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④]세계무대서 통한 '벤투볼'…'4년 유산' 이어가야
카타르월드컵 16강으로 지휘봉 내려놓은 벤투 감독감독 바뀌더라도, 4년간 쌓은 공든 탑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이란 목표를 달성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포함해 한국 축구 통산 세 번째 16강이다. 비록 국제축구연맹(FIFA) 1위인 '세계 최강' 브라질에 막혀 사상 첫 원정 8강엔 실패했지만, 벤투호의 4년 여정은 실패가 아닌 성공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부임한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4년을 준비해 월드컵 본선까지 치른 지도자다.
사실 벤투 감독이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그가 4년을 버틸 거라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당장 성과를 중요시하는 한국 축구 문화에서 감독 교체는 필연이었다. 벤투 감독을 데려온 김판곤 현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4년 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당시 "선임위가 요구한 훈련 내용 등에 대한 기술적인 자료를 점검했고, 그 결과 앞으로 4년간 인내하고 지원하면 한국 축구를 분명히 발전시킬 수 있는 감독과 팀이라고 생각했다"며 포르투갈 출신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동시에 "상대 공격 전개를 허용하지 않는 전방압박과 역습 방지를 추구하는 것이 한국 축구 철학과 맞았다"며 능동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이른바 '빌드업 축구'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내다봤다.
빌드업 축구의 완성도는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 했고, 4년간 큰 변화 없는 선수단과 손흥민(토트넘),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민재(나폴리) 등 유럽파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벤투 축구는 태극전사들에 서서히 녹아들었고, 비교적 수월하게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한 데 이어 본선에서도 강팀들을 상대로 수동적인 축구가 아닌, 점유하고 공격을 전개하는 대등한 경기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벤투가 4년간 갈고 닦은 축구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네덜란드 출신의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드, 핌 베어벡을 선임하며 히딩크의 유산을 이어가려 했지만, 엄밀히 말해 그들 모두 국적만 같았을 뿐, 히딩크 축구를 이어왔다고 보긴 어렵다. 4년이란 시간을 절대 짧지 않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오랜 기간 A대표팀의 축구 철학을 전 연령대에 걸쳐 공유하며 발전해왔다. 이는 일본이 최근 2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오른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브라질전을 마친 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저는 좀 쉬고 다음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 대한축구협회와 얘기했는데 9월부터 이미 결정됐다. 쉰 다음에 거취를 생각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벤투가 떠나기로 하면서 이제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다만, 사령탑이 바뀌더라도 한국 축구가 지난 4년간 쌓아온 탑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새로 쌓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벤투볼을 입은 태극전사들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게 입증됐다. 이것을 잘 계승하고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또 다른 8년을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