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검사 인사라인 '총체적 검증 부실'에 세평 수집·정무적 판단 강화
정순신 '아들 학폭' 추천부터 검증까지 곳곳 구멍검증부실 논란에 관심 높은 '학폭' 이슈 겹쳐 '곤혹'민정수석실 폐지…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1차 검증'법대로 검증'…기계적 검증에 국민정서 담기 어려워검찰 출신들 포진 인사시스템 한계 지적 끊임 없어대통령실, 합법 범위내 학폭 등 생기부 추가 고려질문서 항목에도 추가…"조금 무리하게 자료 수집"세평 수집·정무 판단력 갖춘 인사 배치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이 '아들 학폭 논란'으로 인사 하루 만에 낙마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대통령실이 감사 출신 인사 라인의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통령실은 생활기록부를 인사검증시스템에 포함시키는 것을 포함해 세평 수집 강화와 검사 출신 인사라인에 정무적 판단을 갖춘 인사를 배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 발표 하루 만에 철회'라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다, 새정부의 인사 시스템의 한계가 또 다시 드러나서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를 인지한 즉시 발령을 철회하고 "인사검증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검증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즉각 시인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후 고위직에 대한 검사 출신 인사라인의 인사검증 실패가 잇따랐으나 대통령실은 제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녀들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아빠찬스'논란으로 사퇴한 데 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의대 편입학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녀문제로 낙마한 두 사람을 포함해 중도 사퇴한 고위직 공무원은 6명에 달한다. 당시에도 부실검증에 대한 비판은 쏟아졌으나 윤정부 2년차에 들어 '정순신 사태'로 재발, 과연 윤석열 정부가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에 대한 의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실 검증은 정부 출범 초반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넘겨 1차 검증을 한다. 이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증 결과를 받아 2차 검증 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인사 검증의 첫단추가 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태생적으로 부실 검증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그간 민정수석실에서 맡았던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넘겼다. '과학적 검증'과 '인사의 투명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무부로 검증기능을 이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잇딴 검증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사정보관리단이 후보자의 탈·불법 행위 여부를 가리는 '법대로 검증'에 치중, 국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 검증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인사정보관리단'이 '정무적 검증'을 놓쳤다면 2차 검증에서라도 이를 보완해야 하는데, 2차 검증 기관인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실에서도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이력은 걸러내지 못했다. 이를 두고 검찰 출신들이 추천부터 1,2차 검증을 장악하고 있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추천을 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에는 전 대검 사무국장 출신인 복두규 인사기획관, 전 대전지검 검사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있다. 1차 검증은 한동훈 법무장관 지휘 하에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하고, 2차 검증을 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수원지검 검사였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진 이러한 인사 검증 시스템의 한계가 '응집'된 결과물이 '정순신 사태'라는 얘기다. 5년전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던 정 변호사 아들 학폭 문제를 3단계 과정을 거치면서도 몰랐다고 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이 "5년전 관련 보도가 있었지만 익명이었기 때문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은 알기 어럽다.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걸러지지 못했다"며 사실상 1차 검증 기관인 법무부에 탓을 돌리는 데도 검찰출신들이 맡고 있는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기능에는 흠집을 내지 않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변호사 아들 학폭 논란을 계기로 인사검증시스템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상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은 후보자 본인 외에도 자녀, 부모에 대해 소송 이력,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법적 타탕성을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면 예비 질문서에 항목을 추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하는 방향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자녀와 관련해 국적, 범죄경력 등으로 검증하라고 규정이 돼 있는데 소송 같은것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따라서 검증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합법적 범위 안에서 조금 무리하게라도 자료를 수집해보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정서법'도 인사 검증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세평 수집에 능하고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사를 대통령실에 추가 배치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잇딴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인사수석'격인 복두규 인사기획관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한번 곁에 둔 사람을 단기간 내에 내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순신 논란'은 부실 인사 논란에 학교폭력 이슈까지 겹쳐 있는 사안인 만큼, 대통령실은 인사시스템 손질에 학폭을 포함하는 것과 별도로 정책 차원에서 학교폭력을 예방·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학교 폭력은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윤 대통령은 이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사건 자체보다는 전반적인 구조를 포함해 사후 대응까지 포함해 관련 부처에서 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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