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독과점①]'자율'로는 안 된다…카카오 사태에 온플법 재조명
尹 대통령 지시에 공정위 심사지침 마련키로공정위원장, '법 집행 강화 방안' 대면 보고 진행규제 강화 분위기에 '온플법' 입법 논의도 고개한기정 "자율규제 성과 기다려달라…법제화 검토"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가 '카카오 사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한 말이다.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에스케이 씨엔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무분별한 기업 확장이 이 문제의 본질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공정위가 묵혀뒀던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여기에 인수합병(M&A)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심사 기준도 바꾸기로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 업계에 자율규제를 도입하겠다고 줄곧 주장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나아가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마무리해 관련 규제를 법으로 못 박아둬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만들고 M&A 심사 기준 바꾸고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올해 안으로 제정될 예정이다. 이 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 법 집행 사례를 기반으로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 행위의 심사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존 잣대는 전통산업 중심이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지침을 따로 만들어 법 집행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 1월 행정예고를 실시했지만 이후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플랫폼 정책의 기본 방향이 자율규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심사지침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카카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됐을 경우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공정위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에게 '플랫폼 독과점에 특화된 제도 개선 및 법 집행 강화 방안'을 대면 보고하기도 했다. 이 방안에는 '독과점 심사지침'뿐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개정 계획도 포함됐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로 연말까지 연구 용역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년 초 개정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 국감에서 '카카오 사태'에 대해 "경쟁 압력이 적은 독과점 상태에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독과점 규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단지 매출액이 아니라 이용자 수나 트래픽 수를 모두 고려한 심사지침을 제정 중이고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단은 자율규제 추진할 듯…법제화 검토 지속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온플법'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간 공정위는 디지털경제 분야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고,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온플법은 이 계획의 핵심으로 꼽혔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이른바 '갑질'을 막기 위해 추진된 법안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네이버, 카카오 등 이미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에는 '쏠림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시장의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진다. 신규 플랫폼들의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고, 기존 사업자들의 힘은 점점 강해진다. 이에 온플법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계약서 교부 의무,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 기준, 사업자 간 분쟁해결제도,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사·처리 및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친(親)기업 기조에 무게를 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입법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전까지는 정부가 직접 기업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는데, 갑작스레 민간이 만든 자율규제안을 도입하겠다고 입장을 180도 튼 것이다. 현재 공정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플랫폼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기구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사업자와 해당 플랫폼 이용 사업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이번 '카카오 사태'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다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자율규제를 추진하되,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법제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 국감에서 "온플법에는 계약서와 계약 해지, 불공정행위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자율규제 논의가 시작됐다"며 "온플법을 넘어서서 수수료에 관한 이야기까지 논의 주제로 확정이 됐고, 성과를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만 "온플법과 관련해서는 여야 합의로 입법이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입법 사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법제화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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