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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어디로②]또 '병원·의사' 탓…"법적장치 필요"

등록 2023-06-10 10:01:00   최종수정 2023-06-12 10: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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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진료 어려워도 부득이한 경우 수용하면

의료진에 책임 묻지않는 법적장치 마련해야

응급실·중환자실 일정 비율 비워 '병상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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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떠도는 데에는 환자 이송부터 응급 처치, 수술·입원 등 최종치료까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불가피한 경우 의료진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 병상 확보, 빈 병상과 의사를 빠르게 연결해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한다. (그래픽=뉴시스DB) 2023.06.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떠도는 데에는 환자 이송부터 응급 처치, 수술·입원 등 최종치료까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불가피한 경우 의료진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 병상 확보, 빈 병상과 의사를 빠르게 연결해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비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20년이 넘도록 반복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한정된 의료진과 병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치료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진이나 중환자실 부재 등으로 최종 치료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부득이하다고 판단해 환자를 전원시키지 않고 수용·진료할 경우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병원 전 단계인 119 구급대가 중증으로 판단한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이 가능한 빨리 수용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경과)나 생명 유지에 최선이다. 문제는 최근 경기 용인 70대 외상환자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수술할 의사가 부족하거나 중환자실이 없어 최종 진료가 불가능한 사례들이 많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검사나 응급 처치를 한 후 최종 진료가 불가능하면 가능한 곳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데 다른 곳도 부족해 환자를 수용하지 않다 보니 전원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A응급의학전문의는 "최종 진료가 어렵지만 응급실을 전전하다 온 환자를 돌려보낼 수 없어 수용했다가 응급의료법상 '전원의무' 위반으로 소송에 휩싸인 사례들이 많다 보니 (환자 수용에)부담을 느끼는 의사가 꽤 많다"며 "최종 진료가 어렵지만 의료진이 부득이하다고 판단해 수용·진료할 경우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의료인이 소속된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 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전원을 결정하고 지체 없이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전원의무'가 명시돼 있다. 의사가 이 전원의무를 지키지 않고 진료하다가 환자가 사망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3차 응급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병상과 중환자실을 일정 비율 비워두고 만성화된 응급실 과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환자실을 일정 비율 비어놓은 것처럼 응급환자를 위해 비워놓으면 응급실이 과밀화돼도 응급실에서 처치해 중환자실로 올릴 수 있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에서 외래가 아닌 응급실로 오는 환자가 먼저 입원하도록 우선순위를 정해주고 병원이 병상과 중환자실을 비워두는 데 따른 손실을 정부에서 보전해주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응급환자용 응급실 병상과 중환자실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죽어가는 외상환자를 살리려면 제 기능을 하는 권역외상센터에 인력과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란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 소생부터 수술까지 담당하는 의료기관이다. 전국에 15곳이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권역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하려면 하룻밤에 적게는 50명, 많게는 80명까지 스탠바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5명도 구하지 못해 재지정 평가에서 취소될 위기에 놓인 곳이 절반 가량에 달한다. 인력과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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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4월8일 오전 1시32분께 제주 마라도 남서쪽 약 370㎞ 해상에 추락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대 소속 헬기 S-92 기장 A(47)씨가 이날 오전 제주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사고 헬기에는 4명이 탑승했고 이 중 3명은 구조됐으나 1명은 실종된 상태다. 구조된 3명 중 2명은 사망했다. 2022.04.08. [email protected]
현재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된 후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면서 부족해진 의사를 빠른 시일 내 늘리려면 수가(진료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들은 부족한 전공의를 대신해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인 이른바 진료보조인력(PA)를 투입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PA는 의사 대신 당직을 설 수 없다. 결국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당직을 서는 전문의나 교수들이 번아웃을 겪고 있다.

김 기획이사는 "과거 교수와 전공의가 10명씩 근무했는데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가 20~30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하지만 현재의 수가로는 병원에서 인력을 충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병원에서 촉탁의(전담의) 형태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일부 수가만 조금 올리게 돼 있고 큰 지원은 없다고 한다.

지역에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을 지휘하는 응급의료상황실을 만들어 응급환자에게 빈 병상과 의사를 가능한 빨리 연결해줄 수 있는 응급의료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컨트롤타워는 서울의 중앙응급의료상황실 하나 뿐이여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병원별 의료 데이터를 통합해 환자를 이송 중인 119 구급대원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실효성을 높일 방안으로 꼽힌다.

문송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응급환자가 병원을 떠도는 문제는 데이터가 파편 형태로 설계돼 분절(분산·단절)돼 벌어지는 것"이라며 "데이터 설계를 뜯어 고쳐 병원마다 따로따로 돌아가는 데이터를 완전히 통합하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한낱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연계나 공유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병상 수에서 입원·퇴원 행위가 이뤄질 때마다 병상이 하나씩 줄어들도록 코딩(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해 잔여 병상 수가 실시간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장기적으로 응급실은 선착순이 아닌 중증도순이라는 인식 확산과 국민의 합의도 필수라고 강조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B전문의는 "의료진이 경증환자를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을 것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환자가 진료를 보겠다고 우기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병원 진료를 보라고 설득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 기획이사는 "의료진 전원의무 위반 시 책임을 묻지 않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도 응급환자 수용을 두고 벌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을 법적으로 모두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 병원, 의사, 소방이 소통해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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