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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빚폭탄 터지나①] 900조 넘어선 잠재부실…새 뇌관으로

등록 2022-04-09 10:00:00   최종수정 2022-04-19 1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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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1000만원'을 준비하는 중에 있다고 밝히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기대하는 분위기 나타나고 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들이 현 정부에서도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할 때 추가 지급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고, 윤석열 당선인도 마침 공약으로 1000만원과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50조원을 약속한 상황이라 기대감을 갖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14일 오후 서울 시내 먹자골목의 한 백반집에서 가게 사장과 직원이 일찍 문 닫을 준비를 하며 윤 당선인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2.03.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지난해 말 기준 909조6000억원을 기록, 2012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2020년 12월 말 대비 13.2%(103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속도인 7.6%보다 1.74배 빠른 속도다.

이처럼 자영업자 대출은 빠르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 업황 개선이 지연되고, 물가와 금리까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에 소상공인 대출의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 지원 조치가 수차례 연장되면서 잠재부실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대출 부실 채권 비율은 0.20%로 전년 말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돼 가려졌기 때문이란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윤창현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내 금융시장 3대 리스크, 새 정부의 대응전략은'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금융지원·유예 및 완화조치 연장 등에 힘입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금융지원·완화 조치 종료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지금까지 4차례 연장, 종료는 오는 9월 말로 또 다시 미뤄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고있는 대출은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에 이른다.

신 센터장은 "4차례에 걸친 연장으로 이들에 대한 총 금융지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이연된 관련 부실 위험도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금융지원 규모는 올 1월 말 기준 총 291조원에 달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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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자비용 감당도 힘든 상황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소상공인 매출액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5%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43% 감소하면서 소상공인의 출혈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은 월 평균 158만원 수준으로, 월 평균 이자비용인 76만원을 납부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조짐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가구 중 적자가구는 약 78만 가구로 추정됐다. 적자가구는 자영업가구의 소득에서 필수지출과 대출원리금상환액을 차감한 값이 마이너스(–)인 가구로 정의한다. 이들의 금융부채는 177조원으로, 전체 자영업가구의 16.7%를 차지한다.

개인사업자 중 취약채무자로 분류되는 다중채무자 비중도 급증했다. 2019년 10만1000명에서 지난해 11월 27만200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해 부채의 질 역시 매우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은 157조원으로 전체(632조원) 대비 24.8%에 달한다.

정부도 지원 조치 종료 후 빚을 못 갚는 대출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통합 심사해 관리하는 방안 등도 마련 중이다.

'배드뱅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배드뱅크란 부실자산 및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은행이 소상공인 대출 등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양도(매각)하면, 배드뱅크는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 연착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오는 9월 말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종료에 따른 부실 처리를 정부와 은행·소상공인진흥공단이 출자한 배드뱅크에서 전담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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