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노래의 힘'을 믿어요…"서른 즈음에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오늘 첫 리메이크앨범 '로그(log)' 발매
그룹 '에이핑크' 메인보컬 겸 솔로 가수 정은지(29)는 그 노래의 힘을 믿는다.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그녀에게 노래가 떠날 수 있는 권리를 주기 때문이다. 노래로 삶을 기록해온 정은지가 11일 오후 6시 첫 리메이크앨범 '로그(log)'를 발매한다. 우리나이로 서른을 맞았을 때 리메이크를 하고 싶다고 팬들에게 약속한 곡인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이번 앨범의 단초였다. 정은지가 어릴 때 항상 방구석 여행을 하게 해준 밴드 '버즈(Buzz)'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타이틀곡이다. 또 정은지가 희망 노래의 지침이라고 여기는 YB의 '흰수염 고래', 고향인 부산을 떠나 상경한 이후 모든 감정을 담은 조용필의 '꿈', 어머니를 위해 부른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등 총 5개 트랙이 실렸다. 정은지는 이 노래들의 세입자가 아니다. 작곡가 밍지션(minGtion)과 이현영이 편곡에 참여해 원곡의 정서를 해치지 않으면서 정은지 표 노래들로 재해석했다. 지극히 보편적인 노래들이지만, 또 지극히 개인적인 노래들도 그녀의 마음 여행 기록들이기도 하다. 최근 신사동 아이에스티(IST)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정은지는 "노래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리메이크 앨범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리메이크 곡들이 다 명곡들이라 부담도 컸을 거 같아요. "우선 창피한 걸 싫어해 나중에 선배님들이 노래를 들으셨을 때 끄덕거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원곡에서 처음 위로를 받았을 때 그 감정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래를 하면서 애를 많이 썼죠. 너무 명곡들이라 편곡을 할 때 고민이 많이 돼 머릿속에 방향성을 잡고 그걸 스태프들에게 전달하는데 다른 앨범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편곡을 할 때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선들이 있었을 거 같아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무조건 기타 솔로 파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흰수염 고래'는 노래가 가진 클래식한 느낌이 2022년 버전으로 나왔으면 했고 '꿈'은 신스팝 장르로 편곡했는데 이 장르의 특성 중 하나인 밝지만 슬픈 뉘앙스를 가지고 가고 싶었죠. '사랑을 위하여'는 바로 앞에서 라이브를 하듯 믹스하고 싶어서 어쿠스틱 과정에서 그런 포인트를 만들었어요. '서른 즈음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정은지를 느끼실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편곡적으로 '탁탁탁'이라는 소리가 들리게 해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도 줬습니다."
"선곡을 할 때 대중성을 빼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공감할 수 있고, 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코묻은 돈을 코인 노래방에서 탕진하게 만든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저만의 방구석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 곡이고, 위로의 노랫말이 담긴 '흰수염 고래'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제게 지침 같은 곡이에요. '꿈'은 제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타향살이를 하면서 느꼈던 그리움, 외로움의 감정을 노래해줬고요. '사랑을 위하여'는 '아빠야'를 외치는 '하늘바라기'를 듣고 서운해하신 엄마를 위한 곡이고요. 하하. 원래 깜짝 선물로 CD에만 담기는 히든 트랙으로 싣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더 많은 분들의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곡인데 아깝다고 반응하셔서 음원으로도 공개하기로 했죠. '서른 즈음에'는 팬들과 한 약속이라 당연히 트랙에 들어갔지만 부르고 나니, 제 나이대에 공감할 수 있는 가사들이 더 많았어요." -서른살에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의미가 남달랐을 거 같아요.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솔로를 낼 수 있을지 몰랐고 팬들과 '서른 즈음에'를 리메이크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될지도 몰랐죠. 약속을 지켰다는 자체로 앨범에 의미가 많아졌어요.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라는 가사도 그렇고 첫 소절부터 뉘앙스 자체가 많이 와 닿았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옆에 계속 있을 줄 알았는데 없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제가 보채거나 어리광을 피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런 과정을 지켜 보기만 해서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죠. 이 노래를 들으면서 선우정아 선배님의 '그러려니' 분위기가 많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가족 대소사를 챙기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면서 일과 나만 남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일과 제 삶의 적정선을 지키고 싶었는데 늘 일을 쫓아다녔거든요. 전 제가 프리랜서라고 생각하고 절 찾아주셔야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쉬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죠. 쉬면 불안하고. 길게 쉰 적도 없는데 그 쉬는 동안에도 돌아다니고. 근데 동생 졸업식 때엔 일이 있고. 그렇게 일과 삶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리메이크 음반을 만드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가수에게 리메이크 음반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엄청 부담스럽죠. 누를 끼치고 싶지 않고요. 이 노래를 검색했을 때 제 노래가 원곡의 분위기를 깨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또 제 추억이 있는 노래인데 '내가 생각한 느낌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까 걱정도 했고요. 제가 위로 받고 공감한 노래의 방향과 달라지지 않게 리메이크를 하려고 하다 보니, 어느 때보다 진중했어요." -이번 앨범으로 떠난 나에게로 여행을 통해 자신 안에서 새로 발견한 지점이 있었나요? "그게 '사랑을 위하여'였어요. 이 노래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멜로디가 떠올랐고 포인트인 '우우우~'가 계속 생각이 나는데 노래 제목이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런데 결국 그 노래가 '사랑을 위하여'라는 걸 알게 됐고, 멜로디를 부르는 모습 등 제 잊고 있던 시절이 생각나면서 '이게 노래의 힘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리메이크 앨범을 준비하면서 처음엔 이 노래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툭 튀어나오는 음악에 추억이 담겨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