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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그늘, 다크버스①]아바타로 성희롱·스토킹…처벌할 수 있나

등록 2022-10-15 15:00:00   최종수정 2022-10-31 09: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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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미성년 이용자 대상 범죄 심각

성희롱·스토킹·조건만남·그루밍에 노출…해외에선 아바타 성범죄도

메타버스 이용자들, 성문제·혐오·괴롭힘에 대한 우려 목소리

메타버스 운영사 '유해 콘텐츠 필터링' 등 자구책에도 근절 역부족

아바타 통한 성범죄 현행법상 제재 어려워…법 개정 움직임

민관 '메타버스 윤리원칙' 마련 등 사회적 논의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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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1.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 플랫폼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가 불거지고 있다. 아바타가 특정 포즈를 취해 상대 아바타의 신체를 접촉하는 방식으로 성희롱 행위를 하거나, 쫓아다니며 스토킹하며, 조건만남을 시도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심지어 성인이 미성년자에 접근해 아이템을 선물하며 호감을 얻은 뒤 현실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2. 지난해 12월에는 메타(옛 페이스북)의 자회사 호라이즌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 성희롱 피해가 접수됐다. 호라이즌 월드 베타테스트에 참여한 한 이용자는 여러 명의 남성 아바타에 둘러싸여 집단 성폭행과 언어적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들이 음성 채팅으로 '싫어하는 척 하지말라'며 소리쳤다.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악몽이었다"고 호소했다.

메타버스 성범죄는 이미 2000년대부터 불거졌다. '세컨드라이프'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개발사인 린든랩이 3차원 온라인 가상현실 서비스를 표방하며 선보인 세컨드라이프는 아바타를 활용한 문자·음성채팅은 물론, 플랫폼 내 가상자산을 법정통화로 환전할 수 있는 기능까지 지원했다. 특히 성관계 묘사, 음란물 제작 및 유통 등 유해성 논란으로 국제적인 비난 속에 폐쇄됐다.

이처럼 최근 개인화, 지능화를 표방하는 웹3.0(지능형 웹)과 실감기술, 인공지능, 가상자산 등의 발달로 메타버스 생태계가 본격 활성화됨에 따라 가상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의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게 문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제페토 이용자 중 50.4%가 7~12세, 20.6%가 13~18세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사이버 범죄 피해를 당해도 보복 등을 우려해 부모님에게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려한다. 따라서 메타버스 플랫폼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자들 "성적 콘텐츠, 혐오·괴롭힘 제한해야"…운영사 자구책으론 근절 역부족

메타버스 생태계 참여자들도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혐오발언, 성범죄, 인종차별 등 사건·사고가 가상 세계로 확장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메타버스 생태계 이용자 보호 정책 추진단이 발표한 '메타버스 생태계 참여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타버스 이용 시 제한이 필요한 콘텐츠는 ▲성적 콘텐츠(25.1%) ▲혐오 표현 및 괴롭힘(20.3%) 순으로 많았다. 윤리원칙의 필요성(5점 만점)에 대해서는 ▲메타버스 운영자가 지켜야 할 윤리원칙의 필요성이 4.23점 ▲크리에이터가 지켜야 할 윤리원칙의 필요성이 4.20점으로 나타났다.

이에 메타버스 운영사들도 메타버스 내 성범죄 등 이용자 윤리의식 문제에 공감하고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메타는 아바타 간 4피트(약 120cm) 거리두기 두기 기능을 도입했다. 다만 이용자가 직접 거리두기 기능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허점은 존재한다.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아동·청소년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자 지난해 12월 미국에 글로벌 전문 인력들으로 구성된 안전 전문 팀(Trust and Safety team)을 신설했다. 또 AI 기반의 음란물 검출 기술을 도입하고, 욕설 필터링 및 그루밍과 같은 성착취 검출 기술을 적용했으며,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유해 콘츠 필터링 기술을 도입해 콘텐츠 검색 결과에서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이를 모두 걸러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유저 보호 장치 마련을 위해 정책적, 기술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최신 기술 솔루션과 담당 부서 인력을 활용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걸러내고 게시를 예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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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통한 성범죄, 현행법상 제재 어려워…정보통신망법 개정 움직임

문제는 현행법상 아바타를 통한 성희롱·성폭행 등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제재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성희롱 등으로 불안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있지만, 사람이 아닌 아바타에 대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이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디지털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 공간 내 '성적 인격권(원치 않는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는 권리)' 침해행위를 정보통신망상 '유통할 수 없는 정보'로 포함시키고,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관리해야 한다.

신 의원은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성적 가해 행위는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10대가 주로 피해를 입고 있고 스토킹으로까지 발전하는 등 범죄 형태가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단 한 번의 유포로도 그 피해가 극심하기에 철저한 범죄 대응 체계를 갖추어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 메타버스 내 성범죄 및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메타버스 내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아바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거나, 타인의 아바타가 거부를 하는데도 스토킹 행위를 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민관 '메타버스 윤리원칙' 마련 등 건강한 산업 발전 논의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의 장점은 발전시키되, 성범죄와 같은 부작용은 제도개선을 통해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메타버스 관련 중앙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메타버스 경제 활성화 민관 TF'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윤리제도분과'를 구성해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제도 정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제안한 '메타버스 윤리원칙' 초안도 마련했다.
 
이승민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윤리제도분과' 위원장(성균관대 교수)은 "메타버스 역기능 해소를 위해 법적·사회적 규범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세운다면 개발자,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이용자 등 메타버스 생태계 참여자들이 공감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규범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메타버스 정책을 총괄하는 허원석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우리나라가 메타버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진흥을 위한 민관협력체계와 함께 역기능 해소가 중요하다"며 "메타버스 윤리원칙이 학교현장에서 교육교재, 메타버스 기업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등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전문가, 업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해 연말까지 최종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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