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남북한 군비 경쟁, 군사 정찰위성 분야로 확대
北, 첫 군사 정찰위성 발사 준비 지속 중한국군, 정찰위성·초소형 위성 계획 마련정찰능력 열세 절감한 北, 위성 개발 가속실시간 지도 정보, 北 미사일 공격에 활용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지난달 27일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 지역에 대한 수직 촬영과 경사 촬영을 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고분해능 촬영 체계와 자료 전송 체계, 자세 조종 장치들의 특성과 동작 정확성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이달 5일에는 위성 자료 송수신 체계, 조종 지령 체계와 관련해 지상 위성 관제 체계들의 신뢰도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10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직접 찾아가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11일에는 김 위원장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한 사실이 공개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에서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 동기 극궤도에 다각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태양 동기 위성이란 극궤도 위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남극과 북극의 상공을 통과하는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같은 지역을 하루에 두 번 이상 지나므로 자주 관측할 수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정찰위성은 하루에 2~4번 한반도를 통과하니 시간 간격을 둬서 5개 정도 올려 놓으면 항상 한반도 상공에 한 개 이상의 위성이 지나가는 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간 한국군의 무기 개발 동향을 주목하며 경쟁 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한국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자 북한은 10월 신형 SLBM을 쏘며 견제했다. 이런 경쟁이 이제 정찰위성 분야까지 확대된 셈이다. 실제로 한국군은 정찰위성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군은 그간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를 비롯해 금강과 백두(RC-800), 새매(RF-16) 등 정찰기를 띄워 북한 지역 영상을 획득해왔지만 아무래도 정찰기는 정찰위성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한국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해 7월 소형 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에 쓰일 고체 추진기관을 대상으로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한국군은 이달 중으로 군 정찰용 소형위성에 활용할 수 있는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를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한국군이 이처럼 위성 발사 사업을 순조롭게 진척시키자 북한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남북한이 정찰위성에 목을 매는 것일까. 이를 위해 위성의 종류와 용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민간 위성 영상은 지도 제작, 환경·자원 감시, 국토 관리 등에 활용되기 때문에 촬영 대상이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반면 군은 적 주요 시설이나 핵심 표적 관련 영상 정보만 수집한다. 이를 위해 군사 정찰위성은 수집 대상에 대한 주기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군 정찰위성 임무는 ▲군사 핵심표적에 대한 도발 징후 감시와 식별 위한 위성영상 정보 획득 ▲적 지역 핵심표적에 대한 영상정보 수집과 표적정보 지원 ▲감시권 내 주변지역·국경지역 군사 활동 감시 ▲필요시 해외 파병지역에 대한 영상정보 수집·제공 ▲국가적 재난재해 예방과 대응지원 위한 정보 수집 등이다.
미군은 정찰위성이나 무인 정찰 드론을 활용해 북한을 들여다보며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과 이동식 발사대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찰위성은 하루 3~4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북한을 감시한다. 일본이 보유한 정찰위성은 미국 정찰위성이 지나가지 않는 시간대에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은 미일 정찰위성의 활동에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까지 정찰위성을 띄운다면 북한으로서는 작전 측면에서 큰 제약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무성은 일본을 겨냥해서도 "일본은 우리가 1998년 평화적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하자 법석을 떠들어 대며 2003년에 첫 간첩 위성을 발사한 후 현재까지 7개를 가동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10개로 구성된 정찰위성 체계를 구축하려 획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역시 지난 7일 기관지인 조선신보를 통해 "조선은 첩보위성을 수없이 발사해 세계 곳곳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는 미국과 교전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선전 매체 메아리는 9일 "정찰위성은 특정한 몇몇 나라들만 점유해야 하는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며 그에 대한 개발도 그 어떤 나라나 기구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일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데이터 안보와 디지털 패권 경쟁: 신흥 안보와 복합지정학의 시각' 논문에서 "북한이 정찰위성을 얻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 앉아서 한국에 전개되는 전략자산과 표적, 이동상황을 모두 다 볼 수 있다. 한반도를 하루에 2~3차례 통과하면서 괌과 일본의 항공모함 이동까지 볼 수 있고 미국까지도 감시가 가능하다"며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전역을 탐지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갖게 된다면 이는 단순히 정찰능력 향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미사일 위협도 한층 고조된다. 북한은 정찰위성으로 한국 내 주요 시설 위치를 세부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타격할 대상과 정확한 탄착 지점 등을 더 세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그동안 개발한 다양한 신형 유도무기와 현재 개발 중인 신형 정찰감시 자산의 통합적 운용을 통해 다양한 신형 유도무기의 실질적, 운용적 효과를 더욱더 제고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지난 10일 국가우주개발국 방문 때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감행되는 미 제국주의 침략 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 행동 성격을 철저히 감시, 감별하고 정황 관리 능력을 높이며 해당 정황에 따라 국가 무력의 신속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우리 당이 중시하는 국가 방위력 강화에 관한 전략 전술적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찰위성을 통해 확보한 실시간 지도 정보를 활용해 미사일 공격 목표를 신속하게 정하고 타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