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원장 고발한 국정원…'국정원장 수난사' 반복
원장 36명 중 절반, 수사·수감·실종·사망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가정보원이 서훈과 박지원 등 전직 원장들을 직접 고발했다. 김만복에 이어 또 전직 원장들이 국정원의 손에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역대 국정원장 수난사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국정원은 6일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으로 금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 시킨 혐의 등으로 서훈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허위 공문서작성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전직 원장 2명을 동시에 고발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격적인 행보다. 아울러 대선 개입 댓글 사건 이후 정치적 중립을 표방해온 국정원이 정치 공방이 한창인 사건들에 사실상 직접 개입한 점이 주목된다.
현 36대 김규현 국정원장 이전에 재임한 35명 중 이번 서훈·박지원 전 원장까지 합해 절반 가량이 수사를 받고 수감되거나 실종됐다. 사망한 경우도 있다. 중앙정보부 시절인 4대 김형욱 부장은 미 의회 프레이저위원회에 출두해 증언하는 등 반(反)박정희 활동을 벌이다가 197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됐다. 8대 김재규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을 저격해 이듬해 5월24일 사형이 집행됐다. 5대 김계원 부장은 10·26 현장에 있었다가 군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복역하다가 1982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국정원으로 명칭을 바꾼 김대중 정부 이후에도 수난사는 이어졌다. 24대 임동원 원장과 25대 신건 원장은 국정원 불법 도감청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3대 천용택 원장은 같은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를 면했다. 노무현 정부 때 28대 김만복 원장은 2010년 10월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라는 책에서 10·4 남북정상회담 당시 있었던 일을 공개해 2011년 친정인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박근혜 정부 때 31대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 댓글 공작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상납했다는 혐의로 유죄가 선고돼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32대 이병기 원장과 33대 이병호 원장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했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고 복역했다. 이번에 34대 서훈 원장과 35대 박지원 원장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역대 국정원장 수난사는 이어지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