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뒤 물가 비상②]원재료값 3분기 정점 찍는다…가공식품도 '들썩'
폭우에 채소 값 뛰는데…밀가루·식용류 등 더 오를 듯9월 가공식품 물가지수 8.2%↑…10년7개월 만에 최고국제곡물 가격 상승분 하반기 수입 가격에 반영 시작"추석 수요 늘고, 원재료 뛰면 물가 상방 압력 작용해"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중부지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가뜩이나 크게 뛴 밀가루와 식용류 등 가공식품 원재료 가격도 3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채소류에 가공식품 가격까지 치솟으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추석(9월10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2월(8.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7월(1.8%)부터 오르기 시작해 13개월 연속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올해 1월 4%대(4.2%)로 출발해 어느 덧 상승 폭이 두 배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다. 식용유는 전년 동월 대비 55.6%나 올랐다. 밀가루(36.4%), 국수(32.9%), 부침가루(31.6%), 소금(27.9%), 설탕(18.4%) 등 주요 식자재가 크게 올랐다. 빵(12.6%), 김치(15.0%), 커피(10.6%), 치즈(11.3%), 간장, 된장(이상 10.4%)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라면(9.4%), 기타 육류가공품(20.3%), 과일가공품(15.7%) 등도 크게 뛰었다. 상반기 농산물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상승세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 전후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상승한 국제곡물 가격이 하반기 곡물 수입 가격에 반영되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내놓은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국제 밀, 옥수수, 대두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54.2%, 17.8%, 19.1% 올랐다. 2020년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93.5%, 106.7%, 94.4% 상승했다. 수입가격 기준으로 보면 올해 2분기 밀, 옥수수, 콩 수입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6%, 17.0%, 15.4% 올랐다. 수입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밀은 96.9%, 옥수수는 89.8%, 콩은 86.2% 상승했다. 올해 들어 무섭게 치솟던 국제곡물 가격은 지난 3월 정점을 찍었다. 당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9.7(2014-2016년 평균=100)을 기록했다.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140.9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평균(95.1%)과 비교해 5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급등한 국제곡물 가격이 수입물가로 반영돼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소 3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업체들은 물류 상황 등 국내 도입 기간을 고려해 일정 기간 이전에 매입 계약을 체결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제곡물 가격이 수입물가로 반영되는데 3~6개월이 소요된다"며 "3분기 곡물 수입가격은 1분기 대비 30%가량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곡물가 상승분은 식품 가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올해 1분기 국제 원재료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추가로 약 10∼29% 상승했다. 이때 식품물가는 업종·분류별로 약 1.6∼18.9%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승 폭은 제분(18.92%), 제당(14.73%), 배합사료(9.65%), 전분 및 당류(9.30%) 순으로 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1분기와 비교하면 국제 원재료 가격은 약 45∼56% 올랐다. 해당 기간 식품물가는 약 2.0∼21.8%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업계도 이 같은 원재료 수입물가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식품기업 관리자급 15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원재료 수급 및 물가 여건'을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이슈로 꼽았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먹거리 부담을 덜고자 할당관세를 인하 또는 면제하고, 밀가루 가격 상승분과 원료 매입자금을 지원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식품 가공업체도 최대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3분기 국제곡물가 상승분이 수입 가격에 본격 반영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농산물과 함께 가공식품 가격마저 치솟으면 식재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외식물가를 밀어올릴 개연성도 크다. 정부로서는 추석 물가 대응에 더욱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상효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곡물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고곡물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국내 식품물가에 미치는 파급 영향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폭우로 농산물의 직접적인 피해가 크지 않다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원재료 수입 가격 상승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농식품 수요가 늘어나면 물가 불안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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