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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정우의 속죄, 하정우의 몰입

등록 2022-09-15 13:00:00   최종수정 2022-09-26 09: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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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7개월 만에 '수리남'으로 복귀해

앞서 프로포폴 투약 등 논란 휩싸여

"죄송하다, 모범이 되는 삶 살겠다"

"배우로서 걸어온 길 다시 돌아봤다"

'수리남' 지난해 힘든 시기에 촬영해

"오직 카메라 앞에 서만 숨 쉬는 듯"

"연기로 삶 고통 잊어…최대로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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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배우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하정우(45)는 그가 주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전편을 다 봤느냐는 물음에 "1~3회는 봤다. 4~6회는 보긴 했는데…"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수리남'은 2020년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7개월 만의 복귀작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한 작품도 내놓지 않은 그였기에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런데 하정우는 복귀작을 봤느냐는 평범한 물음에 다소 묘한 대답을 내놨다.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대화가 조금 더 진행된 뒤에야 밝혀졌다. 그는 '수리남'을 "쉽게 보기 힘들다"고 했다. 하정우는 "이 작품을 촬영할 때의 내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정우를 지난 13일 만났다. 그에게서 그 마음에 관해 들어봤다. 하정우는 그간의 일을 허심탄회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작년에 제가 맞이한 현실, 그리고 일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촬영장에 와서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에만 숨을 쉬는 것 같았습니다." '수리남'은 지난해 촬영했다.

2002년 데뷔하고, 2008년 영화 '추격자'로 이름을 알린 뒤 하정우는 거칠 게 없었다.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그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가 됐다. 흥행이 잘 된 영화도 있었고, 잘 안 된 영화도 있었지만 그런 건 그의 경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는 그는 내달렸다.

하정우가 멈춰선 건 2020년 2월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기사가 터져나왔다. 하정우 측은 '피부과 시술 중 수면 마취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듬 해 5월 검찰은 하정우를 약식 기소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법원은 형량을 높여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하정우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허위 진료 기록을 만드는 데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을 겪으면서 찍었던 작품이 '수리남'이었다. 하정우는 일련의 사건들이 준 고통을 연기로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먼저 팬과 관객에게 사과의 말부터 했다. "그간 불편한 사건을 접하게 한 점 사죄드린다. 모범이 되는 삶을 살겠다. 다시는 그런 일에 연루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아가겠다. 죄송하다." 그는 이렇게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뒤에야 조금은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참 많이 걸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서 제가 살아온 삶, 배우로서 삶,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등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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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배우 *재판매 및 DB 금지
하정우는 연기가 아닌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오직 연기에 집중함으로써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더 몰입했다. 몰입을 통해서 내가 처한 상황 잊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몰입해서 연기하다보니까 처음 연기할 때의 감각 같은 게 되살아나는 듯했고, 잃어버린 걸 찾은 듯했다고 했다. "아, 옛날에 내가 이렇게 연기했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심을 되찾은 시간이었달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수리남'에서 하정우의 연기는 최근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 중 가장 인상적이다. 하정우는 이번에도 그만의 스타일로 연기하는데, 이상하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특히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물론 국내 감독 중 하정우 활용법을 가장 잘 안다는 윤종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는 점도 영향을 줬겠지만, 그의 그때 그 마음이 연기에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수리남'을 보면 촬영할 때의 제 마음이 자꾸 보여요. 관객 여러분은 모르시지만, 저는 알잖아아요. 저 장면 찍을 때 어땠었다, 라는 걸요. 그 집중력이 너무 아픕니다." 하정우는 잠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지난 2년 7개월 간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같은 본질적인 것을 고민했다고 했다. "바쁜 게 능사가 아니더라고요. 전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한 걸음 한 걸음 다시 시작할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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