 우리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방법은 없으니 해보자' 이런 마음가짐이었습니다."

-10년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점,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다.

"뒤돌아보면, 성취한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과 같은 여러 상도 수상하고 미국의 SXSW, 일본의 서머 소닉(Summer Sonic), 프랑스의 뉘 소로르(Nuits Sonores), 홍콩의 클락켄플립(Clockenflap), 미국 CMJ, 등 많은 해외 페스티벌에 초청 받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는 이번 앨범을 완성한 것이 가장 보람되게 느껴지네요.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정규 2집과 3집 사이에 미니앨범 '익스피리언스'가 있었습니다. 이 앨범은 글렌체크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저희가 만들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층 심화시켜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글렌 체크 익스피리언스(The Glen Check Experience)' 앨범을 만들며 습득한 다양한 음악적 재료와 스킬은 이번 '블리치' 앨범을 만들면서 큰 힘이 됐습니다."

-글렌체크에게서 영향을 받은 전자음악 팀도 다수 등장을 했습니다. 두 분이 보실 때 과거의 전자음악 제작 환경과 지금의 전자음악 제작 환경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의 대중음악 신(scene)이 다채로워지는 것은 굉장히 반가운 일입니다. 음악 제작 프로그램 그리고 가상악기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접할 수 있는 많은 양의 음악적 지식을 고려하면 말그대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수록 누가 악기 연주를 잘하고, 작곡 지식을 많이 아느냐가 아닌 누구의 음악적 취향이 더 좋은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전자음악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사이에 '전자음악 선구자'인 다프트 펑크 같은 팀이 해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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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글렌체크. 2022.03.03.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프트 펑크는 저희도 굉장히 존경하는 팀으로서 해체를 했을 때 많이 슬펐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앨범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Random Access Memories)'는 기존의 앨범과는 다르게 라이브 성향의 곡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그들이 동경하고 자신들의 음악의 재료로 써온 80's 디스코(Disco)의 라이브 사운드를 담고 해체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자음악 판도 또한 계속 그래왔듯이 라이브 그리고 디지털 사운드의 경계를 오가며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NFT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신데요. NFT에 관심을 기울이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NFT과 음악 작업과 음악 산업에 각각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음악이라는 무형의 예술품을 담는 형태는 바이닐, 카세트 테이프, CD, Mp3 등 항상 변화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NFT는 현재 미술 작품 위주로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 음악 산업에 미칠 영향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와 어울리는 부분이 많았고 펜데믹으로 인해 실제로 만나기 힘든 시대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재밌는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형 K팝 기획사들도 NFT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 글렌체크의 NFT가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요? 글렌체크의 NFT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 있을 거 같은데 모티브를 삼은 거나 영향을 받은 세계관이 있을까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와 NFT의 형태를 접목해 저희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더불어 음악을 하는 그룹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 다른 제작자들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음악과 비주얼적인 요소를 접목해온 팀으로서 앞으로 선 보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NFT와 함께 현 대중음악계에 큰 영향을 준 것이라면 코로나19일 겁니다. 이 감염병이 글렌체크에게 어떤 고민을 안겨줬나요?

"공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삼아 디지털 세상에서나마 그 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더 많은 보여주려고 합니다. NFT 제작도 그런 의도 중 하나였고 저희 유튜브 체널에서 또한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해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데뷔 때부터 글렌체크는 상당히 앞서 간 팀입니다. 이미 영상, 패션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고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받았죠. 지금이야 이런 협업이 자연스런 일이 됐지만요. 음악이 예술 분야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예술 분야는 서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디 슬리먼이 록 신에서 영감을 얻어 옷을 디자인하고 앙리 마티스가 바흐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음악 역시 다양한 분야의 예술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특히 비주얼 아트에서 영감을 많이 얻고는 하죠.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영상을 먼저 제작하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두 분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입니다. 그간 서로에게 어떤 믿음이 쌓였는지요. 정규 3집 작업을 마친 지금 서로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서로 멤버이기 이전에 가장 친한 친구이기에 지금까지 함께 긴 여정을 함께 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함께 맞이하게 될 텐데 기쁜 일도 힘든 일도 이제는 그냥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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