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전주환, 사내망 아닌 ERP시스템 허점 간파...피해자 집 주소 알아내"(종합)

등록 2022-09-20 11:55:33   최종수정 2022-09-20 16:44:06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노조 "역무원 210명 매년 폭행·폭언 당해"

"사법 당국·사측, 재발 방지책 만들어야"

"1인 순찰 불가피…인력·예산 결정 서울시 몫"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경찰청이 19일 특정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보복살인 사건 피의자인 1991년생 전주환(31)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전주환이 지난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2022.09.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전재훈 기자 =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가해자인 전주환(31)이 서울교통공사 내부 전산망의 허점을 이용해 피해자 신상정보를 찾아낸 뒤 과거 주소지를 찾아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주환은 범행 전 피해자의 과거 자택으로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고, 이후 근무지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반적인 인트라넷이 아닌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의 회계 프로그램 부분에 허점이 있었는데 전주환씨가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범죄를 계획하는 과정에 그걸 활용해 피해자의 주소지를 알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일반적인 직원은 내부망을 통해서는 사진이나 이름, 근무지, 근무형태, 어디에서 일하는지, 그리고 개인의 휴대전화나 사내 이메일 주소 정도만 조회가 된다"고 전했다. 전주환은 앞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 실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사내에서만 접속이 가능해 전주환이 직위 해제가 되기 전에 개인 신상정보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직위해제 상태에서도 수차례 역을 찾아가 휴가 중인 직원이라고 주장하고 내부망에 접속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태다.

전주환은 범행 당일에도 피해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구산역 고객 안전실에 들러 자신을 직원이라고 속인 뒤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일정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가 당일 야간근무라는 것을 파악한 전주환은 신당역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제와 재발 방지 및 안전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역무원 출신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권영국 변호사, 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건 사고가 아닌 인재다. 성격상 젠더폭력이지만 인력 충원하면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었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피해자에 대한 추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 의원은 "27년 동안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싸웠었다"며 "우리는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과 소수자를 프로 불편러로 취급한 사회가 저지른 죽음으로, 2인 1조 근무 등 사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를 요구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스토킹 범죄를 경미하게 인식하도록 하고, 피해자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독소조항으로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스토킹 처벌법에서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는 피해자 보호 대책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피해자 주변을 관찰하는 구조가 아닌 가해자를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시민단체 회원 등이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피해자 추모,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20. [email protected]


노조는 2인 1조 근무 수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서울시의 예산과 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1~8호선 전체 265개 역(3360명 근무) 중 73개 역(715명)에 역무원 2인이 근무하는 2인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권 변호사는 "1개역 역은 4개 반으로 구성되는데, 전체 1060개 반 중 410여개 반이 2인 근무로 운영되고 있다"며 "2인 1조 순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반이 전체의 38.7%에 이르는 것"고 지적했다.

노조는 "2인 근무반의 경우 관제 업무, 민원 접수 업무 등을 위해 1명이 역무실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1인 순찰이 불가피하다"며 서울교통공사의 인력 및 예산 충원을 촉구했다.

노조는 ▲승객접점부서 등 현장 안전 대책 ▲사망 사고 관련 조합원 보호 대책 ▲노사 공동 전사적 조직 문화 개선 등을 협의하자고 사측에 요구했다. 또한 피해자의 산재 처리 및 역무원의 안전 대책을 사측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노조는 해당 사건을 개인 간 사건이 아닌 직장 내 성폭행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산재 처리가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역무원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 등은 신분증 모양의 녹음기뿐"이라며 "역무원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역무원과 보안관의 인력 충원 등 업무환경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오는 21일에는 서울 중구 신당역, 23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사고 피해자 추모제와 재발 방지 및 안전확보 대책 촉구를 위한 문화제를 진행한다. 오는 29일에는 서울시청에서 조합원 3000명이 모여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사건 피의자 전주환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수사하고 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화장실에서 자신과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역무원 A(28)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오후 내부위원 경찰 3명과 외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주환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