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BTS RM 소장품도 전시

등록 2022-03-23 15:10:00   최종수정 2022-03-29 09:58:5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4일 개막

유족 기증 141점+드로잉 등 240여점 전시

비운의 천재 조각가 조명...7월 광주로 순회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22일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방탄소년단 RM의 소장품인 권진규의 1965년 작품 '말'이 전시됐다.  1965년경, 점토에 채색, 29×45×15cm, Horse, ca. 1965, Painted clay, 29×45×15cm, Private Collection. 2022.03.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권진규(1922~1973)는 어떤 사조나 분위기에도 휩쓸리지 않고 확고하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였다."

국내 '현대 조각 거장'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전을 펼친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권진규의 작품에 내재한 동시대적 의미를 편견 없이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24일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하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전은 1950년대 주요 작품과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조각, 회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총 240여 점을 선보이는 최대 규모 전시다.

지난해 유족이 기증한 작품(총 141점)과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리움 등 기관과 개인 소장자로부터 대여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중에는 방탄소년단 RM의 소장품이 포함되어 있어 화제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말 조각으로 권진규가 1965년쯤 작업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RM의 소장품인 조각 '말'은 고양이, 닭 등 동물상들과 함께 전시된 '수행'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RM 소장품 전시와 관련 전시를 기획한 한희진 학예사는 “RM이 '말'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연락했는데, 권진규 조각가를 좋아한다며 RM이 흔쾌히 작품 대여를 허락해 전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 개막을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2.03.23.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 개막을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2.03.23. [email protected]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 전시는?

전시 제목  ‘노실의 천사’는 1972년 3월 3일 '조선일보' 연재 기사 '화가의 수상'⑧에 실린 권진규의 시, '예술적藝術的 산보_노실爐室의 천사天使를 작업作業하며 읊는 봄, 봄'에서 인용했다. 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이 시에서 ‘노실의 천사’는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아틀리에의 천사, 즉 그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로 볼 수 있다.

전시는 이 시를 바탕으로,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반영하여 시기별로 입산(入山, 1947~1958), 수행(修行, 1959~1968), 피안(彼岸, 1969~1973)으로 전개된다.
 
▲입산은 1947년 성북회화연구소 시절부터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에서 수학, 연구생활을 하던 시기로, 일본 최고의 재야단체 공모전인 니카전에서 특대를 수상하면서 미술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서 결실을 이룬 시기다. ▲수행은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국해 손수 아틀리에를 짓고 하루를 아침,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누어 아침과 밤에는 구상과 드로잉, 오전과 오후에는 작품을 제작하는 등 수행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반구상의 부조작품과 독자적인 여성 흉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전개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피안의 시대는 전통 재료인 건칠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용하여 건칠작품에 매진했던 권진규의 작업세계를 소개한다. 1971년 불상, 비구니 등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나 반응이 좋지 않아 좌절하면서 작업보다는 불교에 침잠하다가 원하는 일들이 무산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천재 작가'로 조명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 개막을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작품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2022.03.23. [email protected]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권진규는 흔히 리얼리즘 조각가로 알려져 있으나, 그가 추구했던 것은 사실적인 것도, 아름다운 것도 아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혼, 영원성이었다"면서 "권진규는 구상과 추상,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종래에는 이를 무화無化하는 작품, 즉 그의 시구, “진흙을 씌워서 나의 노실에 화장하면 그 어느 것은 회개승화하여 천사처럼 나타나는 실존”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공간은 권진규의 아틀리에와 1965년 신문회관에서 개최한 1회 개인전 작품 전시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삼공블록과 벽돌을 이용해 우물과 가마를 형상화하여 마치 관람객이 아틀리에에서 그의 작업세계 전반을 살펴보는 것처럼 구성했다.

권진규에게 결국 천사인 말을 포함한 동물상, 여성 두상과 흉상, 자소상, 부처와 예수상, 승려상, 기물 등 다양한 작품과 함께 도서와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권진규의 소장책 중 면밀히 살핀 흔적이 있는 도서와 여러 언어로 쓴 드로잉 북을 번역해 전시장에 비치했다. 창작의 순간에 남긴 메모와 기록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의 드로잉 북을 영인본으로 제작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서울전시는 5월 22일까지 열린다 이어 광주시립미술관으로 옮겨가 7월 26일부터 10월 23일까지 순회전을 이어간다. 2023년에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상설전시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 개막을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2.03.23.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 개막을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2.03.23.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 개막을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2.03.23.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 개막을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2.03.23. [email protected]


◆'비운의 천재 조각가' 권진규는 누구?

1922년 4월 7일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1945년부터 서울에서 살기 시작했다. 1947년 이쾌대가 개설한 성북회화연구소에 들어가 미술을 배웠다. 1948년 형 진원의 간병을 위해 일본으로 밀항해 들어갔고, 1949년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했다. 1953년 졸업하던 해 일본 이과전(二科展)에서 석조 '기사'(1953), '마두 A'(1952년경), '마두 B'(1953년경)를 출품, 특대의 상을 수상했다.

1959년 귀국하여 성북구 동선동에 아틀리에를 손수 설계해 짓고 1973년 5월 4일 떠나는 날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자기만의 ‘자기류’를 추구, 석고-브론즈-목각-석조-테라코타-건칠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한국적 리얼리즘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51세인 1973년 성북구 동선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원의 얼굴'(1968), '손'(1968), '십자가 위 그리스도'(1971)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2009년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의 창립 80년 역사가 배출한 졸업생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고려대학교박물관 등 국내 유수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