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성+인물' 우려 현실로…넷플릭스 첫 미드폼 한계
5개월만 제작…기존대비 약 3배 단축"가벼운 소재 편안하게 볼수 있어"안일한 판단…성산업 미화 의혹장르·포맷 다양화했지만 과제도"성소수자 초점 대만편 보고 판단"[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예능물의 변화 시도는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지금껏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엄청난 규모로 제작, 한국시장을 파고들었지만 드라마에 비해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올해 초 서바이벌 '피지컬: 100'과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반한 사람들'이 반향을 일으켜 자신감을 얻은 상태였다. 장르와 포맷을 다양화해 세계시장 공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는데, 첫 시작인 '성+인물: 일본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성(性)산업을 예능물에 녹여 화두를 던지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이를 풀어낸 연출 방식 등을 보고 불편해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성+인물은 넷플릭스 첫 미드폼 예능물의 한계를 드러냈다. 회당 약 30분, 총 6부작으로 약 5개월 만에 만들었는데, 오히려 짧은 포맷·제작기간이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화려한 스케일로 시청자를 현혹,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까?'라고 기대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케이블·유튜브채널에서 다룬 19금 콘텐츠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신선함과 재미도 떨어졌다. 지난달 25일 공개 후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국내 넷플릭스 톱10 시리즈 3위까지 올랐지만, 6일 기준 8위에 머물렀다. 특히 우리 사회에 형성된 성 인식 관련 제작진 이해가 부족해 보였다. "가벼운 소재라서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안일한 판단도 논란을 부추겼다. 성+인물은 MC 신동엽·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과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두 사람과 정효민 PD가 10여 년 전 호흡을 맞춘 JTBC 예능물 '마녀사냥'(2013~2015) 보다 깊게 다루지 못했다. 개그맨 김경욱 부캐(부캐릭터)인 일본 호스트 출신 '다나카' 인기가 높아지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조금씩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AV(Adult Video)와 호스트바 관련 국내 여론이 보수적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착취 산업'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제작진의 진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비판과 함께 일본 AV배우와 성산업 미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정 PD는 "AV배우에만 초점이 맞춰져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진 게 아쉽다"고 했지만, 전체 회차 중 반 이상을 AV배우·호스트 편으로 구성했다. 물론 성인용품점과 성인 VR방, 자위기구 회사 '텐가'를 둘러보고, 일본 2030세대 연애·섹스·사랑관, 남녀 AV배우의 직업적 고충과 현실적인 고민 등도 다뤘다. 여성 AV배우는 '사실 AV는 판타지'라고 밝히고, 남성 AV배우는 '아들한테 이 직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지만 큰 공감을 사기는 어려웠다. 호스트 묘미로 '돈·여자·술'이라고 꼽고, 한 호스트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을 보러 오는 손님에게 더 잘 해준다고 말하는 장면 등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성+인물은 대만편 촬영을 마친 상태다. 그동안 넷플릭스 예능물이 기획부터 공개까지 1년~1년6개월 정도 걸렸는데, 성+인물은 제작 기간을 약 3배 단축했다. 이전에는 시즌2 제작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성+인물은 나라별로 쪼개서 구성해 방송 간격을 줄였다. 넷플릭스 유기환 디렉터는 지난달 "성+인물은 넷플릭스에서 하지 않은 소재"라며 "그간 넷플릭스 예능은 제작 기간이 길고 스케일이 크고, 소위 말해 돈이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예능이라고 꼭 크고 무거운 장르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시청자에게 편안하고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도 필요했다. (성+인물 제작 기간은) 말도 안 되게 빨랐는데, 한국 창작자의 퀄리티와 속도가 받쳐줘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넷플릭스는 연말까지 성+인물을 포함해 예능물 7편 이상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은경 PD의 '사이렌: 불의섬', 박진경 PD의 '좀비버스', 김재원 PD의 '19/20' '솔로지옥3', 정종연 PD의 '데블스 플랜' 등이다. 피지컬: 100이 국내 예능물 최초로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오른 뒤 출연자 구설과 결승전 조작 의혹 등으로 빛이 바랬는데, 성+인물을 통해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됐다. 정 PD는 대만편에선 성소수자(LGBT)에 초점을 맞춰 동성혼인, 동성부부 출산 고민 등을 다룰 계획이라며 "이 편까지 보고 판단해달라"고 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