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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빗장 풀리는 인증중고차 시장…현대차·기아 구상은

등록 2022-05-01 08:28:00   최종수정 2022-05-09 10: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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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현대자동차·기아의 중고차시장 진출 관련 사업 조정 건에 대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2.04.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정부가 일단 사업 시작 1년 유예를 비롯해 시장점유율과 매입·판매 등의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내년부터 중고차 판매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중고차시장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될 전망이다. 일단 현대차·기아는 중고차시장 진출을 통해 시장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구독서비스 등과 연계한 시장을 열어나가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달 28일 현대차·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진출 관련 사업조정 신청 건에 대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권고안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사업개시 시점을 내년 4월30일까지 1년 연기하도록 했다. 다만 내년 1∼4월에는 각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판매를 허용하도록 했다.

현대차·기아는 이 같은 유예조건에 아쉽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권고안이 나온 직후 "사업개시 1년 유예 권고는 완성차업계가 제공하는 신뢰도 높은 고품질의 중고차와 투명하고 객관적인 거래환경을 기대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대승적 차원에서 권고내용을 따를 것"이라며 이 같은 권고안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판매 대수도 2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내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시장 점유율이 각각 2.9%, 2.1%, 2024년 5월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각각 4.1%, 2.9%로 제한된다.

또 현대차·기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중고차를 매입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만 매입하도록 했다. 매입한 중고차 가운데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의 경우 기존 중고차업계에 경매를 의뢰해야 한다.

경매 참여자도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현대차·기아가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를 의뢰하는 대수가 전체 경매의뢰 대수의 50% 이상이 되도록 했다. 이 같은 사업조정 권고는 2025년 4월30일까지 3년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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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그동안 인증중고차를 판매해왔던 수입차업계와는 달리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중고차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중고차 매매업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던 데 따른 것으로 이번 사업조정으로 인해 이제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중고차 매매가 가능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251만대(2020년 기준) 수준으로 신차 시장의 1.3배를 차지하고 있다. 또 코로나로 인한 자차 사용 및 구매력 양극화에 따른 중고차 수요 증가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증중고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수입차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매년 1%포인트씩 증가하고 있지만 국산차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성장하는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가격이 불투명한 점은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이 같은 측면을 감안해 현대차·기아도 이번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통해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신뢰 제고,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내세웠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고품질의 인증중고차를 선보이고 해외 선진시장을 벤치마킹해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5년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한 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할 계획이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트레이드 인·Trade-in)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중고차 관련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해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도 해소하도록 할 예정이다.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나 성능상태 등의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불렸던 문제를 개선해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에서는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미끼 매물 스크리닝 등의 서비스와 함께 중고차시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순위 등의 중고차시장 지표와 ▲트렌드 리포트 등을 제공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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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아울러 중고차를 매각하려는 고객에게는 합리적이고 신뢰성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적정가격(fair price)을 투명하게 산정하는 '내차 시세 서비스'도 선보인다. 이를 위해 국내 중고차 거래 약 80%의 실거래 가격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차량 이력과 성능·상태, 제원, 옵션 등의 상세 정보를 반영해 신뢰도 높은 가격을 제시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중고차 거래 시 주요 피해유형 중 하나인 허위·미끼 매물을 걸러내는 기능도 제공한다.

기아는 고품질의 인증중고차를 공급하는 것과 함께 구독서비스와 연계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증중고차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개 항목의 엄격한 품질 인증 검사 등을 거쳐 중고차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가격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잔여수명과 안정성 등을 첨단 진단장비로 측정한 후 최저성능기준(미정)을 만족하는 차량만 인증해 판매한다.

또 인증중고차 구독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신차 구독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구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운영 중인 구독서비스 '기아플렉스(KIA Flex)'에서 계약만료로 반납된 차량을 리컨디셔닝센터에 입고시켜 성능·상태 진단과 정비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친 후 구독서비스에 재투입한다.

고객이 중고차 구매 결정에 앞서 차량 성능과 품질을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최장 한 달 동안 차량을 체험해 본 뒤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구독·구매 결합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고품질의 인증중고차 공급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 확대는 물론 전체적인 중고차 성능과 품질수준을 향상시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고객을 위한 모빌리티 관점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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