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금지 강행⑤]열분해 대안 있지만…"만능 아냐, 사용량 줄여야"
2020년 하루 플라스틱 발생량 전년比 18.9%↑일회용품 사용 규제 등 확대…'순환경제' 대안열분해 주목…"폐기물 처리방식이지 저감아냐""재활용·감량 이행해야…인프라 구축·지원 더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열분해가 만능이 아니라며 일회용품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바꾸고,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2020년 생활폐기물 중 하루 플라스틱 발생량은 전년 776t보다 18.9% 늘어난 923t이다. 코로나19로 배달 포장이 늘어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간 배달·포장 용기 생산량이 꾸준히 늘면서 2020년 연간 생산량은 11만957t을 기록해 처음 10만t을 넘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카페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다음 달 1일부터 금지된다. 오는 11월24일부터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도 사용할 수 없다. 6월10일부터 일회용 컵 사용시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내고, 다 쓴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다. 최근에는 배달앱 3사와 서울시가 다회용기 사용 시범사업에 나선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여러 분야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적정 모델을 마련하고,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늘어난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폐플라스틱을 세척-파쇄-용융-배합 등의 과정을 거쳐 다른 플라스틱으로 생산하는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을 동시 추진한다. 환경부는 물리적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제품이나 용기에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표기하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 내년부터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페트(PET)는 2030년까지 재생원료를 30% 이상 사용하도록 목표를 부여할 계획이다.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조건의 300~800도 고온에서 직간접적으로 가열해 가스나 오일 등으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물리적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에 대해 화학적으로 완전히 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열분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소각과 매립 중심의 폐기물 처리에서 벗어나 열분해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 정부도 열분해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환경부는 열분해유를 납사·경유 등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활용하고,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개질(품질을 높이기 위해 조작)해 활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열분해만으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고 밝혔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우선순위는 감량"이라며 "열분해로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지만 어차피 폐기물 처리 방식에만 그치기 때문에 근본적인 감량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열분해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준다는 만능키(key)로 접근하면 안 된다. 장점과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며 "활성화한다는 방향성은 맞지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열분해는 현재 완벽하게 개발된 기술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범위의 열분해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여전히 더 많은 기술력과 경제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열분해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이 기술만을 믿고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량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
허 팀장은 "새로운 게 아니다. 정부는 앞서 재활용과 감량 부문에서 굵직한 정책들을 내놨다"며 "이제는 기존에 내놓은 정책들이 어떻게 잘 이행되느냐가 중요하다. 더욱 속도감 있게 이행하되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폐기물 대란 이후 정부가 내놓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비롯해 지난해 K-순환경제 이행계획 등에 폐기물 저감 방안이 담겨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부 기업은 친환경 기조에 맞게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원이 더디다는 문제도 거론됐다. 홍 소장은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모델은 있지만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부족하다. 정부가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투자가 가능하도록 견인해야 한다"며 "동시에 플라스틱 제품은 의무적으로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생가능한 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도 "다회용기 사용 시범사업처럼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적절한 모델을 개발한 뒤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를 차근차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하면서도 관련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규제 목표가 정확하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앞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지난 28일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유예를 요청한 사례를 들며 차기 정부 폐기물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홍 소장은 "인수위원장의 발언이다. 경우에 따라서 다음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 방향을 시장에 전달한 것일 수 있다"며 "단순히 정부 코로나19 방역 비판 의도를 넘어 일회용품 규제 흐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 발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