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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③'공적연금 통합론' 급부상…찬반 의견 팽팽

등록 2022-06-18 09:01:00   최종수정 2022-06-27 09: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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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연금 형평성 지적에 통합론 부상

사학연금, 국민연금보다 8년 빠른 고갈 예측

직무 특성 및 재정 격차 커 저항 만만치 않아

국민연금 통합 후 '칸막이 운영'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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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공무원연금공단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2.06.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세종=뉴시스]이연희 김지현 구무서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과 함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각 연금의 운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각 직역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각 직역연금은 공무원과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직무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어 조율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직역연금 통합에 대한 의견이 극명이 갈리는 분위기다. 내년도에 공적연금개혁위원회가 출범하면 직역연금 개혁을 두고 형평성을 조율하는 진통과 갈등이 뒤따르는 만큼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많이 더 오래 돌려받는 직역연금…尹정부 칼 댈까

국민연금 적립금이 이르면 2055년에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처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가지 직역연금도 이미 고갈돼 국가가 보전하고 있거나 고갈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실정이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사학연금은 현재 기금 적립금으로 원활하게 지급하고 있지만 2049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추계가 나온 상태다. 국민연금보다 6년 빠른 시점이다. 이마저도 합계출산율이 1.38명일 때를 전제로 한 것으로, 현재 합계출산율이 0.81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020년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에서 "보전금으로 적자를 충당하고 있는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재정수지 개선 노력 필요하다"며 "사학연금은 타 연금에 비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으로 전망된 점을 고려해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와 재정개선에 관한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역연금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 연금 전문가들은 수급권자의 급여 수준이 국민연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형평성 문제를 꼽는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앞선 네 차례 개혁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과 격차가 커 '귀족연금'이라 불린다. 보험료율이 국민연금보다 2배 높은 18%지만 실제 수령금액은 4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보험료 18%를 내고 평균 240만원을 수령하는데 퇴직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보험료율은 민간 국민연금 가입자와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없다"며 "반면 국민연금은 9%를 내고 54만원을 받아 급여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가의 보전금도 눈에 띄게 늘어난 상태다. 올해 공무원연금 정부보전금은 1조4000억원으로, 보전금 도입 첫 해인 2001년 599억원과 비교하면 정부예산 투입은 20여 년간 약 23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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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20년 발간한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중 2020~2090년 재정수지 전망. (자료=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발췌) 2022.06.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안철수 주장한 공적연금 통합론 급부상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화두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심상정 후보도 공적연금 통합을 주장했다.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노후소득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골자다.

다만 각 직역연금은 가입자 특징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률, 지급시기, 기금 운용 안전성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금 지급 연령만 봐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만 65세가 되면 지급 대상이지만 군인연금은 20년간 직업군인으로서 복무기간을 충족하면 퇴역 때부터 평생 지급 받는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로 지급률은 1%다. 공무원연금과 그를 준용하는 사학연금의 경우 보험료율이 18%, 지급률은 1.7%다. 군인연금의 경우 보험료율은 14%, 지급률이 1.9%다.

전문가들도 공적연금 통합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통합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잘만 다듬으면 서로 다른 연금을 통합해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스웨덴의 NDC는 개인저축처럼 납부한 보험료에 국가가 상정한 소정의 이자율을 추가한 만큼 급여를 받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특수직역연금은 워낙 제도가 다르다보니 (연금개혁에) 갈등과 긴장이 생린다"며 "이번 기회에 모든 국민들을 하나의 연금 제도로 통합하는, 즉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 방식으로 통합하는 논의도 같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연금 보험료율을 낮춘 후 공무원 퇴직연금을 스웨덴의 확정기여형 소득비례연금제도(NDC) 방식으로 운영하면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명 전 한국연금학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국가가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에 비해 2배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공무원연금에 포함되던 퇴직수당을 분리해 지급한다면 큰 재정이 추가로 소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은 재정 격차가 커 통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예로 국민연금은 2056년까지는 기금을 쌓을 수 있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한 푼도 적립할 수 없는 실정이다.

통합 반대 측은 공무원연금 보험료율(18%)을 통합 시점의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고 퇴직연금을 분리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국가보전금이 줄어들겠지만 단기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난다고 본다. 가입자로부터 걷는 수입이 줄어들면 결국 국고지원분이 늘어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공적연금을 통합한다면) 국가재정을 조달할 수 있는 대책이 먼저 세워져야지 그런 대책 없이 단순하게 연금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알고 통합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칸막이 그대로" 이름만 통합연금 될 공산도

기타 직역연금 관계자들 역시 통합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합을 하더라도 기존 보험료율과 지급률 등 형평성 문제로 인해 기금 칸막이를 나눠 별도로 운용하는 '물리적 통합'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남구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일단 공적연금개혁위원회가 꾸려지고 국민연금의 큰 개혁 방향이 정해져야 직역연금 개혁도 순차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직역연금의 경우 각자 기득권이 있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가입자들의 동의 여부를 얻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군인연금도 직업군인의 특수성을 쉽게 버리기는 어려운 구조다. 생명의 위험을 안고 있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정년이 다른 직업보다 짧기 때문이다. 퇴역 후 재취업이 어렵고 가족들의 희생이 크기 때문에 국가부담금과 국가보전금이 투입되는 현 구조를 바꾸거나 지급시기를 늦추기는 어렵다는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직역연금 간부는 "통합을 하더라도 공적연금 안에서 별도의 회계로 운영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보험료율보다는 기초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국가의 노후소득 지원책으로 연금을 완충하는 장치를 두텁게 만드는 것 역시 직역연금 수급자들에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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