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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푸틴의 핵공갈에 놀아나선 안된다"

등록 2022-03-23 11:23:57   최종수정 2022-03-23 12: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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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서방 못지않게 러시아도 핵전쟁 두려워해

러시아 핵독트린 러본토 공격 당할 때 핵사용 규정

NATO 우크라서 러군과 교전해도 핵공격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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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만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2022.02.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 핵부대에 "대기 명령"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푸틴이 궁지에 몰린 나머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핵전쟁을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자칫 재앙적인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푸틴이 미국의 핵공포를 악용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핵위협에 놀아나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칼럼 요약이다.

미국인들이 푸틴의 핵 전쟁 발언에 떨고 있다.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핵전쟁으로 문명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이의 핵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될 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다. 이처럼 심각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미 정책 담당자들이 본능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핵전쟁 위험을 높이는 모든 행동을 회피하고 있다.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푸틴이 이런 공포를 조성해 서방의 강력한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전쟁 독트린은 공개돼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 본토가 비핵무기의 공격을 당할 위험이 있을 경우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푸틴은 공개적으로 이를 재확인했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방어에 개입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국에 대한 위협"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한계선임을 재차 강조했다. 푸틴은 나토의 우크라이나 개입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러시아가 곧바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나토가 개입하면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수 있다. 그러나 나토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고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기에 충분한 군사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개입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개입하면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주장을 반박하려는 것이다.

당국자들이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교전으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인식을 확산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의회 증언에서 미 정보 책임자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면 핵전쟁의 위험이 커진다고 한 발언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한계선이라는 러시아의 핵 독트린에 맞지 않는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전술핵무기가 나토보다 많다. 그러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세가지 억제 요인이 있다. 첫째, 지금까지 봐 왔듯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재래식 무기로 초토화시킬 능력이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둘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에 핵공격을 하면 러시아는 영원히 세계에서 고립될 것이다. 셋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나토군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나토회원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로부터 핵보복을 당할 것이다.

미국이 핵전쟁의 위협을 무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도 나토 못지 않게 두려워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푸틴의 베팅과 미국의 과도한 공포로 이같은 현실이 가려져 있다. 러시아군 전략가들은 미국이 탁월한 다층적 핵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믿는다. 미국의 전세계 정보, 정찰, 감시 능력이 러시아보다 월등하다. 이를 활용해 전세계의 목표를 핵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타격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핵보복을 피하는 정밀 공격으로 말이다. 미국은 또 어떤 경우에도 러시아의 지상 전략억지력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핵공격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파괴되지 않은 미사일로 공격해오더라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으로 요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러시아는 그렇게 믿고 있다.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발언에 깜짝 놀라는 서방의 반응은 그가 나사를 풀기 시작했다는 의심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푸틴의 심리 상태가 러시아가 보복 공격으로 궤멸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것임을 입증하는 진단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미 정보 책임자가 푸틴이 미쳤다고 말한 것은 그가 머리가 돈 것이 아니라 화가 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서방은 푸틴이 핵무력 사용을 혼자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이 아니다. 푸틴은 발사를 승인할 순 있지만 고위직 장군들이 반대하는데 마음대로 발사할 순 없다.

미국 정책 담당자들과 정보 책임자들이 미국과 러시아간 직접 교전으로 핵전쟁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러시아도 최소한 미국 만큼 겁먹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푸틴의 핵공갈에 놀아날수록 미국이 러시아보다 핵전쟁을 두려워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국민들만 더 많이 목숨을 잃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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