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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1년]③전쟁에서 얻어야 할 5가지 교훈

등록 2023-02-19 06:00:00   최종수정 2023-02-20 15: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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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군 저항 과소 평가…서방국가들도 장기전 가능성 간과

국제사회 '단결'…러, 약한 상대 골랐지만 사실상 서방과의 싸움

러도 우크라도 아직 결정적 타격 입히지 못해…핵무기 등 확대 가능성

전쟁은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타협을 더 어렵게 만들어

美, 외교정책에서 억제 전략 채택했다면 전쟁의 위험 감소시켰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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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고그라드=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볼고그라드(구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스탈린그라드 전투 승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비를 참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현대적인 형태의 나치즘"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대응할 수단이 있고, 전차를 사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02.03.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러시아가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니아를 침공한 지 1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두 교전국은 수천 대의 탱크 및 장갑차 손실과 함께 각각 1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약 30% 정도 위축됐고, 인구의 30% 이상은 난민이 됐다. 기반 시설은 파괴되고 발전 용량의 약 40%가 손상됐다. 어느 쪽도 타협이나 휴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전쟁은 비록 가혹한 교사일지라도 교훈적이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치른 희생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미래를 위한 더 큰 지식과 지혜"라며 전 세계 지도자들과 대중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배울 수 있는 5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지도자들이 잘못 계산하는 것은 매우 쉽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을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저항을 할 수 없고 시도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실수를 범한 것은 이제 명백해졌다. 푸틴은 러시아의 군사력, 우크라이나의 강인함,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서유럽의 능력을 잘못 계산했다. 하지만 서방국가들도 실수를 했다. 서방국가들은 수년간의 전쟁 가능성을 무시하고, 경제 제재의 위력을 과장했으며, 우크라이나를 궤도에 진입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를 과소평가했다. 
 
◆국가들은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단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국제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명백한 침략 행위에 대해선 이를 막기 위해 국가들 간 연합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것은 푸틴이 간과한 또 다른 교훈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단기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믿었던 것 외에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금처럼 강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와 일대일 싸우는 대신, 총 GDP가 러시아보다 거의 20배나 큰 연합의 지원을 받는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무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외부의 지원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푸틴이 식은 죽(cakewalk) 먹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을 길고 불확실한 구도로 바꿨다. 궁극적으로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러시아는 미래에 훨씬 더 약해질 것이라고 FP는 짚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은 전쟁을 메달 수여와 승리 퍼레이드가 뒤따르는 짧은 충격과 경외감으로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미국의 최근 상대국이 3류 강대국이었고 각 전쟁의 초기 군사 단계가 짧고 일방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경향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결국 수 년 동안 지속되었지만 미국이 각 국가를 점령하고 광범위한 정치 및 사회 개혁을 제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결과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고도 제압할 수 없는 강력한 반란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다르다. 러시아의 초기 공격은 좌절됐고, 우크라이나의 급속한 정권 교체라는 목표는 무산됐다. 전쟁을 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두 주권국가의 재래식 군대는 여전히 전장에서 교전을 계속하고 있고 다른 쪽에 압박을 가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몇 번의 치열한 공방전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도 녹아웃(knockout) 타격을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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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22.
푸틴은 전쟁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히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잘못 믿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초기 공격이 실패하고 군대가 큰 손실을 입었을 때,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들은 풍부한 외부 원조와 우크라이나의 결의, 광범위한 경제 제재가 러시아에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줄 수 있고 심지어 강대국의 반열에서 몰아낼 수도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성공적인 반격은 크름반도를 포함한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되찾으려는 우크라이나의 희망을 강화시켰다. 일부 관측통들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인구의 3배가 넘는 거대한 군사·산업 기반과 상당한 군사 장비를 보유한 강대국이다.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실존적 갈등으로 본다. 러시아군의 기량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다소 향상됐고 우크라이나 도시와 인프라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지속적인 소모전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탱크 포함)와 훈련을 지원받도록 서두르고 있다. 서방의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전선을 유지하고 봄에 일정부분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서방이 아무리 많은 원조를 보내더라도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는 모든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축출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축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위험인 핵무기 사용 등 전쟁의 확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쟁은 극단주의자들에게 힘 실어주고 타협 더 어렵게 만든다

전쟁은 냉정한 추리와 치밀한 계산이 특히 중시돼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종종 허세와 막연한 희망, 애국심, 그리고 집단 사고가 장악하고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많은 목소리들을 잠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승리의 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타협에 관한 논의도 어려워진다. 이것이 전쟁을 끝내기 어려운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동맹국들의 판단이 옳고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해방시킬 수 있도록 서방이 '무엇이든'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일부 노골적인 동유럽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매파'가 득세한다. 전쟁을 연장하는 것을 돕는 것이 우크라이나에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군대에 대한 풍부한 외부 지원은 전쟁을 계속 유지했지만 미국이 마침내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결정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그 나라들을 더 나은 모습으로 남겨 두지는 않았다. 미국과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지 않는 것은 사실이고, 평화나 휴전을 내다보는 것은 아직 멀었을지 모르지만, 전쟁을 어떻게 중단시킬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특히 우크라이나의 이익이 된다고 FP는 지적했다.

◆억제 전략은 전쟁의 위험을 감소시켰을 것

마지막 교훈이자 가장 중요한 교훈은, 미국이 외교 정책에서 억제 전략을 채택했다면, 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낮았을 것이라고 FP가 보도했다. 미국과 서방의 정책 입안자들이 개방형 나토 확장의 결과에 대한 반복적인 경고에 귀를 기울였다면, 또는 우크라이나를 서방 안보 및 경제 기관에 편입시키려 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의 침략 동기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잔인하고 불법적인 전쟁을 시작한 것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푸틴이 지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제 푸틴의 무자비함뿐만 아니라 서방 관리들의 오만과 순진함에 고통받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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