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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한파①]수도권 경쟁률, 10분의 1 토막…울산·대구 심각

등록 2022-10-22 06:30:00   최종수정 2022-10-31 09: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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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옛말…수도권도 청약 줄줄이 미달

서울 2.5대 1·울산 0.2대 1…부산만 두 자릿수

미분양 물량 작년 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

분양전망지수 점점 떨어져…대구·울산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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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아파트 분양시장이 엄동설한 한파를 맞고 있다. 기존 주택매매 시장이 급격히 악화된 데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작년 '분양만 하면 완판(完販)'으로 통하던 서울을 비롯해 경기와 인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일제히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대구와 울산은 분양단지마다 무더기 미달 사태가 반복되고 있고, 수도권에서도 미달 단지가 점점 늘어나며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는 중이다.

22일 뉴시스가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받은 '청약 경쟁률 지역별 비교'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수도권에서 공급된 분양 단지의 1순위 6938가구 모집에 2만4047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5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3분기 1만49가구 모집에 35만9038명이 신청해 30.9대 1을 기록한 것에 비해 10분의 1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 경쟁률은 231.2대 1에서 2.5대 1로 추락했고, 경기도의 경우에도 22.2대 1에서 2.2대 1로 떨어졌다. 인천 역시 30.9대 1에서 8.0대 1로 떨어졌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 대부분 분양 성적표가 부진하다. 최초 분양 당시 두 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더라도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줄줄이 미분양으로 이어졌다.

한화건설이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분양한 '한화 포레나 미아'는 최초 청약 경쟁률이 10.7대 1이었지만 미계약 물량이 속출했고,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신독산 솔리힐 뉴포레, 창동 다우아트리체, 칸타빌 수유팰리스 등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무순위 청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 광역시는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수년째 주택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대구의 경우 올해 3분기 청약 경쟁률은 1대 1에도 못 미치는 0.37대 1을 기록했다.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울산이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울산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1528가구 모집에 296명이 신청하는 데 그쳐 평균 경쟁률이 0.19대 1의 참담한 성적표를 냈다.

대전(9.9대1→4.9대1)과 광주(21.2대1→2.9대1)도 작년에 비해 경쟁률이 크게 낮아졌다. 부산만 유일하게 12.7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지만 지난해 60.1대 1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청약 시장이 급속히 냉각된 이유는 집값이 조정 받으면서 청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출 금리가 올라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생긴 예비 청약자들이 선뜻 청약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집값 급등기에는 지역 구분 없이 수요자들이 몰렸지만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기에 들어서자 수요자들이 이제는 분양가와 입지, 단지 규모 등을 꼼꼼히 따지는 현상이 두드러지며 완판에 실패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만7710가구에서 올해 8월 3만2722가구로 85% 늘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은 같은 기간 1509가구에서 5012가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집값 하락세가 가파른 대구의 경우엔 1977가구에서 8301가구로 4배 이상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 청약시장 침체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다만 '옥석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입지나 브랜드, 분양가에 따라 단지별 흥행에 차이가 생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연말과 내년 초에 예정된 대규모 단지의 청약 성적표에 주목하고 있다. 청약 흥행 여부에 따라 향후 시장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올 연말께 중랑구 중화1구역(1055가구)과 성북구 장위4구역(2840가구) 등의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분양가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9억원 초중반으로 책정됐다는 점에서 흥행에 성공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 조정국면 속에 청약 수요도 위축된 상태라서 분양이 나오기만 하면 높은 경쟁률을 보인 작년 분위기와는 다를 것"이라며 "철저히 분양가 수준에 따라 단지 흥행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약 시장에 대한 수요 감소는 통장 가입자 수치 변화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696만9838명이다. 전달 2700만3542명에 비해 3만3704명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굳이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도 기존 주택시장을 통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분양시장 전망도 암울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49.4에서 43.4로 6.0포인트 떨어졌다. 서울(53.7)과 경기(38.5)는 지난달 대비 각각 5.3포인트, 15.0포인트 급감했다. 특히 울산(26.7)과 대구(26.9)는 분양전망지수가 30미만으로 떨어졌다.

수년간 아파트값 급등으로 경계 심리가 커졌고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담감이 증가하면서 분양시장 침체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인상 기조가 바뀔 때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기준금리 급등으로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전국적으로 작년에 비해 1순위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며 "지방의 경우 규제지역 해제 발표에 따라 대출·세제·청약 등에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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