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하기에 사로잡힌다" 박기웅x서울스카이 '48VILLAINS'
빌런…대중 예술 작품 속 매력적인 악역배우 겸 작가 박기웅 특별전…인물화·설치 미술4월11일까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특별 전시관'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빌런 TV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등 대중 예술 작품에서 '주인공'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악역'(惡役)이다. 물론 작가가 밑바탕을 잘 그리고, 연출자가 그럴듯하게 판을 깔면 그 위에서 배우가 연기로 훌륭하게 표현해내는 게 전제 조건이긴 해도 많은 악역은 우리 기억 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는다. '선역'(善役)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할리우드 영화 '조커'처럼 일부 악역이 주인공인 작품도 있지만)보다도 더 그렇다. 이것도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이 아닐까 싶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은행강도 사건에서 인질들이 인질범에 대해 분노나 증오가 아닌 공감과 동조를 했던 것처럼 악역을 욕하면서 그들을 사랑하게 되고 마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우리는 그런 악역을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처럼 '빌런'(Villain)이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악역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인 셈이다. #배우 박기웅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한 박기웅은 2006년 휴대폰 '스카이' CF에서 보여준 일명 '맷돌 춤'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열연했지만, 사실 그를 대중에게 '배우'로 각인한 것들은 악역이다. 2010년 KBS 2TV '추노'의 '그분',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의 '도르곤', 2012년 KBS 2TV '각시탈'의 '기무라 슌지', 2016년 MBC TV '몬스터'의 '도건우' 등 나쁘거나 섬뜩하거나 무서운 빌런으로 사랑받았다. #작가 박기웅 박기웅은 '미대 오빠'로 불린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대진대)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얻게 된 애칭이다. 연기에 매진하느라 그림은 많이 그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예 붓을 놓지는 않았다. 다만 본격적으로 전시를 하기보다 SNS를 통해 팬들에게 작품을 살짝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러다 2021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명품 편집숍에서 오픈 기념 컬래버 전시를 한 것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다채로운 전시를 펼쳐 작가로서도 커리어를 쌓아왔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가 4월11일까지 '특별 전시관'에서 '박기웅 특별전'인 '48VILLAINS'(48빌런스)를 연다. 이번 전시는 악역에 '진심'인 배우 겸 3년 차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겼다. 전시명 그대로 '빌런'을 주제로 한 박기웅의 인물화와 다른 작가들과 의기투합한 설치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 서울스카이 입구로 들어서면 총 5개 섹션에 걸쳐 전시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각 섹션을 거치는 동안 빌런을 마주하고, 서서히 그들에게 동화하게 된다.
제1 섹션은 박기웅이 김재준 작가와 함께한 '내 안의 빌런'이다. 관람객은 매직 미러에서 송출되는 빌런 영상과 거울 속 자기 모습을 통해 내면의 '백'과 '흑'을 관찰할 수 있다. 제2 섹션은 '빌런의 에너지'다. 살아있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빌런의 심장 박동 소리와 지속해서 달라지는 벽 색상이 어우러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제3 섹션 '빌런화'(VILLAINIZATION)에서는 박기웅과 노치욱 작가가 컬래버레이션한 인터렉션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모니터 속 수많은 빌런의 픽셀 이미지와 하나가 되면서 빌런으로 '흑화'(黑化)한다.
제4 섹션이 바로 메인 섹션인 '48VILLAINS'다. 세기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영화 속 빌런 48인을 담았다. 흑백 모노톤에 집약한 페인팅 작업으로 빌런의 어두운 삶과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한다. '미저리'의 '애니 윌킨스'(캐시 배이츠), '다크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조슈 브롤린), '루시'의 '미스터 장'(최민식) 등이 작품 속 강렬한 빌런 포스를 풍기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박기웅은 20년 가까이 연기자로서 살아오며 얻게 된 깊이 있는 감정선과 정규 미술 전공자다운 실력으로 수많은 명작 속 빌런을 선보인다. 캔버스 위에 켜켜이 쌓아 올린, 밀도 높은 페인팅으로 완성한 이들 작품은 실존하는 배우의 자아와 표현의 산물인 빌런, 모두를 대변한다.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빌런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은 스스로 또는 다른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작품 속 잊지 못할 장면을 떠올리며 몸서리치는 경험을 하거나 친구, 연인, 가족과 '빌런 이름 맞히기' 경쟁을 해보자.
끝으로 제5 섹션 '아티스트의 빌런'은 '배우 박기웅'과 '작가 박기웅'이 만나 나누는, 솔직하면서 담백한 이야기를 인터뷰 영상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제4 섹션에 심취하다 보면 자칫 흥미로운 이 섹션을 보지 못한 채 전망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지 모르니 잘 챙겨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한 번 타면 되돌릴 수 없다. 박기웅은 "배우이자 작가로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작품에 담았다"며 "마치 소극장에서 관객을 가까이 마주하는 것처럼 대화하듯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모든 관람객이 주체가 돼 열린 마음으로 즐기고, 많은 공감을 했으면 한다"고 청했다.
서울스카이 관람 시 이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한편 서울스카이는 세계 네 번째, 국내 최고 높이 전망대를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 NFT 오프라인 체험전 '지구로의 여행, 지구 여행자 홀닉', MZ세대 취향을 반영한 미디어 체험전 '시간, 하늘에 그리다 - 한영수전', 국내 수중 사진계 1세대 장남원 작가와 손잡은 미디어 체험전 '나는 고래' 등을 진행해 체험형 문화 예술 공간 면모를 뽐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