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또 올릴수도 없고"...식용유·밀가루 가격 급등에 자영업자 '울화통'
[대구=뉴시스]고여정 기자 = "식용유 가격이 너무 올라 직원도 못구하고 혼자서 다 하고 있습니다.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네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용유·밀가루 등의 식품 원재료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급등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식용유·밀가루 가격 급등 68일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 공급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주요 곡물 수출을 금지해 다른 곡물 수출 국가도 식량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곡물 수출량을 크게 줄였다. 또 해바라기유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해바라기 수확에 차질을 빚으며 곳곳의 식용유 값 상승을 촉발했다. 여기에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내수시장 안정시키려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식용유 대란이 일어났다. 3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밀 수입량은 42만9376t이며 수입 금액은 1억7244만8000달러이다. 밀 1t당 가격은 지난 2월 대비 8.9% 상승한 402달러이며 전년 대비 41.5% 상승했다. 지난 3월 팜유 수입량은 6만2192t이며 수입액은 9038만 달러다. 팜유 1t당 가격은 1453달러로 1400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분식, 치킨 등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이 밀가루·식용유 가격 급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60·여)씨는 "식용유가 얼마 전만 해도 3만원대 였는데 지금 5만원대"라며 "음식값을 올린 지도 얼마 안 돼 또 올리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김씨는 "식용유뿐만 아니라 나머지 원자재 값도 올라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며 "힘들어도 혼자서 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영업자는 "언론에 나온 그대로다"며 "식용유 가격이 올라 다 힘들다"고 했다. 밀가루·식용유 값이 올랐음에도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봐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태국인 자모(49·여)씨는 "식용유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 같다"며 "음식값을 올리고 싶어도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봐 못 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몇몇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힘들 때 이미 음식 가격을 올려 원자재 값 상승으로 가격을 올리긴 '눈치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영업자는 "지난해에 코로나19로 상황이 힘들어 이미 한번 가격을 올렸다"며 "지금 식용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을 또 올리기는 눈치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우모(57·여)씨는 "올해 이미 음식 가격을 올려서 더 이상 못 올린다"며 "모든 물가가 올라가서 힘들다. 물가가 올라가면 한 번쯤은 내려가야 하는데 계속 오르기만 해서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밀가루·식용유 등 농수산물 가격 급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쟁 양상에 따라 물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농수산물 가격 급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며 "농산물의 경우 파종부터 수확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공급부족 문제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길게 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의 경우 팜유 수출도 금지했다"며 "각국의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식료품의 높은 물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