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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또 날개 없는 추락…끈질긴 '금융완화' 지속할까

등록 2022-04-19 17:31:42   최종수정 2022-04-25 0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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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1달러=128엔까지 치솟아

日당국자 '견제' 발언에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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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14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2022.04.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우려에도 엔화의 가치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9일에는 1달러 당 128엔까지 치솟았다. 엔저 압박에 일본 당국이 대규모 금융 정책 완화 기조를 변경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NHK 등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 당 128엔 대까지 상승했다. 전날 127엔대에서 또 다시 상승한 것이다.

128대까지 상승한 것은 2002년 5월 이후 20여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1달러 당 121엔대를 유지하던 엔화 가치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異)차원완화(양적·질적 완화)를 시작한 후 지난 13일 엔화 가치가 달러 당 최저치(125.86엔)을 경신한 후에도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19일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환율의) 급속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엔저의 진행을 포함한 환율 시장의 동향, 경제에 대한 영향에 대해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통화 당국과 긴밀히 의사소통을 도모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도 "엔화 약세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현재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결점을 초래하는 면이 강하다. 환율의 안정은 중요하며 급속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즈키 재무상의 발언 이후에도 엔화 가치는 계속 추락했다.

지난 18일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큰 엔저와 급속한 엔저는 마이너스가 커질 것"이라고 시장을 견제하는 입장을 밝혔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에 엔화 가치는 다소 상승했으나 다시 추락했다.

일본 정부, 일본은행 내에서 엔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은 지금까지 엔저가 일본 경제에 플러스(긍정)라고 계속 주장해왔으나, 엔저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가운데 마이너스(부정적인) 면도 언급해 시세를 견제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19일 엔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산유국 리비아다. 리비아 국영 석유기업이 18일(현지시간) 판매자가 출하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 받을 수 있는 '불가항력 조항'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 기업에 시위대가 난입해 압둘 하미드 모하메드 드베이바 임시 총리와 리비아 석유공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석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원유 수급 불안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심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면서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폭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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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지난 2020년 3월16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다. 2022.04.19.

최근 엔화 약세의 핵심은 미국과 일본의 금융 정책 차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물결 속에 미국 등은 금융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이례적으로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미일 금융 정책의 차이, 금리 차이 활대 속 엔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긴축을 부추기는 석유 시설 관련 사건이 발생하자 엔화 가치가 다시 떨어진 것이다.

올해 초부터 장기 금리 사승폭은 1.3%, 독일은 1.0%인 반면 일본은 0.17%에 머물렀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 금리 차이는 2019년4월 이래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 달러 강세 추세에 제동을 걸기 어렵게 됐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대규모 금융 완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8일 "경제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금융 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금융 완화를 끈질기게 지속할 입장을 밝혔다.

닛케이는 "수입가격 주도의 물가 상승이 임금 등에 파급되지 않아, 물가 상승의 지속성에 의문이 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문은 "(금융) 완화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달러 대비) 엔의 (가치) 하락을 막는 수단은 한정된다. 아무리 엔저를 견제해도 건성으로 하는 말로만 시장을 파악하면 1달러=130엔 선도 현실로 다가온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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