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北 도발시 선제타격론에…北, 南 위협 긴장 고조
서욱 선제타격 발언에 김여정·박정천 발끈선제타격과 예방타격 의미 달라 유의해야이스라엘, 미국 등 실제 예방타격 사례 有예방타격서 北 핵무기 남으면 보복 위험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욱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시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발언에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무기 공격을 예고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선제 타격론을 둘러싼 남북한의 강경 대치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미국을 위협하자 서욱 장관이 지난 1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김여정 등 북한 수뇌부는 수차례 담화에 육두문자를 동원하며 서 장관을 비난하고 핵 전투 무력을 동원해 전멸시키겠다고 위협했다. 그렇다면 남북 간 설전을 초래한 선제 타격이란 군사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는 선제 타격이라고 불리지만 군사 이론에서는 적 공격 임박 여부에 따라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과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이 구분된다. 선제 타격은 적 공격이 임박했을 때 불가피하게 시행하는 공격이다. 한국군이 구축한 킬체인(kill chain)이 선제 타격에 해당한다. 반면 예방 타격은 적 공격이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공격해 파괴시키는 것이다. 선제 타격은 과거 한국 정부에서 이미 거론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능동적 억제 전략 명목으로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로 도발하려 할 때 사전에 타격해 제거하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겠다며 선제 타격 개념을 제시했다.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 예고된 때는 당시 정승조 합동참모의장이 상대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명백한 징후가 있을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 타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선제 타격은 반응 시간이 부족하고 북한 핵·미사일 발사 여부와 장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킬체인은 북한 핵무기 발사가 임박한 상태에서 실제 발사가 이뤄지기까지의 짧은 순간에 탐지(1분), 식별(1분), 결심(3분), 타격(25분)까지 모든 과정을 30분 내에 완료하는 계획이다. 그런데 긴박한 상황에서 그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긴박한 순간일수록 예상치 못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자칫하면 선제 타격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기습을 당할 수 있다. 군사적인 성공 확률만 고려한다면 선제 타격에 비해 예방 타격이 유리하다. 예방 타격은 충분한 정보를 수집한 뒤 정밀한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모의 기법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후 시행된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예방 타격을 시행할 경우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
이처럼 한국은 선제 타격이든 예방 타격이든 아직 감행한 적이 없지만 해외에는 예방 타격을 실제로 한 사례가 제법 있다. 예방 타격의 전형적인 사례는 1981년 6월7일 이라크 오시라크(Osirak) 핵발전소에 대한 이스라엘의 타격이다. 이스라엘은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를 확보하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라크를 예방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바빌론 작전이라는 명칭으로 공군기를 동원해 약 2000㎞ 거리에 있는 이라크 핵발전소를 파괴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9월6일에도 과수원 작전이라는 명칭하에 시리아 내 데이르 에조르(Deir ez-Zor) 지역에 건설 중인 핵발전소를 공군기로 파괴했다. 추후 미국 중앙정보국장은 시리아 핵발전소가 1년에 1~2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수주 또는 수개월 안에 완공될 상태였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처럼 해외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예방 타격은 현 시점에서 한국이 단행하기에는 도박에 가까운 위험한 방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예방 타격에 성공할 경우 북한 핵 위협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지만 북한 핵무기 중 1기라도 파괴시키지 못한 채 남길 경우 오히려 핵무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북한에 대한 예방 타격 성격의 선제 타격을 경고했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복 우려 탓에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아울러 예방 타격은 중국의 참전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미국이 대북 예방 타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참전하는 전면전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1994년 영변 핵발전소 정밀 타격을 논의했을 때 이 계획을 총괄했던 카터 당시 미 국방차관보는 전면전으로의 확대 가능성 때문에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북한에 대한 예방 타격 여파로 중국이 개입할 경우 미국은 강대국 간 전쟁과 핵전쟁까지 각오해야 한다. 국내 정치 측면에서도 예방 타격은 실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 국민은 가급적이면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정치 지도자가 이런 여론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대통령이 예방 타격을 하겠다고 결심해도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예방 타격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은 만만찮다.
김 센터장은 이어 "만약 북한이 핵 공격을 결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판으로 선제 타격을 감행한다면 그토록 예방하려 했던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우리가 앞당겨 실현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예방 타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군은 실수 없이 이행할 수 있는 고도의 킬체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 타격에 앞서 북핵 표적 정보를 획득하려면 다양한 무인기와 정찰기, 인공위성, 레이더가 필요하다. 정보 자산은 북핵 정보 수집과 평가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전자전 무기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미리 북핵 지휘 통제 장비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킬체인 작동을 위한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은 필수다.
박 원장은 "잔존한 핵무기를 이용해 북한이 보복할 경우 이를 요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야 하고 북한이 반발해 보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화학무기 시설과 수도권에 대한 장사장포 등도 동시에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들의 대피를 위한 시설을 구축하거나 훈련하는 것도 위험 감소에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예방 타격은 최선이 아니라 불가피한 마지막 수단으로 시행하는 차악의 선택"이라며 "예방돼야 할 결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고 예방 타격으로 인한 이점이 비용을 훨씬 상회하며 성공 가능성이 높고 추가적으로 다수 국가의 지지가 있을 때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