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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기획:악전고투 청년]③정신건강 경고등…우울증 4년새 45% 급증

등록 2022-09-17 06:00:00   최종수정 2022-09-26 09: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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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1년 2030 우울증 환자 45.7%↑

특히 20대 환자는 127.9% 폭증...17만명

"경쟁 압박 속에 친구 관계 약하게 형성"

"형제 적거나 외동…사회적 교류 경험↓"

디지털 미디어 소통에서 오히려 박탈감

20~30대 1인 가구 수 증가도 영향 미쳐

"사회적 차원 접근 필요…공공자원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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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각 대학들이 1학기 수업을 비대면 수업과 제한적 대면 수업 병행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난해 3월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학가가 한산하다. 2021.03.03. [email protected]


청년들이 힘들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한때는 아픈 청춘을 노래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경제적 기반도, 사회적 지위도 아직 불안정한 시기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이 겪고 있는 위기는 '예전에도 그랬어'라는 말로 덮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취업 문턱은 계속 좁아진다. 감염병, 전쟁 등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흔들리자 금리와 물가가 치솟는다. 누군가 '대박'을 쳤다는 소식만 들릴 뿐 내 '빚투'는 위태롭다. 2022년 가을 20대 청년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여러 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이수정 수습기자 = 지난 4년간 청년 세대에서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활기를 띠어야 할 시기에 우울증을 앓는 건 개인의 비극에 더해 사회의 비극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쟁에 대한 압박, 소통의 한계, 1인 가구 수 증가와 같은 사회적 현상에 더해 코로나19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우울증을 앓는 청년들이 사회적 교류를 넓힐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68만169명에서 지난해 91만785명으로 33.9%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30대 우울증 진료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45.7% 급증했다. 우울증 환자 10명 중 3~4명은 청년층인 셈이다.

특히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20대는 지난 2017년 7만6246명에서 지난해 17만3745명으로 127.9% 폭증했다. 모든 연령층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자라온 환경과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청년 세대가 대인관계와 사회 적응 과정에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한 고립된 생활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의 격화 때문"이라며 "경쟁의 압박을 세게 받으면 감정과 정서, 여러가지 생활을 공유하는 친구 관계가 약하게 형성되고 우울증을 경험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설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고립된 생활이 우울증으로 연결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굉장히 쾌활한 청년들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소극적이거나 코로나 이전부터 고립된 생활을 해온 청년들은 더욱 더 고립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청년 세대 대부분이 형제가 적거나 외동"이라며 "가정에서부터 사회적 교류 경험이 부족해 결국 사회 적응 과정에 어려움을 낳는다"고 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 자체로는 역부족이고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역효과를 낳아 우울증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가 새로운 연결의 대안처럼 거론되지만, 실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은 필수적"이라며 "지금의 청년 세대가 '디지털 미디어 과시용' 세대인 만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면 우울감이 심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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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7월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716만6000가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7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연령대별 1인 가구 비중을 살펴보면 20대 이하가 19.8%, 30대가 17.1%로 많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청년층 1인 가구 수의 증가 또한 정서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0대 이하 1인 가구가 전체의 19.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30대(17.1%)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청장년의 가구형태와 우울과의 관련성' 논문에서 연구진은 1인 가구의 경우 가족 및 사회적 관계망에서 고립감을 느끼기 쉽고 주관적 건강상태가 변화할 유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우울증 문제는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설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사회로서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가장 활력이 넘치고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울 나이인데, 그 시기에 있는 사람 중 다수가 우울증을 앓는다는 건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으로부터 순전히 비롯됐다기보다는 사회적 상황과 연관이 깊은 질병인 만큼 사회가 그 병을 치유하는데 있어서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채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현재 공동체라든지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연결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다"며 "청년이라는 소위 애매한 인생 발달 시기에 취약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디지털이 아닌 오프라인 또는 아날로그 상에서 상호작용하며 재미나 의미를 기를 수 있는 공공의 활동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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