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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사적 이용 막는 묘수될까[슈퍼카공화국③]

등록 2023-04-22 08:03:00   최종수정 2023-04-24 11: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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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

사적 이용 막는 '명찰효과' 기대

반면 낙인찍기·특권 효과 우려도

전문가 "법인차 제도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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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 1월 31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인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녹색 바탕의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위)이 공개되고 있다. 2023.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오는 7월부터 법인차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이 도입된다.

법인차의 사적 이용을 막기 위해 일종의 '명찰 효과'를 준다는 취지다. 전용 번호판이 생기면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이 회삿돈으로 수 억원짜리 슈퍼카를 구입하는 현상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용 번호판만으로는 법인차의 사적 이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2억원이 넘는 고급차 10대 중 8~9대는 개인이 아닌 법인 소유다. 한마디로 법인이 회삿돈으로 구매한 차량이라는 얘기다. 법인이 자동차를 사는 것은 별다른 제한 조건이 없다. 이때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를 모두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고, 세금 감면 혜택도 가능하다.

특히 업무용 차량 경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면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 처리까지 된다. 1억5000만원짜리 차라면 10년 정도면 차량 구입비를 모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일부 사주나 최고경영자(CEO)가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수시로 바꾸는 이유도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사고, 중고차로 매도하며 세금을 줄이는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법인차를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막을 규제가 허술하고 적발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하면 법인차 사용자에 사회적·윤리적 부담을 줘 사적 이용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두색 번호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모든 법인차를 낙인찍을 수 있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상황에 따라 연두색 번호판이 특권층만 누리는 새로운 영역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번호판 색을 바꾸는 것을 넘어 자동차 선진국 수준의 법인차 관련 기준과 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목소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인차를 연두색 번호판으로 일괄 전환하면 모두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이 특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변색될 수 있어 신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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