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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악성 루머까지…왜?[2금융권 오해와 진실②]

등록 2023-04-16 08:00:00   최종수정 2023-04-18 13: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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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OK저축은행, 1조원대 PF 결손 '악성 루머'

건전성 양호한데도…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공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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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집값 하락세 속 이자 부담이 더해지며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천450건으로 전월(1천652건) 대비 48.3% 증가했다. 작년 3월(1천415건)에 비하면 무려 73.1% 늘어난 것이다. 사진은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2023.04.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긴급)웰컴, OK저축은행 PF 1조원대 결손 발생, 지급정지 예정, 잔액 모두 인출 요망"

지난 12일 금융권에는 스마트폰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대화방 등을 통해 정체불명의 글이 급속도로 퍼졌다.

대형 저축은행인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1조원대의 손해를 입어 고객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란 '지라시'였다.

자산 순위 5위권 내의 두 저축은행에서 만에 하나 지급정지가 발생한다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을 메가톤급 악재였겠지만 당연하게도 이는 악성 루머인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저축은행이 결산공시를 통해 밝힌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웰컴저축은행 6679억원, OK저축은행 1조10억원이다.

부동산 PF 연체액과 연체율은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0.01%에 44억원, OK저축은행은 4.09%에 410억원이다. 대출액이 잡히더라도 공정률에 따라 대출금이 나뉘어 나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저축은행에서 1조원대 PF 결손이 발생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교훈으로 인해 다른 업권에 비해 규제 강도도 높다. 저축은행은 PF 사업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 대해서만 PF 대출 취급을 허용하는 '자기자본 20%룰'을 적용받으며 개별차주에 대한 신용공여도 최대 100억원까지로 제한되고 있다.

또 두 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OK저축은행 250.54%, 웰컴저축은행 159.68%로 감독규정 한도(100%)를 크게 웃돈다. 유동성 비율은 3개월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자금관리가 안정적이란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OK저축은행 11.40%, 웰컴저축은해 12.51%다. 이는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제비율(자산 1조원 이상은 8%, 1조원 미만은 7%)은 물론 권고비율(11%)을 웃도는 것이다.

그럼에도 악성 루머가 확산되자 금융당국과 해당 저축은행들은 신속하게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저축은행중앙회도 "허위 사실 유포자와 접촉한 결과 관련 내용에 대해 횡설수설 하는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저축은행의 2022년 12월말 건전성 비율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며 유동성비율도 저축은행 감독규정에서 정한 규제비율보다 충분히 상회하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악성 지라시의 피해자가 된 저축은행들은 루머의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엄중 처벌을 요청한 상태다.

금융감독원도 언론 설명자료를 통해 "악성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두 저축은행 모두 BIS 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2022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순이익이 예상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가 신속 대응에 나선 것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서와 같은 대규모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업권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의미 없는 장난에 여러 사람이 고생한 것이지만 자칫 공포감에 더 취약한 2금융권으로서는 생각보다 큰 일로 번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SVB는 자본 조달 계획을 발표했을 무렵 스마트폰 등을 통해 빠르게 파산 공포감이 확산되며 결국 대규모 뱅크런으로 이어졌는데 이번에 유포된 악성 지라시로 인해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토스뱅크가 가입과 동시에 연 3.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출시했다가 위기설에 휩싸인 바 있다. SVB 사태 이후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상품을 출시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었는데 홍민택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서기까지 토스뱅크는 루머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저축은행 관련 악성 루머가 주목을 받은 데는 2금융권의 PF 부실 우려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각 업권이 보다 적극적인 건전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총 129조9000억원, 연체율은 1.19%로 전분기 대비 잔액은 1조8000억원, 연체율은 0.33%포인트 증가했다.

업권별 대출잔액은 보험사 44조3000억원, 은행 39조원, 여신전문금융회사 26조8000억원, 저축은행 10조5000억원, 상호금융사 4조8000억원, 증권사 4조5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업권별 연체율은 증권사 10.38%, 여신전문금융회사 2.20%, 저축은행 2.05%, 보험사 0.60%, 은행 0.01%, 상호금융사 0.09% 등이었다.

은행(-0.02%포인트)과 저축은행(-0.33%포인트)을 제외한 증권(2.22%포인트), 여신전문금융사(1.13%포인트), 보험사(0.20%포인트) 등에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비율이 낮고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지방 소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고위험 사업장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권이 부실화가 진행될 경우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부담은 높은 수준이다. 한신평 커버리지 저축은행 9곳의 부동산금융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5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97%에 이른다.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도 약 110%로 A급 이하 캐피탈사(약 70%) 대비 높다.

이들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건전성 지표가 급격하게 저하됐다. 본PF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4.6%에서 지난해 9월말 23.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7%에서 1.4%로 두 배 뛰었다. 브릿지론도 본PF와 유사한 수준으로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3.7%,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다.

곽수연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 완충력이 높지 않아 일부 사업장의 부실에도 자본비율 하락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실 발생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촉발되면 대형 저축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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