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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김초엽 "SF 작가 유지하려면 '불순한 독서 생활' 필수"

등록 2022-10-08 07:00:00   최종수정 2022-10-18 1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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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인기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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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에세이 '책과 우연들' 김초엽 작가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퍼셉션에서 뉴시스 '작가만세' 인터뷰를 마치고 촬영하고 있다. 2022.10.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SF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김초엽은 "스스로를 공부하는 소설가"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과학책을 뒤적거리고 SF소설가지만 미국의 1950년대 SF 소설을 찾아보는 등 글쓰기를 학습한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한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에는 그의 이런 창작과 공부의 과정이 여실히 담겼다.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그런 사람만 작가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작가가 되면서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김초엽을 만나 SF 세계가 아닌 작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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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에세이 '책과 우연들' 김초엽 작가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퍼셉션에서 뉴시스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08. [email protected]

◆소설 쓰기에 대한 두려움…"과학책 읽으며 아이디어 찾았어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 써버렸어. 내가 쓸 수 있는 글도 다 써버렸어. 이제 밑천이 바닥난 거야."(본문 41쪽 중에서)

김초엽은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덜컥 작가가 된 그는 데뷔 초부터 벽을 마주했다.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매번 소설을 쓸 때마다 글 쓰는 법을 까먹었다"고 느꼈다.

SF 작가로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택한 것은 '독서'다. 아이디어는 과학책을 읽으며 떠오를 것이라는 믿음 아래 소설을 쓰기 위해 수많은 과학책을 읽었다. 그는 이런 과정을 "불순한 독서 생활"이라고 부른다. 책을 즐기면서 읽는 것이 아닌 업무로서 접근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제 직업이고 저는 프로잖아요."

독서가 불순해졌지만, 김초엽은 프로정신으로 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오히려 폭넓은 독서와 공부로 새로운 책의 재미를 느끼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공계 대학원 출신 작가의 소설 쓰기

작법서와 과학책을 읽으며 소설을 공부하는 속성은 포항공과대 생화학 석사 과정을 거치며 훈련한 영향도 있다. 생화학 대학원에서 연구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기존 학자들의 연구를 조사하는 과정이 몸에 배어버렸다.

"물론 연구자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그쪽은 제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이공계 석사 출신이라는 이력답게 김초엽은 여타 국문과 문예창작과 작가들과 시작점이 다르다. 모호한 게 싫어 화학을 좋아하게 된 만큼 소설에서도 모호함을 싫어하고 순문학에 대한 관심도 적었다. 변화가 시작된 지점은 "정확하다고 생각하던 과학도 모호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고부터다.

"모호함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이공계에 대한 편견을 깨는 부분도 있다. 문학은 거들떠보지지도 않고 감동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초엽은 어렸을 때부터 시와 소설 쓰기를 좋아했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과적 성향과 문과적 성향이 공존했던 것이다. 작가는 이공계 출신 작가가 앞으로도 등장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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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에세이 '책과 우연들' 김초엽 작가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퍼셉션에서 뉴시스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08. [email protected]



◆지면조차 없던 한국 SF…5년 사이 큰 변화

그는 데뷔한 후 5년간 한국 SF의 발전사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배명훈 작가의 SF 소설 '타워'로 SF에 입문하고 대학원을 다니며 등단한 그는 2017년만 해도 SF소설의 입지가 지금보다 훨씬 좁았다고 했다.

"그때는 제 작품을 실을 지면이 정말 없었어요."

최근 SF 전문 출판사는 물론 SF 전문 문예지까지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데뷔한 시기에 함께 등장한 작가들이 성장하고 SF 시장이 넓어지는 것을 보며 크게 반기고 있다. 이제는 SF라는 이유로 출간을 거절하는 출판사는 없으리라 확신한다.

김초엽은 더 이상 소설 쓰기가 막히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자신이 참고할 수많은 책이 서재에 꽂혀있다. 자신의 휴대폰 메모 앱에 기록한 수많은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을 연결해 다음 이야기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제 책을 읽고 글쓰기를 마음먹는 분들이 있으면 기쁠 것 같아요. 저도 조금 더 일찍 도전해보면 어땠을까 자주 생각하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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