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내년까지 등록금 논의할 생각 없다"…'동결' 재확인
취임 100일 계기로 세종서 기자 간담회 열어주요 대학 정시 모집비율 40%에 "정해진 것""교전원, 교사수급 위한 명분…감축 방편 아냐""유보통합 반발, '소통 더 하라'는 뜻이라 해석"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내년까지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등록금 동결 기조 유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주요 대학 모집인원 40%를 정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으로 뽑게 하는 조치도 "정해진 것이라 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 14일 오후 세종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학 재정난, 구조·규제·재정개혁으로 해결될 것" 대학가에서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유지 요청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전하자 이 부총리는 "등록금 인상은 대학, 언론에 이야기하지만 우리 교육부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RISE(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라이즈), 글로컬대학(세계적 수준의 지방대)이 대학가에서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다"며 "이것을 거치며 다시 한 번 평가를 더 해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올해, 내년은 등록금 논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규제 완화 주장에 선을 그었다. 오는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부산 동아대 등 일부 사립대에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자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고물가로 등록금을 올리면 받을 수 없는 국가장학금 규모보다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상한제까지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총리는 "구조개혁이 되면 자연히 재원이 집중될 수 있고, 규제개혁을 통해 다양한 재원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재정개혁을 통해 국가 재원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 세 가지를 통해 대학들의 재정난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국고 출연금 총 2조원 규모를 받아갈 대학을 정하는 권한을 광역 지자체장에 넘기는 '지역혁신플랫폼'(RISE) 사업, 통폐합 수준의 구조개혁 이행을 전제로 지방대 1곳당 5년간 국고 1000억원을 주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 중이다.
등록금 뿐만 아니라 수험생 관심이 높은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논의도 당분간 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일부 서울 주요 대학에서 '수능으로 40% 모집' 방침을 풀어 달라는 요청이 있다는 질문에 "등록금과 입시 이슈는 적어도 취임 1~2년간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총리는 "수능 40%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 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입시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업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올해 상반기 시안을 마련할 예정인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과 관련 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학령인구 감소 속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내달 교육부가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이 부총리는 교육대·사범대 등 양성체계를 교육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교사 감축을 위한 포석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부총리는 "교사의 역량이 더 업그레이드(상향) 되고 역할이 바뀌어야 교사가 더 필요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 명분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수급은 이미 불균형이 심하다"며 "교전원(교육전문대학원)도 교원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기보다 수급을 맞추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의 본질로 가까이 갈수록 사실은 교사의 역할이나 이런 쪽에 더 많이 고민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교실당 몇 명을 낮추고 이런 것은 국민이나 예산당국을 설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핵심 교육개혁 과제로 제시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유보통합, 교전원 도입에 대해 반발이 크지만 추진 뜻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 부총리는 유보통합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슈 자체에 대해 갈등이 많다는 뜻이니까 그만큼 소통을 좀 더 많이 하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싶다"며 "한 때 남북통일보다 더 어렵다고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통합이 목적이 아니고 어떤 가정에 태어나도 좋은 보육을, 교육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유보통합의 취지"라며 "가장 큰 난제인 교육부와 복지부 간의 합의가 원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나머지(쟁점)는 풀리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또 교육계 일각에서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한글 등 학습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묻자 "아이들이 이 시기에는 학습보다 놀이 중심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누리과정 자체를 개정해서 필요한 학습 요소를 넣는 것도 당연히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학부모 다수 의견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로서 무책임하고, 전문가적 판단을 국가가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교전원에 대해서는 "교대 총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빨리 합의가 됐다"며 "(시안이) 나오는 대로 바로 소통을 시작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부총리는 인공지능 기반 대화 전문 챗봇인 챗GPT가 화제를 일으킨 데 대해 "화이트칼라(사무직)의 일하는 방식을 다 바꾼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기업에서) 어느 대학 나왔는가, 회사에서 어떤 역량 보이냐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낮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처럼 암기 역량 갖고 시험을 쳐서 서열이 정해지고, 그런 교육체계에서 보내는 시그널(신호)은 첨단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전혀 매치(일치)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총리는 "변화가 있을 것이기에 앞으로 국가적으로 공개 토론회를 하는 등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며 "국교위와 협의해 국가 의제로 만들어 근본적 개혁을 할 수 있을 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현직 검사를 자신의 보좌관으로 파견 받아 임용한 것을 두고 "(정부) 부처에서 관행적으로 일하는 분들은 객관적 시각이 부족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법률 관계 이슈에 대해 훨씬 정확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교육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정책들을 발표만 했지 아직 안착이 안 됐다"며 "지금은 계속 이슈관리를 해야 한다. 장관 있고, 없고 위기관리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총선 차출설이 나온다는 질문을 받자 이 부총리는 "교육개혁을 완수하고 싶다는 게 제 열망"이라며 "제 마음이 확고하기 때문에 그건(차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약속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