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더 글로리'가 쏘아올린 공…국내외 선한 파급력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송혜교 주연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쏘아 올린 공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컸다. 김은숙 작가는 고등학생 딸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실화를 녹여 학교 폭력을 현실감있게 그렸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지난달 30일 파트1 공개 후 6일만에 세계 넷플릭스 4위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주목 받았다. 17년 전 일어난 고데기 사건이 재조명됐고, 태국에선 학폭 고발 해시태그 운동도 일고 있다. 현직 기상캐스터 후기가 이어지면서 극중 캐릭터의 직업 선입견이 깨지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폭은 세계 보편적 소재 더 글로리는 세계 보편적인 소재인 학폭으로 공감대를 높였다. 학부형인 김 작가에게도 학폭은 가까운 화두였다. 어느 날 딸이 '엄마는 내가 죽도록 누군가를 때리면 가슴 아플까, 내가 죽도록 맞고 오면 가슴 아플까?'라고 물었다며 "그 질문이 충격이고 지옥이었다. 그 순간 많은 이야기가 펼쳐 지나갔다"고 밝혔다.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도전이지만, 한국적인 이야기를 부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학폭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보편적이라서 피해·가해자와 학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드라마는 유년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아역 정지소)이 온 생을 걸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극중 '박연진'(임지연·아역 신예은)은 동은에게 '네가 고데기 열 체크 좀 해줄래?'라며 끔찍한 학폭을 가했다. 2006년 5월 충복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고데기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 세 명은 동급생 A를 20일간 폭행했다.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고데기로 팔에 화상을 입히고 집단구타를 가했다. 연진 등 재력가인 학폭 주동자들은 처벌을 피했지만, 실제 가해자 한 명은 구속됐고 학교와 교사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드라마 공개 후 실제 사건이 재조명, 학폭 심각성과 사회적인 관심이 환기되고 있다. 동은은 성인이 된 후에도 학폭 트라우마 속에서 살았다. 동은이 성형외과의 '주여정'(이도현)에게 학폭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보여주는 신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동은이 사법 체계를 벗어나 사적 복수를 하는 점은 정당화할 수 없지만, 사회적인 문제인 학폭 관련 또 한 번 경종을 울렸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나이를 낮추고 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 작가가 "이 작품의 메시지는 권선징악·인과응보"라며 "피해자는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른 사과를 원하더라. 폭력의 순간에 명예와 영광을 잃는데 사과를 받아야 비로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더 글로리는 이 세상의 피해자에게 보내는 응원"이라고 짚었다. 더 글로리 파급력은 해외까지 뻗쳐 나갔다. 특히 태국에서 이 드라마 관심이 높아지면서 SNS를 통해 학폭을 고발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타이 더 글로리'(Thai The Glory) 해시태그 운동이 일고 있다. 태국 가수 겸 배우 빌킨은 과거 친구 SNS에 남긴 댓글이 논란이 되자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분별없이 행동했다"며 사과했다. 태국 배우 파왓 칫사왕디도 자폐증을 앓는 학생을 괴롭혔다는 의혹이 일자 고개를 숙였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유치한 장난을 쳤다. 상처를 줘 진심으로 미안하다.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 것"이라며 "어린 시절 저지른 장난으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기상캐스터 선입견 깬 계기 더 글로리 인기가 높아지면서 캐릭터도 덩달아 주목 받았다. 극중 기상캐스터 연진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직업을 왜곡·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현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드라마 후기가 이어지면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마련됐다. 연진은 작가를 고용해 원고를 썼을 뿐 아니라 '갑질'을 일삼았다. 후배 기상캐스터에게 밀려 새벽 시간대 뉴스로 밀려나자, 남편인 재평건설 대표 '하도영'(정성일)에게 광고를 부탁했다. 후배와 기싸움을 하다가 "이 방송국은 나한테 달에 꼴랑 220만원을 주지만, 내 남편은 (방송국 광고로) 2억2000만원을 쓴단 소리야"라고 한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MBC 기상캐스터 김가영은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최근 SNS에 "더 글로리 과몰입러의 기상캐스터 팩트 체크"라며 "하나, 적당히 화려한 직업? 빡세게 노력하는 직업. 일상뿐 아니라 안전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둘, 원고를 대신 써준다? CG 의뢰부터 취재와 원고 작성까지, 오롯이 캐스터의 몫. 때로는 제보 사진, 음악과 의상, 소품까지도"라고 적었다. 기상캐스터 출신 배우 안혜경도 공감하며 "인정"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SBS 기상캐스터 양태빈은 연진과 비교하며 월급을 공개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실제 방송국에 박연진 같은 기상캐스터가 있다? SBS 기상캐스터의 더글로리 리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드라마 장면이 실제와 흡사한 것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며 "아주 속 시원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여기서 말하는 월급보다 두 배 이상은 받고 있다. 프리랜서라서 회사 외에 많은 일을 해 개인 역량에 따라 돈을 번다"고 설명했다. "'기상캐스터는 부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기상캐스터들이 부자와 결혼하기도 하고, 평범하게 결혼하기도 한다. 천차만별이다. 아무래도 화면에 비치는 직업이라서 만날 수 있는 이성의 폭이 넓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더 글로리는 총 16부작이며, 3월 파트2를 공개할 예정이다. 1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전날 더 글로리는 세계 넷플릭스 TV 쇼 부문 7위를 기록했다. 최고 성적(4위)보다 세 계단 떨어졌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상태다. 국내를 비롯해 태국,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대만, 베트남 등 총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파트2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파트1에 이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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