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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잡음]①연구비 빼돌려 946만원짜리 개인 노트북 구매..."11년 전 비리 은폐한 결과"

등록 2022-09-27 06:00:00   최종수정 2022-10-04 09: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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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카드로 식사 한 뒤 외부 기관과 회의를 한 것처럼 회의록 작성하거나 출장비 중복 지급, 학생연구원 인건비 미지급, 노트북 구입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내 서울대의 도덕적 해이 심각

안민석 의원 "서울대가 과거 각종 비리를 적발하고도 제 식구 감싸느라 징계도 없이 대외비로 은폐한 것은 부도덕한 처사로 비리 구조만 키운 것" "서울대는 자성의 계기로 삼고 비리를 은폐한 경위와 재발방지 대책을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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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교육부가 지난해 9월27일부터 10월13일까지 서울대 종합감사를 진행한 결과, 서울대 교직원 666명이 징계(중징계 1명, 경징계 3명), 경고(255명), 주의(407명) 등 감사 처분 요구 대상에 올랐다.

교수가 연구비 카드로 식사를 한 뒤 외부 기관과 회의를 한 것처럼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초고가 노트북을 구입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내 간판 대학인 서울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대는 조직과 인사, 입시·학사, 예산·회계, 산단·연구비, 시설·재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운영상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학 감사에서 단일 건에 대해 400명 이상이 한꺼번에 신분 조치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위가 11년 전 서울대 자체 컨설팅에서 지적됐던 사안들이란 점이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 2011년 삼일회계법인에 '서울대학교 산하기관 업무프로세스 및 경영감사 개선' 컨설팅을 의뢰했다.

당시 서울대 산하 30개 기관을 상대로 3개월 간 실시한 컨설팅 결과 ▲부외통장 보유 ▲재료비 부당 지출 ▲인건비 부당지급 ▲출장비 중복 지급 ▲기타경비 부당 지출 등 12개 리스크 유형별로 연구시설에서 91건, 부속시설 및 법인에서 43건 등 100여 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모든 연구시설에서 공간사용료, 기기사용료, 교육·용역, 지적재산권, 연구과제 별도수주 등으로 조성한 부외수입 65억7300여만원을 따로 통장을 개설해 규정 외로 관리하고 있었다. 재료비를 이용 연구과제와 무관한 휴대전화 케이스를 구입하기도 했다.

연구소를 퇴직한 교수들에게 근거자료 없이 자문료 명목으로 2100만원을 주고, 간접비와 연구인건비를 중복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교수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로부터 자문용역 과제를 받아 특정한 성과물 없이 연구비 총액을 인건비로 받은 경우도 있었다.

연구용역비가 기관장 개인 통장으로 지급되고 실제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정산하는 절차가 없었던 일도 확인됐다. 임원이 퇴직할 때 연구용역비조로 현금을 지급한 일도 있었다. 같은 출장 건의 비용을 중복 청구해 지급받은 게 722만원, 해외출장 지원비를 중복으로 받은 게 559만원 확인됐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유흥주점, 골프장, 노래방, 사우나가 있거나 혹은 개인용도로 쓰고, 비목 전용을 통해 연구비를 부적정하게 집행한 것으로 총 4500만원이 확인됐고, 상품권 혹은 하이패스 등 현금성 물품을 지나치게 사거나 평일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 사이, 주말에 발생한 거래건도 있었다.

서울대는 당시 확인된 내용에 대해 징계나 환수 조치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법인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실시한 컨설팅이어서 감사와는 차이가 있다"며 "징계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고 안민석 의원은 전했다.

서울대는 대신 컨설팅 결과에 맞춰 ▲통합 재정관리 시스템 구축 ▲법인카드 사용내역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산학협력단 내부 통제 시스템 재확립 ▲재무회계규정, 교내 연구비·간접비 관리 지침 제정 ▲서울대 감사규정 제정 등의 제도 정비를 했다고 전했다. 2012년에는 자체 감사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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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대 스마트 강의실 전경. 사진 서울대.
하지만 10여년이 지나서도 유사한 지적사항이 반복됐다.

법인화 이후 지난해 9~10월 교육부가 처음 실시한 서울대 정기 종합감사 결과 ▲조직·인사(13건) ▲입시·학사(11건) ▲예산·회계(9건) ▲산단·연구비(16건) ▲시설·재산(9건) 등 총 58개 유형이 지적됐다.

교직원들에게는 경고 255명, 주의 407명 등 경미한 지적 외에도 중징계 1명, 경징계 3명 등 총 4명에게 징계조치가 요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3개 연구과제를 진행한 A 교수는 학생연구원에게 책정된 인건비 1억6692만원을 공용계좌에 받은 뒤 이를 지급하지 않고 2090만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그래픽카드, CPU 등 소모품으로 허위 거래내역서를 발급받은 뒤 946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구입해 교수 개인이 사용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A 교수를 경찰에 고발하고 인건비와 노트북 구입비에 대해선 회수 조치를 내렸다.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년간 출장여비 2158만원이 중복 지급되는 등 중복 청구도 반복됐다. 사외이사를 겸직할 경우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보수의 15%를 학교발전기금으로 출연해야 하는 규정에도 사외이사 활동을 학교에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하고도 출연금을 내지 않은 경우(2640만원)도 나타났다.

조교 활동을 한 대학원생 138명의 인건비 3억2880만원을 연구장학금으로 대체한 경우도 나타났다. 이 장학금 부적격 요건에는 '행정조교' 활동이 명시돼있었다.

서울대 교직원 행동강령은 4촌 이내 친족이 연구에 참여할 경우 학교에 신고하도록 했지만, 신고하지 않고 가족을 연구에 참여시켰다가 적발된 교원이 19명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는 총 2억6921만원에 달했다. 강원도 평창 등 학교 밖에서 교원 가족을 동반한 교수학사협의회를 열고 행사비 6억2442만원을 법인회계 등에서 집행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서울대가 과거 각종 비리를 적발하고도 제 식구 감싸느라 징계도 없이 대외비로 은폐한 것은 부도덕한 처사로 비리 구조만 키운 것"이라며 "서울대는 자성의 계기로 삼고 비리를 은폐한 경위와 재발방지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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