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 초보 SK 전희철 감독, 부임 첫 시즌 통합우승
프로농구 SK, 창단 첫 통합우승전희철, 2001~2002시즌 동양 김진 이어 감독 부임 첫 시즌 통합우승SK에서 13년 동안 프런트·코치로 경험 쌓아…능구렁이 초보김승기 감독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챔피언
SK는 10일 오후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양 KGC인삼공사와 2021~2022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86-62로 승리했다. 1·2차전에서 승리 후, 3차전에서 패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듯 했지만 SK는 4·5차전을 내리 잡으며 4승1패로 통합우승을 확정했다.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이다. 앞서 두 차례 챔피언에 올랐지만 정규리그까지 석권한 건 처음이다. SK는 1999~2000시즌, 2017~2018시즌에 이어 세 번째로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 4월 문경은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전 감독은 부임 첫 시즌 통합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출범 후 부임 첫 시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건 2001~2002시즌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를 정상에 올린 김진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다. 김진 감독이 2000~2001시즌 감독대행으로 '감독 리허설'을 가진 것과 달리 전 감독은 코치에서 바로 감독으로 승격했다. 또 적장인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을 경험하는 인물이 됐다. 전 감독은 2001~2002시즌 동양에서 선수로, 2017~2018시즌 SK에서 코치로 우승반지를 꼈다. 전 감독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을 이끌며 예열을 마쳤다. 이어 수원 KT, 인삼공사 등 쟁쟁한 강호들을 따돌리며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기복없는 경기력으로 수월하게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전 감독은 통계와 기록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선수별 출전시간, 로테이션을 관리했다. 또 정기적으로 체지방과 골격근량을 점검하며 부상 방지와 긴장감을 유지했다. 단기전에선 빠른 대처능력을 보여주며 준비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휘봉만 잡지 못했을 뿐 감독 곁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초짜'다웠다. 전 감독은 농구대잔치 시절 대학농구를 주름잡았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SK에서 등번호 '13번'은 영구결번이다. 2008년 은퇴 후, 2군 감독으로 부임했다가 오래 지나지 않아 보직을 바꿨다. 이듬해까지 전력분석코치를 지냈다. 2010년부터는 약 한 시즌 동안 운영팀장으로 프런트 업무를 책임졌다. 농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에서 한걸음 떨어져 '코트 밖'을 경험했다. 2011년 코치로 승격해 문경은 감독을 보좌했고, 2012~2013시즌 정규리그 1위, 2017~2018시즌 챔피언 등극을 함께 했다. 지난 시즌 팀이 8위로 부진, 문 감독이 물러나자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 감독도 문 감독처럼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형님 리더십'에 가깝다.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과 컴퓨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를 즐기는 등 팀 문화를 다지고,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이 살짝 다르다. 전 감독은 불같은 면이 있다. 본인이 구상한 궤도에서 이탈하면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다. '밀당(밀고 당기기)'에 능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초보 전 감독이 안방에서 SK의 첫 통합우승을 이끌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